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에 대하여 ABOUT AUTISM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이 글은 Autism99 Webconference에 게시된 "About Autism"을 영국의 The National Autistic Society의 동의를 얻어 번역한 것입니다. 읽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의역을 택하였으며, 일부 내용은 한국의 상황에 맞도록 가감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개인의 학습 목적으로만 사용하시고, 사전동의 없이 전문을 싣거나 부분을 인용하는 것은 금합니다.


- 목  차 -


II. 역사 HISTORY

자폐증은 새로운 것인가? Is Autism New?

자폐증이란 20세기 들어서야 고안된 용어이지만, 결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로나 윙(Lorna Wing)은 오래된 전설 중에, 요정이 인간의 아이를 훔쳐가고는 대신 요정 아이(fairy child)를 남겨두어 바꿔치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실제로는 자폐증에 대한 가장 초기의 언급이 아닐까 라고 말했다. 다음에 설명할 두 가지 예는 자폐증이 과거의 역사에도 확실하게 존재하였다는 것을 나타내준다.

주니퍼 수사 (Brother Juniper)

1226년에 사망한 아시스의 성 프란시스(Saint Francis of Assis)가 쓴 "성 프란시스의 작은 꽃 (Fioretti di Santo Francesco d'Ascesi)"이라는 책의 첫 영문 번역문이 1864년에 발간되었다. 이 영적으로 충만한 이탈리아 고전은 독자들을 성 프란시스와 그의 초기 문하생들의 특별한 기적으로 안내한다.

그의 선택된 제자 중 한 명이 주니퍼 수사인데, 그는 후대의 연구가들이 생각하기에 자폐증을 가진 사람의 전형적인 특성을 여러모로 나타내고 있다. 다음에 제시된 주니퍼 수사의 몇 가지 행동은, 그가 자폐증을 가진 사람임을 보여준다.

주니퍼 수사와 돼지 다리 (Brother Juniper and the pig's foot):

병에 걸린 어떤 수사가 "내가 돼지 다리를 먹을 수 있도록 당신이 도와준다면 좋겠어요.  나에게는 큰 위안이 될텐데...."라고 주니퍼 수사에게 요청했다. 그 말을 들은 주니퍼 수사는 여러 마리 돼지를 키우고 있던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 중 한 마리를 잡더니 칼로 한 쪽 다리를 자르고는, 다리가 잘린 돼지를 숲 속에 그냥 둔 채로 자른 다리만 가지고 숲 속에서 나왔다. 수도원으로 돌아온 그는 정성껏 돼지 다리를 씻어서 열심히 요리를 했다.

남의 부탁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literal interpretation)은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서 흔한 현상이다.

Juniper 수사와 시소 (Brother Juniper and the see-saw):

주니퍼 수사가 로마에 갔을 때, 그의 명성을 들은 많은 군중이 모여들었다. 이런 상황에 매우 당황하고 놀란 Juniper 수사의 눈에, 시소를 타면서 놀고 있는 두 어린이가 보였는데, 그는 거침없이 아이들과 함께 시소를 타고 놀았다. 이미 모여있던 군중들은 시소 타기를 멈추기를 기다렸지만, Juniper수사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시소 타는 데만 온통 주의를 집중했다.

이런 분명한 상동적인 행동(stereotypical behaviour)들은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유별나고 극단적으로 반복되는 행동 특성(behaviour traits)이다.

어떻게 Juniper 수사는 황홀경에 빠졌는가?

성 프란시스의 작은 꽃 7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어느 날 아주 열성적으로 미사곡을 듣고 있던 주니퍼 수사가 갑자기 무아지경에 빠졌는데 이 무아지경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제 정신이 돌아오고 나서는, 다른 수사에게 매우 흥분한 상태로 이야기하였다. "오, 형제여, 금으로 가득 찬 집을 얻는다는 희망 속에 온 세상의 진흙 바구니를 옮기는 것을 경멸하는 훌륭한 사람은 누군가요?"

물론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무엇이 그에게 무아지경을 일으켰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아마 이것은 간질 발작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간질은 자폐증과 자주 연관되는 상태(condition)이다.

아베론의 야생 소년 The Wild Boy of Aveyron (역자 주: 아베론은 프랑스 남부 지방의 지역 이름입니다.)

19세기까지는 자폐증의 세 가지 핵심증상(the triad of impairment)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한 것에 대해 인식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였던 것 같다.

