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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거짓말


(요즈음 "거짓말"이란 영화가 사회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거짓말"이란 제목이 저 자신의 몇 가지 생각을 일깨워 주었기에 이 글을 남깁니다.)

일반인이나 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소아, 청소년의 정신건강 혹은 부모나 교사 역할 등에 관한 강의를 할 기회가 가끔씩(?) 있습니다. 의대나 병원의 빠듯한 일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부 강의를 주업으로 하는 것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만 외부에 나가므로 그다지 잦은 편은 못된답니다.

이런 종류의 외부 강의를 다녀오고 난 후, 아이 엄마에게 들었던 말이 있답니다. "오늘은 무슨 거짓말을 하고 왔느냐?" 소위 자신도 실천하지 못하는 지식 위주의 강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되겠습니다. 평소에 강의하면서 스스로가 느꼈던 "과연 나는?" 이란 일인칭 질문이 인칭만 달리해서 제게 되돌아 온 것입니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 (홈페이지 주소 http://user.chollian.net/~fathers1 )에서 제시한 좋은 아버지 되는 방법 12가지에 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려 합니다.

1. 자녀와 여행하는 아버지가 되자 :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만들어서 좋은 관계를 맺어나가자는 취지로 생각됩니다. 물론 저 자신이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주었는지 모르지만, '아빠와의 좋은 추억'이 될만한 여행을 같이했다고 할 수 없으니.... 저는 좋은 아버지는 되지 못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2. 자녀를 칭찬해 주는 아버지가 되자 : 장점을 자주 말해주면 부모가 원하는 그런 아이가 된다는 뜻이겠습니다. 저는 칭찬에는 인색하고, 지적과 비판을 더 많이 하는 편이니까 역시 자격 미달이군요.

3. 자녀가 가정의 따뜻함을 느끼게 하자 : 가정은 말 그대로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야 하므로, 아이에게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는지, 즐거웠는지, 어려웠던 일은 없었는지.... 따뜻함을 느끼도록 대해주라는 뜻이겠습니다. 인자한 미소로 대하지는 못했으니... 역시 부족하네요.

4. 자녀와 함께 서점에 가보자 : 아이들과 같이 서점에 가는 기회는 비교적 여러번 가졌지만.... 제가 권하고 싶은 책을 사도록 압박하고 아이의 선택권을 제한했으므로, 역시 또!

5. 자녀의 학교에 가보자 :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찔리는 대목입니다. 큰 아이의 유치원 시절... 주말에 있었던 부모들의 모임에 딱 한번 가본 것이 유일하니 말입니다. 핑계라면... 초등학교에서는 아빠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더군요. 최근에 담임선생님의 홈페이지에 방명록을 남긴 것 정도밖에 못했답니다.

6. 가족에게 편지를 써 보자 : 또 찔리는 부분입니다. 아이에게 사랑의 편지는 거의 써보지 못했습니다. 요즈음은 학교 급식이 시행되기 때문에 "도시락 편지"를 쓸 수 없었다는 핑계? 구차하군요.

7. 부모님의 고향을 자녀와 함께 찾아보자 : 1-2주일에 한 번씩은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 뵙기 때문에 그럭저럭 충족된 부분입니다만.... 효(孝)의 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8. 일주일에 한번은 가족의 날로 정하자 : 일상적인 직장에서의 업무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몇 년 전부터는 이 원칙은 잘 지키려고 비교적 노력하고 있답니다.

9. 아버지는 자녀가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는데 조력자임을 명심하자 : 간섭을 하지 말고 자율성을 키워주라는 뜻입니다만, 주로 게임시간을 줄여라, 숙제는 했느냐? 시험은 잘 봤느냐? 음식을 골고루 먹어라 등등..... 조력자이기보다 주도자로서의 잘못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랍니다.

10. 아버지도 감정을 가진 인간임을 보여주자 : 아버지도 사람이라는 것, 실수도 하고 약점도 있음을 보여주라는 의미랍니다. 아빠도 아이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때가 있다는 인간적인 모습.....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11. 교통신호를 지키는 아버지가 되자 : 조그마한 것이라도 규칙과 원칙을 지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뜻이군요. 비교적 신호는 잘 지키는 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도 운전대만 잡으면 입이 거칠어지는 병(?)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12. 약속을 지키는 아버지가 되자 : 약속을 중요시하는 편이지만... 제 자신의 약속보다는 아이의 약속이 지켜지기를 더 바랬다는 원죄가 있군요.

만천하에 공개되는 이런 종류의 글을 쓰면서..... 아빠로서의 다짐을 새롭게 하는 것이 또 하나의 "거짓말"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랍니다.

(시간 나는 대로 "거짓말"이란 영화를 보려고 합니다. 법의 잣대로 음란이니 외설이니 결정하고 단죄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입니다. 물론 내용을 보지 못한 채 판단한 것입니다만... 융통성 없는 도덕주의자, 지나치게 심한 청교도적인 태도는.... 심리적으로 자신 스스로의 내부에 있는 그 어떤 것을 부정(denial)하고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하는 병적인 정신기제를 사용한 것으로 보기도 한답니다.)  (200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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