우리들 마음 속의 악마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즐거운 캐럴이 울려 퍼지는 화려한 도시의 모습과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선물꾸러미를 안고 분주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진료실에서는 각양각색의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소위 건강하다며 살고 있는 우리들 인간의 마음 안에 악마가 있다는 생각에 서글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경우를 이야기하고 싶다. 온몸에 멍이든 채 진료실에 온 30대 초반의 여자 분이 있었다. 수년간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잠을 못이루고 안절부절하고 초조해서 집안일을 돌보지 못했다고 했다. 백약이 무효라서 주위의 소개로 종교적 도움을 받고자 했는데 대뜸 몸에 마귀가 있으니 마귀를 쫓아낸다며 묶어놓고 안수라는 이름하에 온몸을 구타했다고 한다. 저항은 추가적인 폭력만을 부를 뿐이었다고 한다. 이 여자 분의 경우는 자신 속에 마귀가 있다는 두려움과 주위사람들에 대한 너무나도 강한 피해의식에 의사마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이외에도 지하실 독방의 너무나도 완벽한 어둠 속에서 일주일을 갇혀 있었다는 분, 쇠사슬도 모자라 춘향전에 나오는 칼까지 목에 찼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환자, 그리고 그런 곳에서 탈출하다 척추가 골절되어 사지가 마비되어 응급실에 실려왔던 환자 등등.

많은 일반인들이 정신병은 마귀나 귀신 탓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의학자들은 가장 미숙하고 병적인 정신기전으로서 "투사"를 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무의식의 메아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일반인의 정신질환에 대한 태도는 자신의 것을 정신질환자에게, 그리고 악마나 마귀에게 투사한 것에 불과하다.

유럽의 신석기 시대의 퇴적물에서는 예외없이 구멍 뚫린 두개골이 발견된다고 한다. 학자들은 원시인들은 귀신이나 악마가 질병을 일으킨다고 믿었고, 머리 속의 악령을 몰아내기 위해 두개골에 구멍을 뚫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외에도 굿, 부적, 주문, 기도 등의 행위가 이루어졌다. 중세의 유럽에서는 정신병은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처벌이거나 악령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에 의해, 많은 정신질환자가 학대받았으며 심지어 여자환자들은 마녀로 취급받아 화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원시시대와 중세암흑기의 정신병에 대한 생각과 치료법이 21세기를 앞둔 현재까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 것인가. 아직 정신병이 있다고 머리에 구멍 뚫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를 천만다행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 입맛이 쓰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신체적인 병을 가진 자와 마찬가지로 "고통받고 있는 자"로, 그리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대우되어야 마땅하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자신의 정신병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두려움과 마음속의 악마를 먼저 추방해야만 한다. (전남일보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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