1801년 1월 프랑스인 의사 Jean-Marc-Garpard Itrad는 숲 속에서 야생의 상태로 혼자 사는 약 12세 가량의 소년을 돌보게 되었다. 야생소년 빅터는 말을 전혀 하지 못했고,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인간과의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여겨졌다. 그가 자폐증이라는 것을 매우 강력하게 시사해 주는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 전혀 말을 배우지 못했다.
  • 순서에 대한 확고한 기호(decided taste for order)를 가졌다.
  • 자기가 사용하고자 하는 물체 쪽으로 다른 사람들을 잡아당겼다.
  • 건설적인 방법으로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지 못했다.
  • 빅터에게 특정 사회 상황(social context)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가르칠 수는 있었지만,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이전에 했던 행동을 반복했다.

빅터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Itrad 박사는 특수 교육의 아버지(the father of special education)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정상과는 다른 아이들을 교육한 첫 번째 사람이었다. 후대의 보다 많은 교육자와 심리학자들dl 빅터와 같은 사람들을 사회의 기능적 부분(a functional part of society)으로 만드는 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Itrad 박사의 이러한 생각은 그의 제자인 Edouard Seguin을 거쳐 Maria Montessori에게 전수되었으며, 현재에도 특수 교육의 방법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적인 생각 the modern thinking

우리는 이제 보다 더 합리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사용되었던 20세기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레오 캐너 Leo Kanner

1940년대까지 각각의 개인에 대해 연구하고 그들의 상태에 대해 서술하는 방식의 연구가 이루어졌다. 집단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행동 경향(behavioral trait)을 비교하고 공통점(similarity)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20세기 전반부의 마지막에 와서야 시작되었다.

미국 John Hopkins 대학의 정신과 의사인 Leo Kanner는 자신의 클리닉에 의뢰된 몇 가지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아이들에 대해 연구한 후, 이것을 그리스어의 자기(self)라는 단어에서 어원을 둔 자폐증(조기 영아자폐증 early infantile autism)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1931년 9월부터 1943년 2월 사이에 관찰한 11명의 아이들의 특징들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는데, 그 중 보편적인 양상들 (universal features)이 있어서 그것들을 진단에 결정적인 근거로 선택하였다.

그것들은 다음과 같다:

  • 다른 사람들과 감정적인 접촉이 심각한 정도로 결핍됨 (a profound lack of affective(emotional) contact with people);
  • 일상 생활에서 똑같은 것을 지나치게 고집함 (intense insistence on sameness in their routines);
  • 말을 못 하거나, 비정상적인 언어를 사용함 (muteness or abnormality of speech);
    물건들을 조작하는데 지나치게 매료됨 (fascination with manipulating objects);
  • 시공간적인 기술이나 기계적인 암기에는 높은 능력을 보이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주요한 학습 장애를 보임 (high levels of visuo-spatial skills or rote memory but major learning difficulties in other areas);
  • 매력적이고, 민첩하고, 지적인 외모 (an attractive, alert, intelligent appearance)

늦은 감은 있지만, 현재 Kanner의 선구자적인 업적은 많은 국제적 연구 활동의 초점이 되고 있다.

한스 아스퍼거 Hans Asperger

Leo Kanner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비엔나의 의사 Hans Asperger는 정상적인 지능과 언어 발달이 되어있지만 자폐와 유사한 행동(autistic-like behaviour) 및 사회적 기술과 의사소통 기술의 심한 결함(marked deficiencies in social and communication skills)을 가지고 있는 몇 명의 소년들의 행동 양상에 대해 기술된 논문을 출간하였다.

Asperger는 Kanner 증후군과 비슷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관찰했다:

  • Kanner가 보고한 11명의 소년 중에 3명은 전혀 말을 하지 못했고, 나머지 아이들도 거의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다. Asperger의 사례에서는 소년들이 마치 작은 어른(little adult)처럼 말을 잘 했다.
  • 전반적인 운동 통합 능력(gross coordination)과 미세한 운동 기술(fine motor skill)에 대해서도 불일치가 있었다. Kanner는 전자는 불량하고 후자는 매우 우수하다고 했지만 Asperger는 둘 다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 Kanner는 기계적인 학습(learning by rote)을 시키는 것이 자폐아를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지만, Asperger는 자신의 환자들은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므로, 자발적으로 매우 잘 성취한다고 보았다. (☞ 아스퍼거 장애)

현대적 생각과 접근들 Modern thinking and approaches

영국 Camberwell 지방에서의 Lorna Wing과 Judith Gould에 의한 보다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진 후, Kanner와 Asperger의 진단이 둘 다 옳았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런던 한 지역의 많은 수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Wing과 Gould는 Kanner증후군과 Asperger 증후군이 둘 다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넓은 영역의 질환의 한 부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autistic spectrum disorders)에 대한 개념이 생겨났고, '세 가지 핵심증상'(triad of impairments)에 대한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 처음 올린 날 2000. 1.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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