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싸개 중학생 L군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열 네살된 남자중학생 L군이 어머니와 함께 진료실을 찾아왔다. 병원에 오게 된 이유를 묻자 L군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를 숙여버렸다. 어머니가 한숨을 쉬면서 대신 이야기했다. 아들하나 믿고 사는데, 중학생이나 된 녀석이 자면서 이불에 오줌을 싼다는 것이다. 외아들인 L은 국민학교 3학년 무렵부터 밤중에 이불에다 지도를 그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일주일에 서너번 씩은 그런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항상 침울해 있고 친구도 없으며, 담임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수업시간에 고개를 들고 선생님 얼굴을 쳐다보는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성적은 밑바닥이 되었고 이번 수학여행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안갔다고 한다. 어머니 말로는 때려도 보고, 이불을 스스로 빨게 하는 식의 벌도 주어보았고, 몸이 허해서 그런다고 해서 한약도 먹여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L군은 어머니와 함께 하는 면담은 거절했으나, 혼자 의사와 대화를 나눌 때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어려움을 잘 이야기했다. 비뇨기과적 검진과 뇌파검사 등의 신체적 검사를 시행했으나 이상은 없었다.

일단 야뇨증에 우울증세가 동반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어머니에게는 야뇨증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아지는 경과가 좋은 병임을 설명하고, 아들이 야뇨를 했을 때 벌을 주거나 창피를 주는 일을 금지하고, 오히려 오줌을 싸지 않았을 때 칭찬을 해주도록 교육했다. 저녁식사 이후에는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지 말고, 잠들기 전에 꼭 배뇨를 하고, 가능하면 밤중에 한번씩 깨워서 오줌을 누이도록 했다. 수첩을 따로 만들어서 야뇨증세가 있던 날을 기록하도록 했다. 야뇨증 세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항우울제를 소량 처방하여 취침 전에 복용하도록 하고 다음 진료약속을 한 후 돌려보냈다.

그 후의 치료과정에서 L군은 항상 잔소리만하는 어머니에 대한 미운 마음, 오줌도 못가리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말로 표현하게 되었다. 수첩에 일주일 단위로 기록된 야뇨 빈도가 점차 줄어가는 것을 의사에게 내보이며 계면쩍게 웃기도 하였다. 얼마 전에는 친구들을 집에 불러 생일파티도 했다고 한다. 이번 주에는 한번도 안쌌다고 하며 지난 번에 또 쌀까봐 안 간 수학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전에는 하도 엄마 잔소리가 싫고 미워서 일부러 싸버린 적도 있노라고.

야뇨증은 증세가 장기화됨으로써 부모와의 관계가 나빠지고 친구에게서 소외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되는 정서적 후유증이 많다. 오줌싸개는 남의 집에서 소금을 얻어오게 해서 창피를 주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아이의 어려움과 부끄러움을 이해하는 따뜻한 태도가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전남일보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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