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사태와 관련한 시사포럼 인터뷰 (요약)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아래 글은 전남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기획간사로서 2000년 6월 19일 오후 5시 10분부터 약 15분 동안 광주평화방송의 PBC 시사포럼에 출연해서 인터뷰했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6월 19일 당시 이미 의대생들이 강의실을 떠났고, 전공의들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현실과 20일부터 개원의사들이 폐업을 하는 참담한 의료상황에 대한 개인적 의견이자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의 의견이기도 합니다. 물론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다 하지 못했답니다.

질문 1. 전공의가 사직서를 낸 현재의 상황에서 앞으로 의대 교수들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답) 개원의사의 폐업과 전공의의 사직문제에 대해서는 그들과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을 의과대학 교수들도 적극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저희들은 20일 이후 외래진료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응급환자를 포함한 최소한의 진료는 당분간 교수들이 직접 담당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사태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성의있는 조치가 없거나 의대생, 전공의를 포함한 의협회원들에게 법적인 제재를 강행한다면 모든 진료에서 물러나기로 6월 18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결의하였습니다.

질문 2. 정부당국과의 대화과정이나 앞으로의 대화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답) 1년전부터 현재까지 의사들은 정부 당국과 꾸준한 대화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로서의 저희들의 주장이 묵살되어 왔고, 의사들의 10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지난 6월 15일의 정부 답변이 너무나 무성의한 것이어서 현재는 대화가 중단된 상태로 알고 있으며, 20일이후 정부의 성의있는 태도 변화가 있을 때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로서는 협상에 대해 제가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3. 의대 교수들이 진료거부를 결의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현재로서는 학생이나 전공의들을 교수의 양심으로 떳떳하게 가르칠 수 없는 의료 환경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의사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학생의 질문을 받을 때 참담한 심정을 교수들은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기형적인 의료현실 때문입니다. 수십년간 일관되게 유지해온 저수가 정책으로 비의료보험 분야는 날로 팽창하고 질병치료의 핵심분야인 의료보험분야의 의술은 바닥까지 위축되어 왔습니다.

셋째, 대부분의 의사들은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봉사정신과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보람으로 견디어 왔습니다. 더 이상 의사들을 집단 이기주의자들로 매도하는 일부 언론과 자칭 시민단체에 대한 분노가 교수들의 요즈음 솔직한 심정입니다.

질문 4. 의사들이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먼저 의사들은 의약분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싶습니다. 정말로 선진국형 의약분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현재 의사들이 반대하는 것은 지금 보건복지부가 추진중인 기형적이고 왜곡된 의약분업안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현재 정부가 주장하는 표면적인 목적은 약물 오남용의 감소입니다. 그러나 숨어있는 본래의 뜻은 "값싼 의료서비스의 제공"과 "정부의 의료재정부담 감소"입니다.

현 정부안의 문제점은 1)약사의 일반의약품에 대한 배타적인 독점권과 한약투여를 허용하고 있어서 약사의 이중적인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2) 상담과 조언의 명목하에 약사의 불법 진료가 가능합니다. 3) 의료보험의 재정위기와 비용부담에 대해 정부의 책임있는 대책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의약분업안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질문 5. 의약품 분류에 대해 의사들과 약사들의 견해가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의사들의 주장은 무엇입니까?

답) 의사들이 주장하는 것은 선진국 수준으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분류하라는 것입니다. 현재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비율은 61:39로 알고 있으나, 최소한 80:20이 되어야 의약분업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현재의 보건복지부 안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환각을 유발하는 덱스트로메트로판이라는 약물이 20mg짜리는 전문의약품으로, 15mg함유된 약품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다른 예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시간관계상 더 예를 들지 않겠습니다.

질문 6. 임의 조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의사들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답) 말 그대로 의사의 처방없이 약사가 임의로 처방하는 것을 임의조제라고 일부 언론에서는 부릅니다. 하지만, 임의 조제라는 용어에는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제 의견으로는 약사에 의한 불법진료라는 용어가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의약분업의 근본 취지는 진료를 의사에게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약사법의 개정과정에서 불법진료의 길을 터놓은 것에 대해 의사들은 심각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질문 7. 약사법 39조에 대한 논란이 많던데, 과연 39조에 어떤 내용이 있습니까?

답) 약사법 39조는 의약품의 개봉판매 금지가 주 내용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예외 조항이 있습니다. 약국개설자가 일반의약품을 용기나 포장상태로 한가지 이상 판매할 때는 가능하다는 내용인데, 이것이 약사의 불법진료 혹은 임의조제를 허용하는 독소조항으로서, 의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8. 작년 5월 10일에 의사협회와 약사협회가 합의 사항을 의사들이 지키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합니다.

답) 그렇습니다. 1년여 전에 그런 합의를 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정부안은 기본 원칙, 대상기관, 약품분류, 약효동등성, 관련제도 개선 등 시민단체안에서 제시된 내용에 위배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약품 분류에 있어, 과학적인 연구를 거치지도 않았으며, 공정하지도 않았으며 원칙에서 벗어난 약품 분류, 일관성 없는 약품 분류를 하였습니다. 의료분쟁 조정법등 관계 법령도 제,개정하지도 않았으며, 행정적인 제반 준비 또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의사들이 약속을 파기한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의사들의 전문성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시켜온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질문 9. 모의테스트를 했다고 보건복지부는 주장하던데요?

답) 저희 병원만 해도 하루에 외래 환자가 수천명입니다. 그런에, 수십명의 환자를 대상으로만 시행한 것은 모의테스트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더우기 해당 환자에게 비용을 무료로 해주다 못해 식사를 제공하고, 서너 사람이 붙어서 안내를 하고, 병원 구내 약국에서 가져온 약을 의약품 배송센터에서 가져왔다고 허위로 선전했음이 일간지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런 형식의 모의테스트는 의약분업 시행전에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의사들이 주장하는 시범사업과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10. (환자와 보호자들이 의사들을 비난하는 녹음 테이프를 들려준후...) 이런 환자의 목소리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답) 의사의 한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에 오게 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의사가 할 일은 병든 환자의 치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병든 사회나 병든 국가도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할 일이라고 배웠으며, 의과대학생이나 전공의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결정 과정에서 수많은 고통이 있었으며, 결코 집단이기주의의 소산이 아님을 국민 여러분이 이해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주장할 수 있는 어떤 언로도 봉쇄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음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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