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자들은 파파라치인가?

최 영 www.DrChoi.pe.kr


"파파라치"라는 단어가 영국의 전 왕세자비인 다이에나의 사망 소식과 더불어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 사생활에 관련된 사진 따위의 정보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사람을 일컬어 파파라치라고 부릅니다.

저는 얼마 전에 금강산 관광길에 북한 당국에 의해 억류되었던 어떤 부인의 소식과 더불어 그녀의 아들이 유람선에서 내리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같이 동반했던 가족으로 추정되는 어른과 함께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황급하게 뛰어가는 장면... 그 뒤를 수십명의 기자와 여러 대의 카메라가 뒤쫒아가는 장면 등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파파라치란 단어를 떠올렸답니다.

취재대상인 아이가 자신의 모습이 찍히는 것을 자신의 원하는지 여부나 그렇게 무분별하게 노출된 이후의 심리적 충격이나 후유증은 무시하고 무조건 특종을 쫓는 기자들의 행동...

과연 파파라치와 무엇이 다를까요?

그 뒤로도 언론의 취재는 계속되었고... 급기야 학교를 못나가고 외가로 피신해있었다는 그 뒷 소식도 언론에서는 아주 친절하게 다루어주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언론의 취재에 대한 부담 때문만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어머니와 다시 상봉하는 해피엔딩이었지만..... 과도한 언론의 관심과 취재 그 자체가 아이에게 또 다른 충격과 스트레스를 주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합니다.

아이들도 자신의 얼굴이나 정보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알려지는 것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법적인 보호자가 동의하면 괜찮지 않느냐? 또는 국민의 알 권리 등을 주장할 분도 있겠지만, 저는 이 결정 자체도 아이의 입장, 아이의 이익, 아이의 심리상태를 충분히 고려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관련된 신문 보도나 방송에서 다시 한번 파파라치란 단어가 떠올려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1999/07/19. 정신건강토론방에 올렸던 글의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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