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장애아 부모는 서럽다

최 영 www.DrChoi.pe.kr


저에게 진료를 받는 10세 된 여자 아이 "민희(가명)"가 있습니다. 민희는 사고로 머리를 다쳐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간질 발작이 있고, 지능이 많이 떨어지는 상태입니다. 뇌성마비 증세도 있어서 보행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몸 운동이 부자연스럽고, 한시도 제자리에 있지 못하는 과잉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병원에 한번 올라치면 어른 두 명이 따라와야 할 정도로 바깥 출입을 할 때는 홍역을 치루어야만 한답니다. 물론 장애인으로 등록이 되어있습니다.

처방전을 들고 병원 밖의 약국에 가게되면 시간이 많이 걸릴뿐더러 이동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므로 병원 안의 약국에서 약을 타왔었는데(원내처방)... 의약분업이 실시된 몇달 후에는 아버지가 병원 밖의 약국에서 약을 타도록 해달라고 말했습니다(원외처방). 그 이유는 좀더 읽어보시면 알게됩니다.

그리고 제게 화를 냈습니다. 똑 같은 돈이라면 또 홍역을 치르며 병원 밖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갈 필요가 없는데... 괜시리 의약분업이 만들어져서 약 타느라 고생만 시킨다는 것입니다. (불합리한 제도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들어야 할 원망이지만, 환자나 보호자들은 달리 퍼부을 데를 찾지 못해 의사에게 푸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장애인은 의약분업 예외 조항에 해당되므로 현재의 의약분업 제도하에서도 원내처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원내처방과 원외처방의 경우 본인이 내야되는 액수가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원내 처방을 받을 경우 총 진료비중 55%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고 원외 처방일 경우 30%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종합병원에서 보행장애가 있는 파킨슨병으로 장기 처방을 받은 환자의 총 진료비와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알아봅시다. 60일치 약품을 원내 처방 받으면 총 진료비 46만4,120원 중 본인부담금이 25만5,260원, 원외 처방을 받으면 본인부담금이 14만50원입니다. 그 차이는 11만5,210원이나 됩니다. (인용: 후생신문 2001.2.12.)

그러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경제적 능력이 낮을 수밖에 없는 장애인으로서는 당연히 원외처방을 받을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문제는 위에서 예를 든 당사자가 보행장애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약국을 전전해야 합니다. 주사라도 맞아야 한다면, 약국에서 주사를 사서 다시 병원에 돌아와 주사를 맞아야 되는 고역을 치를 수 밖에 없습니다.

병원 입장에서 본다면 원내처방료에 비해 원외처방료가 보험공단에서 지불해주는 수가가 높기 때문에 즉, 원외처방이 수입 측면에서는 좋기 때문에 원내처방을 선호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사실 원내처방을 해서 이익을 보는 측은 보험공단이나 복지부입니다. 총 진료비에서 많은 %를 환자가 지불하므로 자신들이 부담해야할 돈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저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장애인의 경우 분업예외를 시킨 취지가 어차피 장애인 환자의 불편함을 덜기 위한 것인 만큼..... 원내처방을 받는 경우도 본인 부담금의 %를 원외처방과 동일하게 낮추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장애인의 불편함도 덜고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의 말은 이렇습니다.

"분업예외 환자는 특혜를 주자는게 아니라 선택 폭을 넓힌다는 취지에서 두고 있는 만큼 전적으로 병원이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사항이다. 요율의 차등을 없애는 것은 일반환자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만큼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인용: 후생신문 2001.2.12.)

저는 이 기사를 보고 정말 "복지"라는 이름을 가진 부처의 공무원이 한 말일까라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일반인과의 "형평성"을 말했는데... 왜 장애인을 의약분업의 예외조항으로 만들었는지, 즉 장애인의 불편함을 덜어준다는 근본취지를 망각한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누군가의 비아냥거림대로 "보복"부 공무원인가 봅니다.

현재의 불합리한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민희와 민희의 부모는 앞으로도 계속 "돈"과 "불편함" 중에 한가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아이와 실갱이하며 진료실을 나서는 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면서...... 장애인의 권리가 무시되고 있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장애인과 장애아 부모는 서럽습니다. (200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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