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얼굴에 침 뱉기

최 영 www.DrChoi.pe.kr


인터넷 홈페이지의 각종 게시판에서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 홈페이지에도 심심치 않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근거없는 비방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가능한 삭제하는 선에서 참고 있습니다만... 익명성을 악용해서 저지르는 폭력이요 일종의 범죄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네티켓이란 인터넷 상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네티즌의 에티켓의 준말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 최소한의 예절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체험하면서 느꼈던 제 생각들을 몇가지 적어보겠습니다.

제 얼굴에 침 뱉기

얼마 전 아이가 즐겨보던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만화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저도 알고 있는 "칙쇼"와 '바가야로'외에 다른 욕설이 일본에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당히 널리 알려진 분이 그린 만화이기에 신뢰할 수 있는 내용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연 어떻습니까?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한다는 음식점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신문에 소개되기도 하며, 대인관계에서 걸쭉한 육두문자를 쓰는 것이 정(情)이 담긴 표현쯤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만.... 끈끈한 인간적인 끈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욕설은 상대방의 인격에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신체적 폭력 못지 않은 심각성이 있습니다.

2001년 3월 23일 경실련 홈페이지(www.ccej.or.kr) 게시판에서 올라온 세 개의 글을 먼저 읽어보시겠습니다. 물론 번호는 제가 편의상 붙인 것입니다.

1. 오마이뉴스에 의사대표 나왔다!! (작성자 의사새끼 2001-03-23 오후 1:20:33)

    ohmynews.co.kr 에 의사대표 나왔다.
    말하는 꼬라지 읽어보슈...
    괜히 국민들이 의사 싫어하나...
    더 말하기도 싫다. 가보셔들...

2. 중앙일보기사 보니 역시 의사새끼들 (작성자 그의사새끼 2001-03-23 오후 1:25:58)

    국민여론조사에서 누구책임인가를 물었다지?
    당연히 정부 정치인 이렇게 나가겠지? 근데 의사넘들도 껴있는거 당연하지...이런데 지들은 죽어도 반성안해요...약사들은 가만히나 있지...
    무조건 잘났다는거야..그럼 니조시 길어지냐? 평생 아픈 환자들보면서 인상이나 팍팍쓰고 살아라..
    참고: 나 약사아냐. 경실련아냐. 알바도 아냐. 내가 뭐 의사넘들한테 그런걸 배울줄 아나? 궁금하면 추적해봐라

3. 너희들은 개혁대상이니까 (작성자 시민 2001-03-23 오후 1:29:07)

    누가 니네가 의약분업하자고 했데?
    의사 니넨 개혁대상이니까 의약분업해야한다고 한거야.
    그만큼 썩어있으니까 하자고한거라구..그럼 잘못되왔던걸 고쳐야하는거 아냐?

의사새끼, 그의사새끼, 시민이라는 필명으로 조시 길어지냐는 식의 정말 걸쭉한 욕설을 하고 있군요. 글을 올린 사람이 의사에게 대단한 분노와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면...

이 글이 올라온 IP는 어디였을까요? (이 게시판은 IP가 감추어져 있습니다만, 검색기능을 이용하면 IP가 드러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게시판 프로그램의 버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검색결과 조회

    -------------------------------------------------------------------
    Korea Internet Information Service V1.0 ( created by KRNIC, 1999.6 )

    query: 210.119.*.* (뒷부분의 숫자는 익명처리함)

    [ IP 사용 기관 정보 ](아래를 마우스로 긁어보시면 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기관고유번호       : ORG7537
    기관명             : 경제정의연구소
    시도명             : 서울
    주소               : 서울시종로구종로5가25-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한마디로, 자신이 속한 단체가 개설한 홈페이지 게시판에 소속 단체의 컴퓨터로 이런 욕설을 올렸군요.

자기 안방에 침을 뱉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워서 침을 뱉는 사람이 설마 있으랴 했는데... 이 건을 보니 있긴 있나 봅니다. 이 사실은 비유하자면.... 제 홈페이지에 방문객들을 향해 제가 욕설을 한 것과 같습니다.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저는 처음 이 사실을 알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소위 깨끗한 이미지로 무장하고 사회여론을 주도해왔던 시민단체에서조차 이런 욕설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말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안방에서.... 그만큼 우리 사회에 욕설이라는 해악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 제가 놀랐던 것은, 이런 사실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에게, 해당 단체는 반년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실 입니다. 우리 사회의 욕설에 대한 무감각의 정도를 실감하게 합니다.

욕설이란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에 다름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네티켓을 지킵시다. (200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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