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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아빠! 헤라크레스가 신발이 되었어!


아이들이 말을 배워나가는 과정은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하루하루 어휘 구사가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언어야말로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별해주는, 즉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인간은 평균적으로 만 두 살이 되면 300개, 네 살에는 1,600개, 다섯 살에는 2,100개 정도의 단어를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 침팬지에게 갓난아기와 똑 같은 조건에서 언어를 훈련시키고 교육시키는 실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만 두 살 반이 되자 엄마, 아빠, 컵을 말하게 되었지만, 만 6살이 되어도 전체 어휘수가 7개를 넘지 못했다는 결과였습니다. 발성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근본적인 차이였을 것입니다. 앵무새나 구관조도 완전한 문장의 형태로 말할 수 있지만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되풀이 할 뿐이랍니다.

아이들이 말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실수가 연발되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참 재미있습니다. 둘째가 말을 배우면서 실수했던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겠습니다.

"물이가 맛있어"

물을 마시면서 했던 말입니다. 문장구사를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모든 명사에 "가"라는 말을 덧붙이는 오류입니다. "물 맛있어"에서 "물이 맛있어"로 발전하는 중간 단계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맹물이 맛있기는 맛있나요?

"표볌"

그림책에 나온 동물그림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표범"을 잘못 발음한 것이지요. "표"의 "ㅛ"가 뒷말의 발음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어서일 것입니다.

"흘부와 농부"

흥부와 놀부는 우리나라 동화책의 영원한 주인공들입니다. 형에게서 물려받은 적어도 8년 반 이상 된 동화책을 읽어 주라고 요구하면서, 흥부와 놀부의 받침을 바꾸어서 발음한 것이랍니다.

"안녕히 주무라!"

가족 모임 후 헤어지면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 "안녕히 주무세요"를 하다가 한 살 위의 사촌 누나에게 인사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안녕히 주무..."하다가 멈칫 하더니 "라"를 덧붙였습니다. 존댓말을 써야 될 상대와 안 써도 되는 상대를 구별하기는 했는데, 마무리가 걸작이군요. 우리말의 존댓말이 어렵기는 어렵습니다.

"아빠! 헤라크레스가 신발이 되었어!"

헤라크레스라는 제목의 월트디즈니 만화 비디오를 한참 보다가 거실에 있는 아빠에게 소리쳤던 것입니다. 사정을 알아봤더니 헤라크레스가 올림푸스 신들의 위기를 구해주고 신(神)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기야, 신(신발)이나 신(神)은 발음이 같네요. 같은 발음에 뜻이 여러 가지인 단어가 많지요?

"암탉의 기사"

가족간의 대화 중 "아더왕의 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때 둘째가 아는 체 하며 하는 말..... "나도 알아. 암탉의 기사!" "???... !!!" 원탁의 기사의 오류입니다. (^_^)

이 글을 쓰다보니 제가 학생 때 들고 다녔던 "Vocabulary 몇천" 어쩌고 하는 영어단어 책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당시에는 죽어라 하고 외웠겠지만 과연 몇개의 영어 단어가 현재 머리 속에 남아있는지? 그리고 현재 제가 구사하는 우리 나라 말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 또 현재의 내가 실수하고 있는 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라는 의문도 덧붙여졌답니다.

앞으로도 이어질 아이의 말 실수는 어떤 것일지 자못 기대가 되는군요. (200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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