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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아빠만의 유전자 가설


둘째가 돌이 되기 전인 11개월 무렵, 남해안의 통영과 거제도 쪽으로 가족 여름 휴가를 떠난 적이 있습니다. 분유와 젖병 챙기랴, 기저귀 챙기랴.... 돌 전의 아기를 데리고 여행하는 것은 짐도 많고 아이의 체력도 생각해야 되므로 조금은 고생길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을 아이를 키워본 분이라면 잘 아실 것입니다.

필자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아침은 밥 대신에 빵을 먹는 습관이 있었고, 결혼 후에도 온 가족이 아침에는 빵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가족 여행을 갈라치면 아침 식사 준비는 빵 몇 조각과 우유나 주스 정도만 준비하면 OK..... 그런데, 둘째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답니다.

그해 여행의 아침 식사는 온 가족이 메뉴를 바꿔야만 했었지요. 둘째가 밥을 밝혔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한식을 먹게 된 것입니다. 그것도 생선구이가 반찬에 포함된 메뉴로 말입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큰 아이는 생선 등의 해산물에는 손도 대지 않던 시절이었답니다.

 "바닷고기는 밥 도둑놈이다"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바닷고기로 만든 요리는 맛있는 반찬이기 때문에 밥을 많이 먹게 된다는 의미이겠습니다.

어쨌거나 그때부터 현재까지 계속 둘째의 물고기에 대한 탐닉과 집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기, 갈치, 낙지, 조개, 오징어, 새우 등등 바다에서 나오는 메뉴에는 결코 NO를 하지 않는답니다. 생선회도 먹습니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생선 조림도 스스로 "매운 물고기"라는 이름을 붙여서 환영이지요. 단지 물에 씻어서 달라고 할 뿐....

"아빠가 평생 먹은 것보다 둘째가 현재까지 먹은 조기의 마리 수가 많다"라는 가족 안에서만 통용되는 우스개가 생겼을 정도니, 쉽게 짐작해 볼 만 합니다. 둘째가 잘 먹는다는 이유로 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조기를 사다 나르는 것은 일상화되어 냉동실에 조기 한 마리 정도는 상비되어있고, 친가나 외가에 이루어지는 가족 식사에는 둘째 때문에라도 "물고기"가 등장합니다. 덕분에 필자도 평소 즐기지 않던 물고기의 맛을 자주 보게 되었답니다.

음식에 대한 인간의 선호에는 여러 가지가 작용합니다. 물론 엄마의 손맛으로 일컬어지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추정해봅니다. 엄마 아빠도, 그리고 거의 유사한 외모를 가진 형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해산물을 둘째가 그토록 밝히는 것은 환경이나 경험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설 세우기 좋아하는 아빠가 만든 이론은 다음과 같답니다.

한국인은 크게 대륙 쪽에서 육로를 통해 내려온 북방인과 해로를 따라 올라온 남방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둘째는 그 언젠가 바닷가에서 주로 해산물을 먹으면서 살았을 그 누군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물고기를 밝히는(?) 것은 아닐까요? 둘째의 입맛에 관련된 유전자는 남방인으로부터 물려받는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아빠의 지나친 억지 이론인가요? (200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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