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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Yesterday -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다


(PC 의 스피커가 켜 있으면 음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들리지 않으시면 곡명을 클릭하세요 Yesterday )

대도시라면 길거리 여기저기에 노래방 간판이 붙은 건물이 많습니다. 요즈음에는 PC방의 위세에 눌려서 노래방의 유행이 한풀 꺾인 것도 같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합니다. 다른 민족에 비해 가무를 즐겼다는 고대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우리민족의 유전적 특성일 것이다... 한(恨)이 많은 민족이라 그렇다.... 여러 가지 의견도 있지만 그 진실은 앞으로도 명확하게 밝혀질 수는 없겠지요.

제 이야기로 들어가겠습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간 후 몇 년간은 클론이나 HOT 등 유명가수의 최신가요 Tape를 사다주어야 했고, 의례껏 가족 나들이나 드라이브할 때면 쉴새없이 그 노래를 들어야 했습니다. 신세대 가요가 대개 그렇듯이 저 입장에서는 가사를 새겨듣기 힘들고, 대개 소음에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에 별로 반길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청소년을 상대해야 되는 직업인지라.... 자주 들으려고 노력했었답니다.

3, 4학년 들어서는 봄 가을 소풍 무렵이 되면 같은 반 아이들끼리 무슨 댄스 그룹을 결성해서 방과 후 몰려다니면서 춤과 노래연습도 하고.... (물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소풍날 장기자랑 시간에 반 대표로 앞에 나가서 노래도 했다는 풍문도 듣고는 했습니다. 집에서 시간 날 때, 가족들 앞에서 노래를 시키면 곧잘 나서서 노래를 부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노래방에 가면 (물론 자주는 아니었지만.....) 마이크를 주로 잡고 이 노래 저 노래 연습 삼아 불러대던 큰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그러다가.... 고학년이 된 후에는 어느 날부터인가 노래방 타령도 줄어들고 남 앞에서 노래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씩 커간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5학년에 다니던 어느 날 저녁 무렵.... 가사가 적힌 쪽지를 든 채 노래 연습을 모처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틀즈(Beatles)의 Yesterday라는 노래였습니다. 학원에서 단체로 배웠다는 것입니다. 비틀즈의 1965년도 앨범에서 처음 발표되었다니까 벌써 삼사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고, 일전에는 20세기에 가장 인기있던 대중가요였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서툰 발음에 불안한 음정의 노래 연습을 귀로 들으면서... 저 자신의 10대, 20대 무렵의 여러 가지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갔습니다. 저의 청소년기... 혹은 청년기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제 어느덧 아이가 청소년에 접어들고 있구나..... 그런 느낌... 그러면서도 저 자신의 황혼이 멀지 않았다는 다소 성급할 수도 있는 깨달음... 뭔가 복잡한 감흥을 맛보는 순간 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가끔씩 노래방에서... 아이의 Yesterday를 듣곤 합니다. 그러면서 저도 2절을 따라 불러봅니다만.... 저에게는 저 자신의 어제(yesterday)의 추억을 떠올리는 묘한 반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다.... 실감나는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제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 재즈를 주로 틀어주는 까페 비슷한 곳이 있습니다. 가족과 같이 가끔 들리곤 합니다. 한쪽 벽에 수염을 기른 비틀즈의 젊은 시절 포스터가 대문짝 만하게 걸려있지요. 어느 날 둘째가 그 포스터를 보고는 "할아버지"라고 해서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몇 년 후 어느 날이 되면 다시 둘째가 Yesterday를 구성지게 부를 날이 있겠고...... 그래서 저는 또 다시 저의 어제를 회상하게 되겠지요?) (200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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