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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로봇, 스키장 습격 사건


(PC 의 스피커가 켜 있으면 추억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 주제가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들리지 않으시면 곡명을 클릭하세요 로보트 태권 V)

둘째가 28개월 되던 무렵의 일입니다. 저희 가족이 스키장에 갔었답니다. 그 전해에는 무슨 일인가가 겹쳐서 가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 둘째에게는 4개월 되던 무렵 멋모르고 엄마 품에 안겨서 따라갔던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지요.

숙소에서 나와 스키장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탔었는데.... 중간에 어떤 사람이 올라타자마자 아이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로보트다!"

모자에 번쩍이는 고글, 코까지 덮은 검정색 마스크, 현란한 색상의 스키복과 부츠... 두툼한 스키장갑으로 감싸진 손에 스키와 폴을 세워서 들고 있는 모습. 아이의 눈에서는 만화영화에서나 봤음직한 로봇, 바로 그것이었나 봅니다.

그 로봇이 아이를 보더니 씩- 웃더군요.

둘째는 그후로 현재까지 로봇에 관한 끊임없는 욕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혼자 놀 때면 "우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어쩌고... 저쩌고... 하는 우렁찬 구호와 손발 짓이 늘 동반되곤 합니다. 엄마 아빠가 어디에 다녀올라치면 로봇 뭐를 사오라고 요구해댑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마이트가인 선물해주세요" 눈을 감고 혼잣말로 기도도 했답니다. (참, 아직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교회의 목사님 정도로 알고 있답니다. 그 기도는 산타할아버지가 들어 주셨지요.)

형이 컴퓨터 게임 하는 것을 눈여겨보더니 급기야 얼마 전부터는 로봇이 나오는 단순한(발사하고 점프하는) 게임을 하루에 몇 번은 해야 직성이 풀린답니다.

남자아이들의 로봇에 대한 집착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TV의 만화영화와 그것에 영합한 캐릭터 관련업체, 비디오 제작사, 신발공장, 제과업체, 게임 제작사 등....의 상업주의와 맞물려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변신과 합체라는 로봇만의 고유한 특성이 어린아이들의 환상을 충족시켜주기도 하지요. 로봇은 아이들이 소망하는 무한한 힘의 원천이고, 악당을 물리치는 무제한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악당에는 아이들을 가끔씩 괴롭히는 부모도 포함된다면 지나칠까요?) 변신과 합체라는 과정을 통해서 입체적, 또는 공간적 개념을 익히기도 하며, 섬세한 손기술을 늘려갈 수 있습니다. 적어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놀잇감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비싸서 탈이지요.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처리도 곤란하게 됩니다.

어쨌거나, 백화점이나 마트에 갈려면 장난감 코너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고, 불가피하게 지나는 경우에는 첫째가 주의를 분산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곤 합니다. 저는 그 전략의 교사범이랍니다. 다섯 살이 되면 사주겠다고 약속한 로봇이 몇 개 있는데 새해 들어 한국식 나이로 다섯 살이 되었으니, 뒷감당이 슬슬 걱정되는군요.

현재는 로봇이 저희 집을 습격해서 완전히 점령을 한 상태입니다. 온 방에 로봇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일동 기립상태로 진열되어 있으니까요. 저희집 습격사건인가요?

하지만, 얼마 후.... 둘째가 로봇을 졸업하면 다른 그 무엇이 집을 습격하긴 할텐데.... 그게 뭘까? 궁금하답니다. (200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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