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와 "요법"이 오남용되고 있다

전남의대 정신과 최 영


최근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면서, 건강과 관련된 정보가 넘쳐 나고 있다. 언론보도나 광고, 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치료" 또는 "요법"이란 문구가 들어간 단어들을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필자는 의사이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치료"나 "요법"들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정신과 의사로서 진료과정에서 질문 받았던 것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보면(치료란 단어를 요법으로 바꾸어서 읽어도 좋다).... 놀이치료, 언어치료, 예술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무용치료, 운동치료, 치료레크리에이션 등 비교적 필자의 귀에 익숙한 것에서부터.... 전생치료, 색채치료, 독서치료, 원예치료, 특수치료, 자연치료, 치료견, 애견치료, 기공치료, 기치료, 향기치료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치료나 요법이란 단어는 몇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쓰여지는 것 같다. 가정이나 민간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의 가정요법이나 민간요법이란 단어는 일반인들도 흔하게 사용하는 말이다. 현대의학적 치료를 대신한다는 의미의 대체요법, 보완요법, 자연요법, 동종요법이란 말도 최근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치료하는 수단이나 방법을 의미하는 식이요법, 식사요법, 비타민요법, 운동요법, 향기요법, 약초요법, 약손요법, 수치요법, 생소금요법, 죽염요법, 숯가루요법, 테이핑요법, 추나요법, 수기요법, 허브티요법, 온열요법, 전위요법, 약침요법, 봉독요법, 대장세척요법, 발반사요법, 태극압봉요법도 있다.

필자가 잘 알지 못하는 생체요법, 로박요법, 정체요법, 해독요법, 분자교정요법, 면역요법, 외치요법, 이명요법, 증혈요법 등... 단어만으로는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치료" 또는 "요법"이란 말도 있다.

이런 저런 말을 보고 들으면서 필자는 문득 염려스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름이라는 상징(symbol)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거나, 또는 책이나 논문 제목만으로도 그 글의 상당 부분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료"나 "요법"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십중팔구 어떤 "치료효과가 있다"고 암시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치료(治療 treatment)의 사전적 의미는 병이나 상처를 다스려서 낫게 한다는 것이다. 요법(療法 therapy)은 병을 고치는 방법을 말한다. 굳이 이런 사전적 의미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치료"나 "요법"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1. 말 그대로 "치료 효과"가 입증되어야 한다.
특정한 치료(요법)는 특정한 질병이나 상태에 대하여 명백한 치료적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두었을 때와 비교해서, 또는 placebo라고 불리는 위약 또는 가짜 치료의 효과에 비교해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효과가 있을 때 치료(요법)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또는, 이미 특정 질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치료법과 비교해서 적어도 동등한 효과가 입증되어야 한다. 덧붙여서 한번의 실험이나 연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동일한 방법을 다른 사람들이 적용했을 때에도 비슷한 결과가 뒷받침되어야 그 치료효과를 증명할 수 있다. 내가 해보니 효과가 있더라... 식의 "카더라 통신" 또는 "체험담"으로 효과를 논해서는 안 된다.

2. 치료효과의 기전(mechanism이 규명되고 제시되어야 한다.
해당 치료법이 어떤 과정이나 경로를 통해서, 또는 어떤 이유로 특정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 과정은 해당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서 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을 발견하고 개발해낼 수 있다.

3. 치료의 적응증(indication)이 제시되어야 한다.
만병통치는 없다. 앞에서 인용한 "치료"나 "요법" 중에 모든 것에 다 좋다는 식의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가 있다. 해당 "치료"나 "요법"이 어떤 상태에 대해 효과가 있고 사용되어질 수 있는지를 선택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4. 치료의 금기증(contraindication)이 제시되어야 한다.
모든 "치료"나 "요법"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특정한 치료에 의해 건강이 악화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치료"나 "요법"은 어떤 어떤 경우에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거나,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는 금기사항이 필수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우리는 매일 물을 마시고 살며, 물을 마시지 않으면 죽는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물을 마시는 것을 "물치료" 또는 "물요법"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인간은 매끼마다 음식을 먹고, 오랜 동안 굶으면 건강을 해치게 된다. 역시, 우리가 밥을 먹는 것을 "식사치료"라고 부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익히 알고 운동을 하지만, "운동치료"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물치료", "식사치료", "운동치료"라는 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앞에 언급한 몇 가지 최소한의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런 이유로 현재 한국사회에서 "치료"와 "요법"이란 단어가 오남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치료"와 "요법"의 오남용이야 말로, 잘못된 건강정보 중의 하나일 수 있다. 일반 대중들이 효과가 입증되지 못한 "치료"를 맹신하고, 그 "치료"나 "요법"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 그래서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거나 건강을 해치는 것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 2002/0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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