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우울하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중학생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많은 아이들의 왕따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괴로워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처음에 자살하려 수면제를 먹으려 까지 했었지만, 갑자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젠 스스로 팔목에다가 칼까지 들이댑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칼을 놓기도 하고, 그렇게 여러 번 반복되어 갑니다. 이젠 정말 모든 게 괴로워집니다. 이젠 성격마저 부정적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남들이 웃어도 전 웃어지지가 않고 남들이 울 땐 울어지지도 않고... 부모님께 선생님께 호소해도 저에게는 명쾌한 답이 얻어지지 않습니다. 모두들 그러려니... 살아가면 그렇게 겪는 일도 있으려니... 하고 모든 것을 세월 탓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당하는 당사자의 기분을 모르는 채 말하는 그런 사람들이 무지 싫습니다.

고등학생입니다. 몇 달 전부터 기분이 우울하고, 쉽게 변하며, 좋아하던 PC게임과 농구에도 별 흥미를 가지지 못하겠습니다. 집중도 안되고. 재미도 없고, 따분하고..... 하고는 싶은데 막상 하려 하면 왠지 모르게 하기 싫고, 두렵습니다. 집중력도 떨어졌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사람 만나기도 싫고, 전화 받기도 싫고, 그냥 이유 없이 사람과의 대화 시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갑자기 슬프기도 하고 화도 치밀고 두렵기도 하고.... 왜 이럴까요?

청소년 우울증 얼마나 흔한가?

우리나라의 도시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된 2001년의 한 연구에서, 청소년 3명 중 1명은 우울증상을 보이고 이중 20%는 정신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청소년 4명중 1명은 최근 2주 동안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고, 남학생의 3.3%, 여학생의 7,3%가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울증"이란 무엇인가?

우울이란 슬프고, 침울하며, 비참하거나 절망하는 등의 감정 상태를 특징으로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여러 시점에서 일시적인 우울감을 겪게 된다. 그렇지만, 병적인 우울증이 있는 십대들은 정상적인 슬픔이나 우울의 범위를 넘어서는 여러 가지 증상들 때문에 고통받게 된다. 우울증을 앓는 청소년들은 우울한 감정 외에, 불안이나 지나친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심한 우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우울한 모습이 없이 짜증스럽거나 언짢아 보이기만 할 수도 있다.

우울증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2주 이상 심각하게 지속되는 주요 우울증(major depression)과, 이보다 경미하지만 더 오래 지속되는 기분부전장애(dysthymic disorder)가 그것이다.

청소년 우울증의 신호들

일반적으로 청소년의 우울증에 대한 신호는 다음과 같다.

일상 활동에 대한 관심 또는 흥미를 상실하는 것, 너무 적게 혹은 너무 많이 자거나 먹는 것, 결정을 내리기 힘들고 집중하기가 곤란해지는 것 등이다. 무가치감, 죄책감, 또는 분노가 자살 또는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우울한 시기 동안, 청소년은 슬프고, 눈물을 자주 흘리며, 평소와 다르게 동작이 느려진다. 자발성이 줄어들고 기분이 불안정해 보일 수도 있다. 자신의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동작은 느리고, 말에서는 절망감과 좌절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멍청해" 또는 "아무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아" 혹은 "나는 나쁜 놈이야"와 같은 말을 자주 한다. 우울한 십대는 신체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기분부전장애 상태의 청소년들은 더 경미한 우울 증상을 일년 이상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만성적으로 우울한 기분이 청소년의 가정-학교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영향을 주어서, 매사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만일 청소년의 기분이 지속적으로 저조하거나, 자신의 삶과 미래를 어둡고 황량한 것으로 바라본다면, 우울증 상태일 가능성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청소년 우울증의 후유증

우울증은 청소년의 사회적, 학업적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우울한 청소년들은 대개 학업 성적이 떨어진다. 청소년들은 집중할 수 없게 되며, 자신이 학업을 따라갈 수 없는 절망적인 상태에 놓여있다고 믿게 되어, 수업에 소홀하거나 빼먹기 쉽다. 기진맥진되고 무능력함을 느껴, 다른 활동에 대한 관심도 상실하게 되어 결국은 그만두기도 한다.

우울과 절망감은 자해행동이나 자살시도로 표출될 수도 있다. 우울증 청소년들은 술, 담배, 또는 다른 약물을 남용하기도 하며, 과도하게 컴퓨터에 몰두하기도 한다. 등교거부, 가출, 폭력과 같은 비행 행동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청소년들은 왜 우울할까?

우울증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원인을 가진다. 유전과 뇌의 생화학적인 취약점에서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일부 우울증 청소년들은 어린 시절에 부모 또는 다른 중요한 사람의 죽음이나 상실과 같은 환경적 스트레스를 겪었다. 부모에게 폭행 당하고, 거절당하거나, 엄격하고 처벌적인 교육을 받았고, 부모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을 수도 있다.

우울증은 문제에 부딪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좌절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자신, 환경, 미래에 대한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태도가 우울을 심화 시킨다.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

앞에서 언급한 우울증의 신호가 나타난다면,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증상들이 심각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청소년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그의 슬픔을 이해하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관심을 나타내고 도움을 주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청소년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

부모나 교사들은 청소년이 왜 그런 상실감이나 패배감을 느끼는지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으므로, 청소년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청소년의 입장에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즐길 수 있고 성공적으로 잘 해낼 수 있는 활동들을 가르쳐준다. 작은 성취를 인식하게 해주고, 능력을 칭찬해 줌으로써 자존심을 높여준다.

만일 증상이 오래 지속되어 일상활동에 지장이 초래되거나, 자해 행동이나 자살 충동이 있는 경우, 그리고 부모나 교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즉각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정신치료, 집단치료, 가족치료 등이 시행될 수 있으며,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에는 약물치료가 꼭 필요하다. 우울증은 80-90%가 치료될 수 있는 비교적 "잘 낫는" 질병이다.

-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발행 월간 "가정의 벗" 2002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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