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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크로노스와 제우스


그리스-로마 신화를 잠깐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제우스(혹은 주피터)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이 드물 것으로 생각되네요. 이 제우스는 올림포스 산에 사는 신들과 이 땅의 모든 인간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힘과 권력을 가진 '신중의 신'입니다.

이 제우스신에게도 아버지가 있었는데, 크로노스(혹은 새턴)라는 이름의 티탄(혹은 타이탄, 거인이나 괴력이라는 뜻으로 영화 '타이타닉'에 나오는 거대한 배의 이름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신족(神族)이었습니다. 이 크로노스에 대한 전설 중에는 그가 자신의 자식을 잡아먹는 괴물이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여러 형제-자매들은 태어나는 족족 잡아먹혔는데, 제우스만이 잔혹한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먹히는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나중에 어른으로 성장한 후 폭동을 일으켜 아버지를 쫓아내고 그 강력한 권좌를 차지했습니다.

자신의 자식을 잡아먹는다는 이 신의 이름에서 라틴어의 시간(chron- 혹은 chrono-란 말은 영어에서 시간과 연관된 단어의 머리맡에 붙는답니다.)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습니다. 시간은 "시작이 있는 모든 것을 끝나게 하기 때문"이랍니다.

자식이 태어났다는 것은 일면 새로운 생명의 시작임에 틀림없지만, 그 생명을 탄생시킨 부모의 삶의 빛은 앞으로 점차 약해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너무 심한 비약인가요?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신화를 대입해본다면... 자식에게 그 자리를 내주는 것이 우리의 운명입니다만, 어떤 아빠는 자기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 크로노스 자신은 스스로의 삶의 빛과 힘이 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자식들을 먹어치웠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크로노스처럼 자식의 삶을 방해하고 숨막힌 요구를 해대는 나쁜 부모, 아니 이기적인 부모가 될지, 혹은 잠재력을 키워주고 기회를 제공하며 든든한 뒷받침이 되는 좋은 부모가 될지 의문이 생겼답니다.

제가 첫 아들의 출산 후에 돌아간 텅 빈 춘천의 이층 셋방에서 혼자 밥 차려 먹으면서.... 머리 속에 떠올려본.... 신화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드렸습니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갑니다. (199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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