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병을 남에게 알리지 않을 권리

최 영 www.DrChoi.pe.kr


환자의 권리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자신의 병을 치료받을 권리, 또 치료받지 않을 권리, 병에 대해 알 권리.... 등등... 저는 여기에 덧붙여서 자신의 병을 남에게 알리지 않을 권리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신과 환자와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처방전에 병명이 노출되는 것은 자신의 사생활을 보장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그 노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받을 권리마저 포기하는 상황이 올 것에 대한 심각한 염려를 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인용 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보건복지부에서 환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원외처방전에 병명을 기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환영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병명 대신에 질병분류기호를 기록하는 것을 적극 검토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질병분류기호는 말 그대로 숫자나 기호를 통해 그 병명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체계(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 제 10판에 따르면 대부분의 정신과 영역 질환은 F- 로 시작하는 기호로 표시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굳이 그 뒤의 숫자를 모르더라도 F만 붙으면 정신과 영역의 진단명이 내려져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게 됩니다. 즉, 보건복지부의 검토내용은 질병명을 직접 기록하는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행정편의를 위해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것에는 분노마저 느낍니다.

정신과 환자 이외에도 사회적 편견이 엄연한 에이즈, 간질, 간염, 성병, 유전성 질환 등에서도 이런 인권침해에 뒤따르는 치료받을 권리의 침해는 너무나 뻔하게 예측되는 것입니다.

    참고 기사 : 동아일보 게재일 : 2000-04-15

    7월 의약분업 실시와 함께 의사가 발행하는 원외 처방전에는 환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병명이 기재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약사단체와 소비자보호원 의료보험연합회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의료기관 처방전 제정회의를 열고 처방전 기재 방식을 논의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는 약계와 의보연합회가 환자의 복약 지도용 또는 진료비 심사용으로 처방전에 병명 대신 분류기호라도 기재해 줄 것을 요구함에 따라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환자가 처방전을 발급받은 뒤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을 수 있는 처방전의 유효기간은 이를 발행한 의사가 정하도록 했으며 약국의 처방전 의무 보관기간은 2년으로 하기로 했다.

    또 의사의 처방전 발행 부수는 약국 제출용과 환자 본인 보관용 등 2부로 결정됐으며 이에 따라 약국에서 의보연합회에 의약품료를 청구할 때는 처방전이 아닌 별도의 양식을 사용하도록 했다.

후기: 의약분업실시 후 정해진 처방전 양식은 환자의 질병기호를 기록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필자는 인권 선진국인 미국의 처방전 어디에서도 당사자의 자세한 신상과 병명을 기록한 부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처방된 약품의 조제에 필수적인 내용 이외에, 행정 편의를 위해 환자의 신상정보와 병명을 기록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자신이 환자라면, 자신이 보호자라면... 하는 가정법 아래 보건정책을 입안하기 바랍니다. 이는 의료의 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에 해당될 것입니다.

院外처방전 분류기호 기재를 반대합니다. (처음 쓴 날 2000/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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