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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삼국지


"젊어서는 삼국지를 읽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말라"라는 중국사람들의 말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의 삼국지란 진수(陳壽)가 지은 정사(正史)가 아닌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지 연의(演義)를 말합니다. 대략 70%의 역사적 사실에 30%의 허구를 가미했다고 하는 소위 역사소설에 해당되겠습니다. 시기적으로는 서기 184년 황건적의 난으로부터 서기 280년의 삼국통일에 이르는 약 100년 동안을 배경으로 한 것입니다. 유비, 관우, 장비 그리고 제갈공명...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도 이 이름 정도는 귀에 익으시지요?

이 정도에 이르면 무슨 육아일기에서 장황하게 삼국지 설명이 나오는지 의아해 하실 분도 계시겠지요? 조금은 성급하시군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 삼국지 때문에 조금은 시달렸던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80년대에 국내의 유명작가가 번역한 삼국지를 전집으로 구입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총각 시절 심심풀이로 읽었던 것이지요. 중고등학교 때 읽었던 기억과는 또 다른 나름대로의 맛을 느끼며 열독했던 책 중의 하나랍니다.

이 책을 큰 아이가 3, 4학년 무렵부터 손에 쥐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는 대견한 느낌을 가졌습니다. "짜식.... 조금 컷구나.." 그런데, 전체를 한번 읽은 뒤에도 지나치게 삼국지에만 반복적으로 몰두하는 것이 눈에 띄어서 방학중에만 읽도록 제한을 했었답니다. 음식도 그렇듯이 책을 편식하는 것도 해롭다는 부모로서의 선입관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런 책 이외에도 삼국지에 관련된 것들이 널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화, 비디오, 컴퓨터 게임 등등. 삼국지를 주제로 한 게임도 참 많더군요. 일본 고에이(Koei)사에서 만든 삼국지 I부터 삼국지 VI까지 있고, 삼국지 영걸전, 공명전, 와룡전, 조조전, 무장쟁패, 관도대전 등 아류작들도 종류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상당 부분도 섭렵이 이루어졌답니다.

이런 게임을 사주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로 실랑이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식을 이기는 부모 없다고 대개는 아이의 판정승으로 끝나고 맙니다(물론 저의 KO승도 있지만....). 자전거를 타고 멀리 게임 파는 가게까지 혼자 가서, 가격이 얼마인지... 백화점 보다 얼마가 싼 지...까지 사전 답사를 했다는데 할말을 잃게 되더군요. 참고로 이런 종류의 게임은 대개 역할 놀이(롤플레잉 혹은 역사 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 장르)에 해당되는데, 내정, 군사, 외교, 인사, 계략 등...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리면서 삼국지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즐거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전혀 할 줄 모릅니다. 요즈음도 가끔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서 신작 게임 소개 안내문이 날라오곤 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삼국지 중독(?)현상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사용하는 PC 통신 채팅 방에서의 ID가 조운 이었으며(조자룡이라면 더 귀에 익으실 까요? 조운이 본명이랍니다. 문무를 겸하여 일생동안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는 맹장입니다. 이 부분에서 아이의 속마음을 살짝 드려다 볼 수 있습니다), 타이핑 연습을 하라고 하면 삼국지에서 등장하는 인물을 순서대로 입력하고 있었고, 삼국지 전집에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 페이지가 접혀있었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라고 했을 때, 삼국지 정사를 빼 들어서 실소를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왜 부모 입장에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하는 주위 분들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한가지만 섭취해서는 결국의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해서 그 결과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입니다. 사실 한가지에 몰두하는 것은 커다란 장점일 수도 있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지금도 아직도 이런 문제(아이 자신은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부모 입장에서 그렇다는 말입니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삼국지 이후로 초한지, 수호지를 거쳐서 최근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연속 상영되고 있으니까요... (200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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