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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붕어 빵, 그러나 속과 맛이 다르다.


붕어빵이나 국화빵을 드셔보셨나요? 같은 형태의 틀에서 만들어진 같은 모양과 같은 맛.... 요즈음에는 값을 올리기 위해서인지, 혹은 언어의 인플레이션 때문인지... 황금잉어... 식으로 모양과 이름이 바뀌었더군요.

요즈음도 두 아이의 사진첩을 넘기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막 태어난 신생아 때 포대기에 싸여서 잠자는 모습을 찍은 두 사진의 모습이 똑 같다는 것입니다. 물론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남에게 사진을 보여주면 똑 같은 아이 사진이라고 대답을 할 정도니까... 아, 이래서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국화빵이나 붕어빵 찍어냈다고 이야기를 하게 되는구나 라고 느낍니다.

그런데, 그 모양이 똑같은 붕어빵이... 속과 맛은 서로 다르더라는 것입니다. 이 맛이 다른 붕어빵들을 보면서 기질(氣質 temperament)에 대한 산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질이란 아이들이 주변 사람이나 주어진 상황에 대해 반응하는 나름대로의 특징적인 유형을 말합니다. 대개 타고난 것으로 봅니다. (기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정신건강칼럼의 속담으로 풀어본 정신건강 "물과 아이는 트는 대로 간다"에서 읽으실 수 있답니다.) 형제간에도 서로 다른 기질을 가진다는 것은 다섯 손가락의 모양이 서로 다른 것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둘 다 활동수준(activity level)과 규칙성(rhythmicity or regularity)은 비슷했답니다. 비교적 조용하고 규칙적으로 잠자고.... 그래서 낮에 직장 나가는 엄마, 아빠에게 효도 안 했다가는 국물도 없음을 미리 알고 태어난 아이들 같더군요.

하지만 첫 아이는 새로운 자극에 대해서 회피(withdrawal) 반응을 주로 보였는데, 둘째는 접근(approach) 반응을 보였습니다. 낯선 음식이나 장난감에 대해서 첫째는 선뜻 나서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둘째는 호기심도 많고, 주는 대로 덥석덥석 받아먹고 장난감도 일단 만져보고 두들겨보는 방식으로 반응했답니다. 첫째를 키울 때는 집안의 가전제품도 깨끗하고 고장난 것이 없었는데, 둘째를 키울 때는 모든 서랍이란 서랍은 안 열어지도록 방비를 해야했고, 현재도 TV에 스카치 테이프가 더덕더덕... 장난감도 부서진 것 투성이고, 드디어 카세트가 박살이 나고... 하여튼 많이 다르더라는 것입니다.

반응 역치(threshold of responsiveness), 반응의 강도(intensity of reaction), 그리고 주의산만성(distractability)이 가장 많이 차이가 났답니다. 첫 아이는 잘 먹지 않아서 골치를 썩혔는데... 예를 들자면 우유를 먹는 동안에는 먼저 전화코드를 뽑아야 했고, 심지어는 인터폰이나 초인종의 스위치를 내려야 했답니다. 먹다가 작은 소리만 나도 먹는 것이 중단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둘째는 주위에서 난리법석이 벌어져도 꿀꺽꿀꺽 빠는데 열중하였고, 심지어는 추운 겨울날 시내를 엄마, 아빠에게 매달려가면서도 잘 먹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기질의 구성요소에 따라서 제가 분류해본 제 아이들의 기질 유형도 다르답니다. 첫 아이는 천천히 반응하는 아이(slow-to-warm-up child).... 둘째는 쉬운 아이(easy child)에 해당되더군요.

첫째는 새로운 변화에 서서히 반응하고, 수면과 음식섭취가 심하게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쉬운 아이보다는 까다롭고, 새로운 자극에 대해서는 비교적 부정적으로 반응을 했답니다. 물론 부모가 압력을 주지 않으면 점차 그 새로운 자극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새로운 것, 새로운 변화에 반응을 잘하고, 규칙적으로 잤고, 그리고 새로운 음식도 덥석덥석 받아먹고, 뜻대로 안되더라도 짧게 칭얼거리다가 쉽게 포기하고... 순하고 언제나 행복한 표정의 아이였답니다. 순둥이, happy baby, 산쵸, 땔나무꾼 등등이 주위에서 얻어들은 별명입니다.

이런 기질이 의미하는 중요한 점은 이런 아이들의 행동 특성이 부모의 다른 반응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행동에 따라서 엄마 아빠가 달라지더군요. 즉, 아이들이 환경을 적극적으로 지배한다는 것이지요. 이 기질에 대한 연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부모가 부모 자신의 틀에 따라 아이를 지도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기질에 맞추어서 양육을 해야한다는 것이랍니다.

당신이 찍어낸 붕어빵들의 맛은 어떤가요? 혹시 속과 맛이 서로 다르지 않습니까? 다르다면.... 그 맛에 맞춰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셔야 한답니다. (199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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