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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정신과 의사 아들들은 불쌍해....


이 글의 제목은 제 큰아이가 얼마 전 했던 말을 옮겨 적은 것입니다. 제게 직접 한 이야기는 아니고요, 엄마에게 했던 말인데..... 제게 다시 그 소식이 즉각 전해졌습니다. "정신과 의사 아들들이 불쌍하다니?"라고 의문을 가질 분도 있을 것 같아 그 상황을 설명 드립니다.

요즘 아이들은 전자오락을 좋아합니다. 저 자신은 이 전자오락을 즐겨하지는 않습니다. 진실을 말하자면 잘하지를 못합니다. 80년대를 풍미했던 갤러그 정도를 겨우 맛본 구세대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게임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기 때문에 제가 먼저 자발적으로 게임기나 게임 CD, 혹은 게임관련 잡지를 아이에게 사주는 편이었습니다.

이번 주 초 6학년 교과서를 받아들고 온 큰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처음으로 SEGA 비디오 게임기를 사준 것을 필두로 해서 몇 개의 게임팩을 사주었고, 컴퓨터 게임시디도 꽤 여러 장, 그리고 손안에 들어오는 포터블 닌텐도, 게임 관련 잡지 등... 꽤 돈도 많이 들였군요. 대개는 크리스마스나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 그리고 학교에서 상을 받거나 시험점수를 잘 받아온 때 등... 일종의 상으로 아이에게 게임이 주어졌답니다.

그런데 이 게임 문제로 아이와 지속적인 실랑이가 있어왔답니다. 즉, 게임을 주고 빼았는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진 것이지요. 바람직한 행동에는 보상으로, 반대의 경우에는 게임의 즐거움을 박탈하는.... 소위 행동치료의 기법을 제가 사용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현재는 비교적 아이 스스로 통제를 잘하는 편이 되었기에 그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습니다만...

얼마 전 가족이 차를 타고 쇼핑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차를 타고 있는 시간 내내 큰 아이가 포터블 닌텐도에만 몰두하고 있었고, 그것이 너무 심하다고 판단한 제가 아이에게는 보물에 해당하는 그 물건을 압수(저는 즉각적인 행동수정을 한 것입니다만, 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압수당했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했고, 며칠 뒤에 돌려주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아이가 누구누구는 불쌍하다는 불평을 엄마에게 털어놓게 된 것이지요. 이 말을 전해 들은 저의 느낌은 "아... 내가 뭔가 잘못했구나..."였습니다. 아이의 행동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아이의 마음이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스스로 통제하는 결과에 중점을 둔 나머지 그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것이라고 봅니다. 아이에게 따뜻한 태도로 설명하고, 빼앗기는 억울한 감정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야 할 것입니다.

어쨌거나.... 그 과정에서 아빠의 모습이 아이에게는 앞글에서 소개한 크로노스로 보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다음에 크면 이런 말을 들려주어야겠군요.

"정신과 의사 아빠들도 불쌍해..."  (199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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