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choi.pe.kr 배너

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엄마 젖이냐, 소 젖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필자가 의과대학을 다니던 시절... 소아과 시험의 야마 중의 하나가 모유의 장점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일 것임에 분명합니다. (註 야마란 의과대학생들이 중요한 문제를 지칭할 때 사용했던 용어로 일본어의 잔재입니다. 매우 중요한 것은 왕야마라고 불렸는데, 요즈음 신세대 의대생들까지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청산의 대상입니다.) 그 무렵 모유의 장점에 대한 음담패설에 가까운 우스개가 유행하기도 했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註 궁금하신 분을 위해 한가지만 소개한다면... 우유보다 모유의 용기가 예쁘다....랍니다. 이런 농담에 불쾌감을 느끼시는 분은 이 정도에서 읽기를 그만 두셔도 좋습니다.)

어쨌거나 산모 입장에서 출산 직후에 풀어야 되는 선택형 문제 중 하나가 모유를 먹일 것인가 혹은 우유를 먹일 것인가? 입니다. 특히 직장에 나가는 엄마의 경우 상당한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몇 년 전부터 모유를 먹이자는 캠페인도 활발하고 TV의 우유광고도 금지되어서, 최근에는 모유를 먹이는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제 경우를 말한다면 둘 다 처음 얼마간은 모유, 그 이후로는 우유를 먹였답니다. 큰 아이는 그래도 상당기간 동안 초유를 먹었지만, 둘째는 별로 그렇지 못했습니다. 산후 조리를 충분히 할만한, 동시에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 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근로기준법이나 모자보건법이 송두리째 무시되는 곳임을 깨닫는 아픈 경험이었습니다.

모유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특히 초유에 들어있는 성분은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의 면역 능력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외에도 우유에 비해 소화가 쉽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알레르기, 설사, 중이염, 비만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우유를 먹일 때처럼 매번 우유 병을 소독할 필요도 없고, 여행할 때도 매번 우유와 온수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실질적인 장점도 있겠군요.

무엇보다도 모유를 먹이는 것은 정서적인 이득이 있습니다. 젖을 먹이는 과정에서 엄마와 아기 사이의 사랑의 끈(애착 attachment)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해서 구미의 산실에서는 출산 직후에 젖을 물리도록 권장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답니다. 사실 이 젖을 물리는 행동 자체는 아이에게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사실 이외에도, 젖을 만들어내도록 자극하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게 만들어서, 이 호르몬이 산모에게 쾌감을 느끼게 한답니다. 비록 필자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지만..... 이런 사실 이외에도 모유를 먹이는 것은 산모의 엄마로서의 자신감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유의 이점도 만만치 않습니다. 엄마가 아니라도, 그 누군가가 대신 먹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출산 후 직장으로 복귀해서 일해야 하는 엄마에게는 유일한 선택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소아과 의사들은 조산아의 경우나 가족 중에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우유를 먹이는 것을 권장하지 않더군요. 요즈음의 경향은 첫 3-4주라도 모유를 먹일 것을 권합니다.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개인적 취향이나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우유를 먹여야 한다면, 그 자체에 대해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거나 죄악감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사실 무엇을 먹이느냐 보다도 어떻게 먹이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배가 고픈지 어쩐지, 아이가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해 잘 파악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먹이는 것... 이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사실 아빠로서의 저의 이야기는 아니었으므로, 저의 이야기로 글을 맺으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였던 것이 아빠 입장에서는 장점도 있다고 느꼈음을 고백합니다. 모유을 먹이는 경우에는 경험하지 못했을 어떤 즐거움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빠로서 아이를 팔에 안고 젖병을 물리는 경험, 조심스럽게 흔들어주거나 노래도 불러줄 수 있는 기회, 그 과정에서 아이의 맑은 눈동자와 눈을 맞출 수도 있었고, 젖병을 물고 평화롭게 잠든 모습을 바라볼 수도 있었습니다. (註 물론 항상 그렇지는 못했으므로, 이 글을 근거로 아이 아빠에게 부담을 주는 독자는 결코 없기를 바랍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아이와 아빠의 사랑의 끈이 조금은 더 튼튼해질 수 있었다면 지나친 비약이요, 자기 합리화일까요?

어쩌면 수유를 하는 엄마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처럼, 제가 아이에게 우유를 주는 동안 제 뇌 안에서 어떤 호르몬이 분비되어.... 즐거움을 보태주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추신: 저는 이 글의 제목을 정할 때 조금 망설였습니다. 모유냐 우유냐?라고 처음에는 썼습니다만 우리말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과감하게 바꾸었는데, 어떤 분은 너무 직선적, 혹은 저속한 표현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외래어인 한자를 써야 품격이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 평소 생각에서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자꾸 반복해서 읽어보니 오히려 다정한 느낌이네요. 하지만 글의 본문에서는 글의 문맥 상 일반적으로 더 자주 사용되는 모유, 우유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00/01/25)

이전 - 다음
HOME - 제머리깍기 목록 - 방명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