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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뱃속에서 부모 속을 썩힌 사연


임신한 엄마로서는 산전 진찰이 필수적입니다. 아이와 산모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어서, 문제가 없다면 안심하면 되는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가능한 빨리 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를 얻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됩니다.

첫아이가 그랬듯이 둘째를 가진 후에도 개인 산부인과 의원을 정기적으로 다녔습니다. 근무하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진료비 할인이나 절차의 편리함도 있겠지만, 평소에 환자가 심각하지 않은 질병으로 3차 의료기관에 몰리는 우리 나라의 현재 의료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인병원을 택한 것입니다. (제 가족의 진료를 개인병원에서 먼저 받게 하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왜 그러냐는 질문도 받고, 집안에서도 가족의 건강에 소홀한 아빠 아니냐는 의심도 받습니다만... 하여튼 개인의원을 먼저 이용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산전 진찰 과정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담당 원장님이 소견서를 써 주면서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했다며.... 아내는 심각한 목소리로 연락을 했습니다. 초음파에서 아이의 신장(콩팥)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콩팥에서 만들어진 소변을 내려보내는 부위가 정상보다 커져 있는 현상으로 의학적으로는 수신증(hydronephrosis)라고 불립니다. 태내에 있는 아이의 콩팥 안에 있는 조그만 부위의 이상을 발견하다니? 초음파 분야가 장족의 발전을 했음을 새로 알게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소아과와 비뇨기과 책을 모처럼 다시 섭렵하고, 인터넷의 자료를 검색하고, 팔자에 없는 콩팥 공부를 일단 열심히 한 후, 대학병원의 산과 교수님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그 결과는 역시 "이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계속 주기적으로, 그리고 보다 자주 대학병원 산부인과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초음파 검사는 반복되었지만 검사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늦둥이가 생겼다는 소식이 자연스럽게 주위 동료나 직원들에게 알려졌지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둘째의 진료과정을 경험하고 지켜보면서.... "아! 이런 것이 아픈 아이를 가진 부모의 심정이구나..."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답니다. 그리고 진료하신 산과 교수님에게 아이의 문제를 전적으로 맡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더 이상 책도 찾아보지 않았고요....

아는 것이 힘이지만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 심하게 우왕좌왕하는 부모도 많습니다. 사공이 여럿이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속담....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심각한 이 문제를 한 명의 전문가 사공에게 맡긴 것이지요.

하지만, 결코 모르는 것이 약은 아니랍니다. (199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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