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는 없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얼마 전 저희 집의 우편함에 들어와있던 광고 전단을 보고 느낀 점을 몇자 적어봅니다. 다음 내용이 전단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특정 기관이나 단체를 비난할 목적을 가지고 이 글을 올리는 것은 아니므로 명칭과 관련된 부분은 익명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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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련의 효과

- 집중력, 기억력, 창의력 개발을 통한 학습능력 향상
- 우울증, 불면증, 노이로제 해소
- 밝은 성격, 뱃심강화, 대인관계 개선
- 성인병이나 비만, 불면증 등의 심인성 질환예방
- 치매나 뇌일혈 등 뇌질환 예방
- 흡연, 과음습관 자연적 조절
- 숙변제거, 변비해소, 피부윤택, 수족냉증, 각종 부인병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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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경탄할 만한 효과입니다. 노벨의학상을 수상해도 결코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군요. 이 광고를 신뢰할 수만 있다면... 늦기 전에 어서 여러분 모두 이런 수련을 하루 빨리 시작해야할 것입니다. 암 예방이라는 말이 없는 것이 조금 흠이군요.

저는 이 전단을 보고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광고를 본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고 매스컴을 통해서 활발한 홍보를 하고 있는 단체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저는 상당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수련에 대해서 저는 잘 모릅니다.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런 수련의 가치나 효과에 대해 평가절하할 마음은 결코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만병통치약을 파는 거리의 약장사와 다름이 없는 그 문구를 보고, 이런 종류의 수련에 대해, 혹은 이런 종류의 수련을 팔아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뭔가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는 건강을 미끼로 해서 해당되는 질병이나 고통을 받고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그들의 약한 부분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심하게 말하면 일종의 사기요 기만 행위입니다. 만약, 저와 같은 의사가 특정 치료법에 대해 이런 종류의 전단을 뿌렸다면.... 어떤 법적인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물론 윤리적,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또 그래야 마땅하고요.

그런데, 혹세 무민하는 이런 종류의 광고에 대한 감시와 통제는 과연 우리사회에서 되고 있는 것인지? 그대로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대단히 우려스럽습니다. 건강을 빌미로 해서 유사 의료행위를 거침없이 해대는 행태.. 그리고 버젓하게 광고하는 행태....

답답한 마음에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후기: 그 후로도 일정 간격으로 동일한 단체에서 보내는 비슷한 내용의 광고는 계속 우편함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 2000/01/0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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