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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이번에는 큰아이의 담임 선생님 이야기를 할까합니다. 선생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올리는 글이기 때문에 쪼끔 염려스럽긴 하군요. ^_^

선생님 캐릭터 이 글을 쓰는 현재 6학년인 아들의 담임선생님은 20대의 남자 선생님이십니다. 5학년 2학기 때부터 맡아주셨으니 벌써 1년 반이 지났군요. 교육대학 졸업 후에 첫 부임지나 다름없다고 들었습니다. 여자 선생님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초등학교 교단 상황에서 제 아이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느꼈다면, 조금 이기적인가요? 저는 남녀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 가능하다면 남자와 여자 선생님의 분포가 균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것으로 선생님에 대한 제 느낌 소개를 대신합니다.

선생님께서는 5학년 당시 학급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셨는데, 제가 들어가 보니 게시판에 **는 바람둥이...라는 제목의 아이들 글이 있더군요.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의 여학생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총각선생님에 대한 애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줍니다. 그런 글을 접하고 허허 하며 맑게 웃으셨을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 같으면 과감하게 삭제하지 않았을까요?)

일요일에 가끔 큰애는 동생을 거느리고 학교에 가곤 했습니다. 아마 빈 교실에서 아이들 학습준비를 하셨던 모양인데, 어느 날인가는 두 아이가 식사를 하고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근처의 피자집에서 선생님께 두 아이가 피자 한판 얻어먹었다고 자랑하더라고요... 둘째가 장난감 총을 받아들고 의기양양하게 나타난 적도 있습니다. 아마, 학급에서 압수해놓았던 것을 주셨던 모양입니다. (선생님, 그러셔도 되나요? 둘째가 무척 행복해해서 저야 좋았습니다만....)

지난 여름방학 직전에는 제 아이의 게임 CD 십여장을 빌려(?)가셨답니다. 아이야 투덜거렸지만, 지나치게 게임에 몰두하는 큰애의 행동을... 자존심 상하지 않게.... 다스려 보려는 작은 사랑으로 느껴졌습니다. (감사!)

선생님께 열광하는 아들을 보고서 제가 감히 무엄하게도 선생님의 단점을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대답은 "여자아이들에게는 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자아이들에게는 벌을 주지 않는다... 남자 아이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 반 남자아이들은 성장해서 여성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라는 점에서 제게는 생생한 교육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선생님의 생일에 아이가 과자봉지 속에 들어있는 따조 스티커를 몇 개 선물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소를 한 적도 있습니다. 아니, 어른한테 그런 선물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저의 질문에 아이는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선생님은 따조를 수집하시는데요?"..... 아이들에게 동질감을 주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죠.

요즈음에는 선생님의 일기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계십니다. 저의 양육일기처럼 짜를 것은 짜르고, 사생활은 적당히 거르는 그런 일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일기랍니다. 교장선생님 흉도 나오고, 사랑의 아픔 이야기도 등장하고, 반성문도 나오고..... 매우 솔직한 글이었습니다. 이런 일기를 아이들이 읽으면서,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좀더 많이 배우리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열혈독자들의 성원대로 계속 일기를 써나가실 것으로 믿습니다.

선생님을 마치 큰 형처럼, 삼촌처럼 느끼는 자식을 보면서... 다시 한번 선생님의 사랑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스승을 존경하고 어려워하는 것으로부터 배움이 시작된다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권위나 힘으로 복종을 강요하는 태도보다는, 이런 가식 없는 스승의 사랑으로부터.....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제자들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날 것으로 믿습니다.

(요즈음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탄식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아진 세태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제가 다른 칼럼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리노스"라는 신이 등장합니다. "리노스"는 "헤라클레스"의 음악 교사를 했는데 이 힘센 제자를 너무 거칠게 다룬 것이 화근이 되어 "헤라클레스"가 내려친 악기에 맞아 죽었다고 합니다. 제자로부터, 제자의 부모로부터 "리노스"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선생님도 간혹 계시다는 소식은 황당, 그 자체입니다.) (200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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