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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아이의 항문 먼저 드려다 보는 아빠


첫 아이의 출산 예정일에 맞추어 정기휴가를 신청하였습니다. 예정일이 설(당시에는 구정이라고 불렀지요?) 며칠 전이었기에 연휴까지 끼워 넉넉하게 일정을 잡고 춘천의 부대를 떠나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와 비슷하게 처는 친정에 가 있었기 때문에 며칠간 처가에서 먹고 자고... 그러면서 첫 아이를 기다렸습니다. 대개 하는 일은 출산 전 운동을 하느라 아파트 계단을 같이 오르락 내리락거리는 정도였답니다. 인절미가 맛있다며 많이 먹어서 생긴 배탈을 진통으로 오인해서 산부인과도 들락거렸는데, 제 자신의 일로 닥치니까 학창시절 산부인과 강의와 실습 때 배웠던 지식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초산부라서 예정일을 훌쩍 지나버렸고 휴가의 말미가 다가오자 초조했습니다. (이 녀석이 처음부터 아빠 속을 썩이다니?) 어쨌거나 예정일을 며칠 지나서 진짜 진통이 시작되었고, 진행이 느려서 분만촉진제가 들어가고.... 고생고생 끝에 첫 아이가 탄생했습니다. 그 동안 제가 한 일이라고는 아빠의 첫 선물로 장난감 강아지 하나를 사놓은 것이 다랍니다. 역시 아빠들은 마음 졸이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더군요.

그렇게 해서 무사히 부대로 복귀했었고 휴가 후 첫 출근을 했습니다. 같이 근무하던 일반외과 군의관이 물었던 질문입니다.

"어이, 최 대위. 아기 몸 중에서 어디를 처음 봤어? 나는 똥구멍부터 봤다니까"

신생아의 외과적 질환 중에 항문이 막혀있는 병이 있습니다. 외과 전공의 시절 제일 답답한 경우가 이 항문이 막힌 아이들이었기에 자신의 첫 아기 출산 때 그곳부터 보게 되더라는 것이지요. 성형외과 의사들은 언청이가 아닌가, 정형외과 의사들은 육손이 아닌가 먼저 드려다 본다는 농담도 뒤따랐습니다. 아이의 선천성 기형이나 장애에 대한 걱정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저요? 당시에 제가 한 대답입니다.

"아이를 보기 전에 먼저 마누라부터 봤어. 왠지 그래야 될 것 같더라고..."

(덧붙이는 글: 그렇다고 해서 저는 애처가나 페미니스트에 속하지는 못합니다. 아들이냐 딸이냐 보다도, 자식의 건강이나 기형여부 보다도.... 아내의 건강이 더 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기주의의 발로일 뿐이랍니다.)  (199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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