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밥통

최 영 www.DrChoi.pe.kr


먼저 매일경제에 실린 기사의 전문을 읽어보기로 합시다.

    [기자24시] 거리로 나선 의사들

    의사들이 결국 국민들을 볼모로 제 2차 `공습'을 감행했다. 전국 1만 8000여 병·의원 중 약 80%가 문을 닫은 채 참가한 대규모 집회였다. 의사들은 주장한다.

    그들은 지난 23년동안 처방전료 등 의료수가가 낮은 것을 인내하고 국민건강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이 에 따른 의사들의 엄청난 소득상실을 보전 대책없이 계속 밀어붙이고 만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그동안 의약품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윤이 주 수입원중 하나 였으나 의약분업 시행으로 이를 상실케 된 셈이다. 실제 동네의원들은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도입으로 매출이 감소해 지난 한해동안 서 울에서만 465곳이 폐업하거나 휴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사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이 느끼는 생존권 위기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리로 나선 의사들을 바라본 시민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더 차가왔다. `국민(환자)들을 볼모로 밥그릇을 더 챙기려는 집단이기주의 적 행동이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동네의원들의 수입이 30%나 감소했다는 의사협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그 정도의 수입감소가 생계 유지에 그토록 영향을 미 치냐는 것이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지난 2년동안 IMF로 인한 구조조정기를 거치면 서 30%이상의 봉급감액은 물론 아예 일자리를 잃기도 하는 피해를 감 내했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할 때 의사들의 구호는 `우리는 언제까지나 "황금밥통"이어야 한다'는 소리로 들린다는 반응이다.

    PC통신과 인터넷에 비춰진 의사들의 모습은 차라리 처절했다. 그동안 의사 집단들은 독점적 지위와 부를 누려왔는데 우리 사회의 ` 초고소득층'으로써 사회에 무엇을 기여했느냐는 지적은 물론 `이제는 혜택받은 만큼 인내해야 할 때'라는 충고도 쏟아졌다.

    집회 시점이 선거직전이라는 점을 들어 의사들도 선거철만 되면 각 정당앞에서 말도 안되는 주장들을 늘어놓는 집단과 다를 바 없다는 비 난도 있었다.

    네티즌에게 의사들은 더이상 `선생님'이 아니었다. 잇속을 챙기기 위 해 한 움큼씩 약을 파는 `아저씨'였다. 시위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 속에서 한 아주머니가 비아냥거리며 내던진 말이 생각이 난다. "도대체 얼마나 더 벌어야 속이 시원한거야" <나** 사회1부>

저는 볼모, 공습, 밥그릇, 집단이기주의, 초고소득층, 잇속, 아저씨, 비아냥, 도대체 얼마나 더 벌어야... 라는 단어는 언론에서 워낙 자주 들어보았기에 그러려니 했습니다만.... "황금밥통"이라는 신조어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한편의 코미디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의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인색하고 그 부정적인 태도의 원인의 일부를 의사들(물론 일부)이 제공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하며, 앞으로 거듭 태어나야 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비아냥과 조롱은 과연 그 의도가 무엇인지? 그 동기의 불순함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글의 필자가 소위 "기자"라는 사실에 더더욱 실망과 흥분을 금치 못합니다.

기자, 언론, 그리고 기사의 생명은 공정성에 있습니다. 객관성과 공익성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국민의 말이나 의견, 그것도 한쪽에 치우친 감정적인 단어를 나열(기자 자신은 자신의 말이 아니라 인용하였다고 주장합니다만.... ) 해 놓았고....

저는 이런 종류의 글을 쓰고 싶지 않지만... 그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싶습니다. 다소 과격하더라도.... 제목이 코미디고 난센스니까... 다시 한번 독자의 이해를 기대합니다.

  • 황금밥통이란 어떤 의미로 사용한 것입니까? X 눈에는 X 만 보인다고 하는데.... 기자 자신이 황금밥통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지키려고 혈안이 되어서 쓴 글로 이해해도 됩니까?
  • 지난 한해동안 서울에서만 465곳이 폐업하거나 휴업했다는 기사를 쓰면서... 그 정도로 생계유지에 지장이 있느냐는 내용은, 매일 경제가 폐간하더라도 기자의 생계에 지장이 없으므로 괜찮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됩니까?
  • 제가 기자들은 더이상 `기자님'이 아니고, 잇속을 챙기기 위 해 한치의 혀를 파는 `아저씨'라고 말을 해도 됩니까? 도대체 얼마나 더 씹어야 속이 시원한거야?라고 물어도 됩니까?

제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이 홈의 공간을 더럽히는 것 같아 망설였지만... 한국 의료의 붕괴를 지켜보면서, 그리고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의사에 대한 신뢰를 무책임하게 해치는 이런 사회 풍토를 바라보면서.....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한사람으로, 그리고 의대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의 한명으로서 뼈져리게 느끼는 고통의 결과로 쓴 글임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요지의 질문을 해당 신문의 게시판에 올렸으나,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곧 외국에 출국해야 하므로 바쁘다는 회신 외에 속 시원한 해명을 듣지 못했답니다.) (처음 쓴 날 2000/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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