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관련 기사를 읽고... [청소년의 연예인 추종]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 HOT 여고생 팬 멤버 부상 비관 자살 -
인기그룹 HOT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여고생이 부모의 꾸지람을 듣고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19일 오후 11시30분께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ㅈ아파트 202동 수위실 옆 계단에서 이 아파트 9층에 사는 김아무개(17·고3년)양이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주민 박아무개(61·여)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가족들은 김양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있은 HOT 콘서트에 다녀올 정도로 열성적인 팬이었고 숨진 날도 모방송사 음악프로에 방영된 HOT공연장면을 녹화하려다 부모로부터 핀잔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양은 유서에서 “내가 사랑하는 희준오빠가 다쳐서 지치도록, 눈물이 마르도록 울었다.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는 내가 싫다. HOT를 좋아하는 걸 이해해달라고 바란적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양이 인기그룹 HOT에 대한 열광적인 관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에 대한 원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한겨레신문 1999.9.20.일자)

10대의 연예인에 대한 관심과 추종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HOT의 공연 도중 수백명의 여학생들이 실신했다는 뉴스에 이어 자살했다는 뉴스까지 나오다니.... 얼마 전에 어떤 부모가 한탄을 했다. 제 부모 생일은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특정 연예인의 신상에 대해서는 외우다 시피하는 딸에 대한 푸념이다. 시험볼 때는 날새기 한 적이 없던 아이가 그 연예인의 공연 전날 피켓을 만드느라 날을 새고, 앞줄을 서기 위해 새벽같이 집을 나서더라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의 청소년 문화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부 지나친 행태에 대해서는 염려한다. 다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10대나 뉴스를 접하면서 못마땅한 태도로 혀를 차는 어른들에 대해서 더 걱정을 하는 사람이다.

현재 청소년 부모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40대와 50대는 어떠했는가? 물론 일부겠지만.... 당시 클리프 리차드의 유관순 기념관 공연에서 속옷을 벗어 던졌으며... (물론 이런 행동에 대해 당시의 기성세대들도 이런 아이들이 커서 세상이 어떻게 될까를 걱정하며 혀를 찼음이 분명하다).... 장발에 통키타, 고고와 디스코....등 당시에 유행하는 것들에 심취했던 세대들이다. 그 세대들이 이제 시대를 움직여가는 주체가 되었지만 20,30년 전의 기성세대가 염려한 만큼 세상이 어떻게 되지는 않았다.

이제 좀더 따뜻한 눈으로 현재의 청소년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 금지하는 것, 터부시하는 것.... 아이들을 극단적 행동으로 몰고 갈 뿐이다. 왜 10대가 그런 것들에 열광하는가.... 상업주의의 단순한 희생물로만 보지 말고... 그들의 입장에서 서서 이해해보자. 이해가 안되면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도 해보자.

"청소년의 에너지와 정열, 고뇌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우리들은 마련해주었는가?"를 이번 사건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다. (1999.9.20. www.DrChoi.pe.kr 정신건강 토론방에 실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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