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도 애완동물?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자녀의 정서발달에 관심이 있는 부모님들께서 심심치 않게 애완동물에 관한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동물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이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 같더군요.

애완동물과 함께 하는 삶은 아이들의 신체적 활동을 늘려주고 사랑, 충성심과 애정의 욕구를 만족 시켜줍니다. 애완동물은 아이를 자연과 연결 시켜주며, 생명에 대한 존중심을 가르쳐줍니다. 애완동물을 잃어버리거나 죽었을 때의 상실에 대한 경험도 아이의 성장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애완동물과의 긍정적인 경험은 자존심과 자신감 발달을 도와주며, 다른 사람을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인관계의 기초가 되는 등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을 몇 가지 소개하면서 애완동물과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관해 같이 생각해보겠습니다.

    금붕어 생일선물

오래 전 일입니다. 당시 유치원을 다니던 첫째에게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하던 필자는 금붕어 몇 마리와 작은 어항을 사다 주었습니다. 로봇과 자동차를 잔뜩 기대하던 아이는 그다지 반가와 하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부모입장에서는 스스로 만족하는 선물이었지요.

그 당시 아빠의 선택에는 나름대로 기준이 있었습니다. 금붕어 먹이를 주는 정도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지요. 물론, 어항을 청소하고 물을 갈아주는 일은 고스란히 아빠의 몫이었지만, 그 과정에 가능한 아이를 참여시켰습니다.

처음 애완동물을 고를 때는 어떤 종류이건 큰 상관은 없지만, 가급적 자녀가 직접 돌볼 수 있는 애완동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격적인 동물은 가능한 피해야 하며, 만 10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은 고양이나 개와 같은 큰 동물을 혼자서 돌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뒷감당이 두려워

큰 아이와 둘째는 지금도 가끔 씩 애완동물 가게 앞을 지날 때면, 작은 거북이부터 강아지에 이르기까지 충동적으로 사 달라고 요구하곤 합니다. 그때마다 필자는 뒷감당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음식은 누가 먹일 것인지, 누가 씻길 것인지, 청소는 누가 해줄 것인지, 그리고 아파트 규칙이 등을 아이들에게 상기시켜 주면... 대부분은 아이들이 먼저 꽁무니를 빼더군요.

애완동물 키우기는 일일이 부모가 감독해주어야 하며, 아이의 열정이 식으면 부모가 책임을 대신 떠맡아야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보면서 애완동물 소유에 대한 책임을 배웁니다. 부모가 둘 다 직장을 가지고 있는 저희 집의 경우에는 뒷감당이 두려울 수밖에 없답니다.

    작은 장례식

애완동물과의 만남도 반드시 헤어짐이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과거 필자의 집에서도 금붕어의 장례식을 몇 차례 성대하게(?) 치른 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헤어짐의 감정을 다스리는 경험을 했고, 죽는 게 뭔지, 왜 죽는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등 이별과 죽음에 대한 살아있는 배움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애완동물은 아이들에게 번식, 탄생, 질병, 사고, 죽음과 사별 등 인생에 대한 가르침을 줍니다.

    학습을 학습하다

베란다에 키우고 있는 금붕어는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에도 다가가는 사람에게 입을 쫑긋거리며 몰려들었습니다. 그것도 아침에만 그렇습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모른 척 유유히 수영을 즐기고만 있지요. 이런 금붕어의 모습을 아이들과 지켜보면서 기억과 학습에 대한 아빠의 일장 연설이 벌어지곤 했습니다만, "책에 보니 금붕어는 기억이 몇 초밖에 가지 않는다던데..."라는 아이의 지나가는 질문에 곤혹스러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도 강아지 한 마리 키워요!

며칠 전 TV를 같이 보던 둘째가 작은 강아지를 보고는 "아빠! 우리도 강아지 한 마리 키워요!"를 외쳤습니다. 추석에 시골에 다녀오면서 친척집에서 키우던 개를 만지며 좋아했던 기억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연유로 뒷감당할 자신이 없는 아빠는 또 한번 꽁무니를 빼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아는 필자로서, 이런 꽁무니빼기에 대한 미안함이 마음 한쪽에 남아있음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책임 있게 키울 수 없는 입장의 부모가 꽁무니를 빼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만, 이래서 개인주택 장만의 꿈이 생겨나나 봅니다.

어쨌거나 애완동물에 대한 문의를 하는 부모님께 대한 저의 긍정적인 답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부모님께서도 오늘 저녁 애완동물을 자녀에게 깜짝 선물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물론, 부모님이 뒷감당할 자신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말입니다.

- Global Dream 2002년 9,10월호에 [애완동물과 어린이 정신건강]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글입니다 -

다른 칼럼 읽기
HOME - 자료실 - 방명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