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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롱다리는 싫어....


요즈음 아이들은 무척 키가 큽니다. 평균 신장이 점차 커지는 것도 이유겠지만, 다리를 길게 보이도록 옷을 입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리가 길어 보이는 옷', 즉 롱다리 바지나 치마를 문구로 아이들을 유혹하는 교복 선전도 등장했지요. 키 높이 구두란 것도 있습니다. 신으면 5-6cm 정도 커 보인다는데, 언제부터인가 구두 코너의 한 쪽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더군요.

키가 커진다는 운동기구를 버젓이 선전하기도 하며, 정형외과에서 수술적인 방법으로 다리뼈를 키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끔 진료실에서 성장호르몬 투여에 대해 문의하는 부모님도 계시더군요. 현대는 롱다리의 시대임에 분명합니다.

콩팥 문제로 초음파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과정에서 둘째의 롱다리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초음파로 아이의 대퇴골의 길이를 재보니 90백분위수(percentile)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같은 또래 100명을 키 순서대로 세워놓았을 때 큰 쪽 10%안에 든다는 의미랍니다.

롱다리니까 좋은 것 아니냐고요? 천만의 말씀....

그래서 아내는 또 다시 날짜를 잡아 당뇨병 검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지나치게 큰 것은 엄마의 당뇨와 같은 신체질병이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침을 굶고 와서 설탕물을 마시고 서너 시간 동안 계속 검사를 반복해야 했답니다. 검사 자체야 별 것 아니지만... 검사에서 이상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염려가 문제였습니다.

짜식....(당시에는 사내아이인지를 몰랐으므로 이 용어는 적절하지 않군요. 당시 알려고만 들었으면 아들인지 딸인지를 알 수 있었겠지만... 그런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법적으로 원칙을 벗어난 것이랍니다. 천기누설입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은 앞으로 결코 알려고 하지 마십시오.)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부모 속을 썩히는군... 두고 보자.... 다행히 당뇨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으므로 그래저래 해서 롱다리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그 후 분만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조그마한 롱다리 사건을 알리 없는 분만실 수간호사가 축하의 의미로 제게 "롱다리네요"라고 인사말을 했답니다. 전혀 반갑지가 않더군요.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한 저의 생각입니다.

롱다리는 싫어.....  (199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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