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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요술 침대 - 아빠는 프로크루스테스


다음은 플루타크 영웅전에 나오는 테세우스(Theseus)가 자신의 아버지를 찾으러 아테네로 떠나는 여행길에 경험했던 이야기입니다. 널리 알려진 내용이지만 다시 한번 옮겨봅니다.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라는 도둑이 있었습니다. 그 도둑은 철제 침대를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스스로 그것을 요술침대라고 불렀답니다. 키가 크건 작건... 모든 나그네의 체형에 꼭 맞는 신기한 침대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숨어있는 요술침대의 비결은 침대가 나그네의 키에 맞추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그네를 그 침대의 길이에 억지로 맞추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악랄한 그 도둑은 지나가는 나그네를 잡아다가 집안에 있는 쇠 침대에 눕히고는 키가 침대보다 길면 자르고,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몸을 늘려서 죽였다는 것이지요. 잘 아시다시피 이 이야기는 이야기의 주인공 테세우스가 도둑 프로크루스테스를 이 요술침대의 길이에 억지로 맞추어 죽이는...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라는 말은 '잡아당겨 늘이는 자'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었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Procrustean bed)라는 용어가 '자기 기준에 맞추어 남의 생각이나 행동을 뜯어고치려는 심보'를 일컫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신화를 떠올리면서 저 자신의 머릿속을 스쳤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야말로 프로크루스테스가 아닌가?"

이제 몇 달 후면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큰 아이를 보면서 얼마전 문득 느꼈던 것입니다. 부모가 지나친 기대를 해서 아이가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강요한 것은 아닌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잡아당겨 늘리는 것)... 반대로,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저 자신의 잣대로 재단해버린 것 (침대보다 긴 부분을 자르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과거에, 그리고 지금도 저는 큰 아이에게 저만의 요술침대를 가끔 들이대곤 합니다. (이 부분은 대학과 병원의 제자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요.)

여러분도 혹시 자신만의 요술침대를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200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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