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그리고 난센스 - 68억 줄인다며 540억 쓰는 나라

최 영 www.DrChoi.pe.kr


수진자 내역 조회의 결과는?

의료보험 재정의 파탄을 마치 의사들의 부당 청구 때문이라고 몰고 가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제 견해로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이 부분에 관해서는 다음에 밝히려 합니다).

좋습니다. 사실 실제로 진료받지 않은 것을 부당하게 보험공단에 청구하는 행위는 사법적 처벌을 받아서 마땅하므로, 그런 범죄행위를 색출하기 위해서는 수진자에게 내역을 조회하는 것도 한가지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최근 신문기사에 따르면 3월 중순부터 4백50만건의 진료비.조제내역을 환자에게 시범적으로 통보한 결과, 3천3백95건이 사실과 다르다고 신고 했다고 밝혀졌답니다. 제가 계산해보니 3,395 / 4,500,000 * 100 = 0.07544444 %...

그렇다면? 99.9% 이상은?

사실 0.075%도 사실과 다르다고 신고 된 것이지 아직 사실 확인이나 신고 당한 병의원이나 약국의 소명기회가 없었으므로, 부정행위로 간주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어쨌거나 이 자료를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병의원이나 약국의 99.9% 이상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사실 0.1%는 업무상의 착오로도 나올 수 있는 것이므로, 99.9%가 제대로 청구했다는 것은 상당히 모범적이고 양심적인 결과 아닐까요?

그런데, 보험공단의 엉뚱한 결론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4월부터 병원과 약국에서 받은 모든 진료 및 조제 내역이 환자에게 통보된답니다. 0.075%에 문제가 있다고 나왔으므로 전체를 조사해보아야 한다네요. 거꾸로 99.9%가 문제가 없으므로 다른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논리적인 결론입니다만.... 어쨌거나 어차피 우리나라는 그렇게 논리적이지는 않는 나라니까... 포기합니다. 어차피 이 글의 제목이 난센스 그리고 코미디 아닙니까?

68억 줄이려 540억을 쓰겠다는 나리들

이 0.075% 때문에 의료 재정이 파탄났다고 몰아세우는 분위기...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느낌입니다.

더 웃기는 코미디는 다음입니다.

한달에 4백5십만건(앞으로는 전 국민에게 발송되므로 이것은 최소로 잡은 숫자랍니다. 실제로는 월 4천여만 건입니다만, 저도 한편의 코미디를 공연하는 심정으로 과감하게 줄여서 계산하겠습니다)을 조회한다면 인쇄비, 우편요금, 인건비 등을 포함해서 한 건 당 최소 천원이 든다고 할 때 월 45억이 소모된다고 계산되네요. 일년이면..... 음, 540억이군요. 대단한 거액입니다. (최대로 깍아서 건당 조회 비용이 단돈 백원이라 해도 실제 월 4천여만건을 다 계산하면 액수는 비슷하지요?)

그러면 최소 1년 540억을 들여 얼마를 절약할 수 있을까요?

2000년 건강보험공단의 총 10조 5천 384억의 지출 중에서 보험 급여비의 지출은 9조321억입니다. 이 액수에 0.075%를 곱해 보렵니다.약 68억이군요. 대단한 코미디입니다. 68억을 줄인다며 540억을 쓰겠다네요. 나리님들의 생각입니다.

정말 웃음을 터뜨리다 못해 눈물이 나는군요.

불신의 비용

치료에 있어서 의사-환자의 신뢰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정부, 언론, NGO들은 의료문제의 주범을 의사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상당 부분 그런 의도가 성공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여론몰이와 마녀사냥은 대가를 치루어야 합니다. 의사들은 더 방어진료를 하게 되고 환자들은 의사를 색안경을 끼고 보면... 결국은 환자에게 피해는 돌아가고 맙니다. 잘 낫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요. 불신에는 또 다른 대가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불신의 비용은 누가 냅니까?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이런 난센스와 코미디를 지켜보면서..... 정신과 의사인 제가 우울증에 걸릴 지경입니다.

(여기에서 사용된 수치는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사만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건수의 %가 바로 금액의 %로 환산할 수는 없음을 밝힙니다. 보다 자세한 자료를 알고 계시거나, 제 계산에 오류가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쓴 날 2001/04/04)

- 후기 (2001/4/16) -

이 글을 쓴 이후의 아래 자료에 의하면 450만명에게 확인서를 보내서 총4,483건이 허위라고 회신되었습니다. 그 중 실제 진료내역과 다르다고 확인된 것은 813건이 있었답니다.

이 813건 중에서 의원이 258건, 병원이 6건이라니까 의사가 관여된 것은 총 264건.... 그럼 전체 의사 관련 병의원 조회건수인 총 2,047,343건 건의 몇 %가 되나요? 여러분이 계산해보시죠. 답은 맨 밑에 있습니다.

( : 출처 청년의사 2001/4/16)

◆ 진료내역 통보·수진자조회 추진상황 ◆
진료내역 통보건수
(2월 청구분의 10%, 4,514,056건)
회신건수
(482,956건)
2000명 현지조사 결과 부당청구로 확인된 건수(813건) 부당청구비율*
종합병원 1,573 130 217,694 0 264 0.27%
병원 78,950 8,321 6
의원 1,966,820 209,243 258
치과의원 268,104 29,227 29,534 215 215 1.63%
치과병원 2,255 307 0
약국 1,977,908 208,326 272 0.29%
한의원 167,651 19,742 62 0.7%

* 요양기관에 대한 회신건수 중 통보받은 진료내역이 실제와 다르다고 응답한 4,483건 중 현재까지 현지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2,000건에 대해서이다. 표에서 부당청구비율은 4,483건 전체에 대해 현지조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환산했을 때의 부당청구 건수를 계산하여 이를 전체 회신건수로 나눈 것이다.

(정답: 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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