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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보행기 유감


사람과 다른 동물을 구별해주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불을 사용한다,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언어를 구사한다... 등등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두발로 직립 보행을 한다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입니다. 이 직립 보행이야말로 인간의 손을 자유롭게 해주었고, 그래서 자유스러워진 손을 이용하여 인류문명을 창조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간의 진화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을 것입니다.

대개 인간은 돌 무렵이 되면 두발로 걷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서서 한 발씩 내딛는 첫 걸음은 부모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그 열광과 환호에는 직립 보행이라는 인간의 자격을 비로소 갖추게된 것에 대한 축하의 의미가 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제 둘째의 경우 혼자 걷는 것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이유는 소위 까치발(발의 앞꿈치로만 디디는 것)로 걷는 것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일찍부터 보행기를 사용한 결과였지요. 낮 동안 애 봐주시는 분에게... 부모로서 이 문제에 대해 간섭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입니다.

현대에 이르러 보행기라는 도구가 널리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목을 가눌 무렵이 되면 보행기를 선물 받거나, 아니면 성급한 부모들은 출산준비물로 미리 구입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더군요. 이 보행기는 참 편리한 점도 있습니다. 엄마가 바쁠 때면 혼자 밀고 다니며 놀게 할 수도 있고, 아이가 이것저것 만지고 돌아다니는 것도 어느 정도는 막을 수도 있고.... 그래서 부모에게는 일정한 정도로는 육아보조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엄마들은 보행기가 아이의 다리에 힘을 키워주기 때문에 좀더 빨리 걷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 경우도 많더군요.

하지만 실제로는 해로운 점이 더 많습니다. 외국에서의 연구에 따르면 보행기를 탄 아이들이 타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안는 것, 기는 것, 걷는 것이 모두 늦었다고 합니다. 즉, 신체 발달에 오히려 역효과를 보기 쉽다는 것입니다.

보행기를 사지도 말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만약 사용하더라도 가능한 그 사용 시간을 줄여주어야 하며, 반드시 부모가 관찰 가능한 공간 안에서만 타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보행기가 넘어지는 경우에는 심각하게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학자는 과거 우리나라의 전통적 육아방식 중 하나인 업어주기가 오히려 보행기보다는 낫다라고 말합니다. 부엌일을 하면서, 밭일을 하면서, 과거의 우리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등에 업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적어도 보행기를 탄 아이들보다는 더 경이로운 세계를 더 많이 보았을 것임은 분명한 것 아닐까요?

보행기는 사지도 태우지도 말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후기 : 둘째 아이는 30개월이 넘어서까지 남의 집에서 보행기를 볼라치면, 일단 올라타고는 혼자 밀고 다니면서 무척 즐거운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과거로의 회귀는 즐거운 일입니다. 어른들이 과거의 즐거운 추억을 더듬어 보면서 짓게되는 은은한 미소....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200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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