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비정상

전남의대 정신과학교실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소아나 청소년이 정상이다, 정상이 아니다 또는 발달이 정상적이다 비정상적이다를 구분하는 것은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대단히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정상의 개념을 살펴보고, 어떤 경우에 문제가 있다고 간주해야 하는지, 비정상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1. 정상(normality)이란 무엇인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 즉 정상을 네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 개념(Offer & Sabshin)이 널리 인용되고 있다. 각각의 관점은 별개의 것이지만 상호보완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정신적으로 정상이다, 아니다를 말할 때는 이 4가지 개념을 통합하여 적용해야 할 것이다.

  • 건강하면 정상이다 (Normality as health) : 의사들은 전통적으로 건강(health)을 정상(normal)과 동일하게 간주해왔다. 즉, 병적인 증상이 없어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통이 없는, 불안이 없는, 우울하지 않은, 그리고 불면증이 없는 상태가 정상이다.
  • 이상적인 상태가 정상이다 (Normality as utopia) :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관점으로 성격적으로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하고 싶은 욕구를 큰 좌절이 없이 적절하게 충족하는 상태, 그래서 최상의 기능발휘를 하는 것을 정상이라고 본다.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내린 정상의 개념이다. 하지만, 소위 "성인(聖人)"들을 제외하고는 이런 사람은 드물다.
  • 보통(평균)이 정상이다 (Normality as average) : 보통 사람 안에 들어가야 즉, 다수에 포함되어야 정상이라고 본다. 통계학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든다면 대다수의 사람이 손가락 6개를 가진다면 손가락이 5개인 사람은 비정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 성장과 변화가 있어야 정상이다 (Normality as process) :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성장하고 변화해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발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정상의 정의다. 예를 들어 대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가 동생이 태어난 후 어린 시절의 행동으로 되돌아간다면 정상이 아니다.

정상적인 아이의 경우 학습, 학교 생활이나 주어진 일을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해낼 수 있고, 적절하게 놀이를 즐기며, 가족과의 관계나 친구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맺을 수 있다.

2. 어떤 경우에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는가?

어떤 한가지 증세를 보인다고 해서 비정상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실제로는 어느 정도의 증세를 보이는가, 즉 정도의 차이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을 나눌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것이 좋다.

  • 여러 가지 문제 행동을 동시에 보이는 경우
  • 나이에 적절하지 않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
  • 문제 행동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경우
  • 문제 행동을 교정하려는 부모나 교사의 노력에도 반응이 없는 경우

3. 소아청소년에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들

문제의 심각성이나 지속되는 정도, 또는 어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좋아지지 않는다는 관점 외에도, 아이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신호들은 다음과 같다.

  • 장기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비현실적인 불안, 염려, 두려움을 나타낸다.
  • 표정이 없어지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등의 우울증세가 있다.
  • 갑작스러운 기분이나 행동의 변화가 있다. 예를 들어 신중하고 사려 깊으며 대인관계가 좋았던 아이가 무책임하게 행동하거나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고 다른 사람을 적대시할 때는 심각하게 간주하는 것이 좋다.
  •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거나,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 밤에 안절부절 하거나 악몽을 자주 꿀 때, 아침에 너무 일찍 깨어 날 때 등 잠에 문제가 있다.
  • 입맛을 잃어 버리는 것과 같은 식욕의 변화가 있거나, 지나치게 먹어서 체중의 급격한 증가가 있으며, 또는 더러운 이물질을 먹는 이상한 모습을 나타낸다.
  • 지나친 자위 행위를 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에서 자신의 신체부위를 노출하는 경우, 또는 성(性)적으로 문란한 행동을 한다.

4. 정신의학적 평가가 필요한 경우들

위에서 설명한 것을 소아와 청소년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자녀에게 정신의학적 평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몇 가지 예들이다.

1) 소아

  • 또래에 비해 현저하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이 늦다.
  •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학습 성취가 안되어서 성적이 낮다.
  • 학업 성적의 급격한 저하가 있다.
  • 지나친 염려나 불안을 보인다.
  • 산만하고 주의 집중이 안되며 행동이 지나치게 많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 의 변화가 있거나 지속적 악몽이 있다.
  • 어른들에게 지속적으로 반항하는 모습이 있거나 훔치기, 거짓말, 난폭한 행동이 많다.
  • 상황에 맞지 않게 자주 떼를 쓴다. (떼쓰기)

2) 청소년

  • 학업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 술이나 본드, 부탄가스와 같은 약물을 남용한다.
  •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한다.
  • 수면이나 음식을 섭취하는 양상이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 여러 가지 신체 증상의 호소하는데 신체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다.
  •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이 있고 권위에 반항하거나, 무단결석, 가출 등을 한다.
  • 실제 체중은 정상이거나 말랐는데도 살찌는 것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 있다. (식이장애)
  • 지속적으로 우울하고 의욕이 없거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있다. (우울증)
  •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 폭발이 잦다.

5. 비정상적인 문제 행동을 덮어서는 안된다.

많은 부모나 교사들은 소아청소년의 문제행동에 대해 나름대로의 합리화를 하면서 실제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대개 다음과 같은 식으로 합리화한다.

  • 주변 사람들의 걱정하는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드러난 문제가 부풀려져 있는 것이지 실제로는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문제를 덮어버린다.
  •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고 자위한다.
  • 병원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상처를 주거나 문제행동을 더 심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특히 정신과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된다고 나름대로 생각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아청소년들이 정신과 방문 자체를 처음에 꺼려했더라도 치료가 진행되다 보면 부모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세워준 점에 오히려 고맙게 생각한다.)
  • 아이 자체가 원래 그렇게 태어나서 생긴 문제이므로 어떤 노력을 해도 어차피 해결되지 않는다며 미리 포기해버린다.

6. 부모/교사의 일차적 대책

물론, 개개의 문제행동에 따라 대책이 달라지겠지만, 다음의 일반적인 방법을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 아이의 생활 스케줄이나 환경을 변화 시켜주거나 조정해본다.
  •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관심과 칭찬, 그리고 보상을 해준다.
  • 따뜻하고 차분한 태도로 안심 시켜주고 격려해준다.
  • 아예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 방식으로 부정적인 행동을 무시한다.

부모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 주변의 친구, 친지, 교사나 다른 부모들과 상의해본다.  이런 공동의 노력 후에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거나 문제의 심각성이 높다면 즉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를 명심하자.

참고문헌

  • Kaplan HJ, Sadock BJ (1998) : Synopsis of Psychiatry - Behavioral Science / Clinical Psychiartry. 8th eds. Williams & Wilkins. pp 18
  • Schafer CE, Millman HL (1994) : How to help children with common problems. Jason Aro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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