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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빼빼로와 젓가락


(PC의 스피커가 켜 있으면 음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들리지 않으시면 곡명을 클릭 하세요 젓가락 행진곡 )  

젓가락 1

필자가 한국에 가족을 남겨두고 홀로 해외연수를 하던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첫째가 여름방학을 맞아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필자의 대학 선배 부부의 초대로 한국식당에서 근사한 디너(한국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고기 구워먹는 것이었지만, 미국에서는 비용이 꽤 나가는 "정찬"에 해당되는 저녁식사였습니다.)를 같이 하게되었습니다.

당시 아이는 고기를 포크로 집어먹고 있었는데, 이를 지켜보던 선배님이 "한국 아이가 젓가락을 쓸 줄 몰라서야 되느냐?"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손재주가 좋은 것, 세계적인 기술 또는 기능경연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다 젓가락을 쓰기 때문이다."라는 요지의 말씀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일설에 의하면 손목 부위에 있는 장장근(長掌筋)이 손의 미세한 운동에 관여한다고 합니다. 서양사람은 서양인은 30% 정도 퇴화해있으며, 한국, 중국, 일본 사람은 3% 정도에서 퇴화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젓가락을 사용하는 음식문화는 주로 이 세 나라라고 하니, 젓가락이 손재주를 키워주었다는 이론은 일견 그럴 듯 합니다. 물론, 젓가락의 사용이 장장근의 퇴화를 줄여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할아버지뻘 되는 선배님의 설교 도중에 잠시 아이의 무색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유치원 다니던 시절부터 부모 나름대로 젓가락을 쓰도록 가르쳐 보았지만, 포크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아이는 코방귀도 뀌지 않았던 과거(?)가 있었지요.

겨울방학에 다시 미국에 들린 첫째는...제법 젓가락 쓰는 법을 익혀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젓가락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여름방학 끝 무렵 한국으로 돌아가지 마자 열심히 젓가락질 연습했다는 정보를 정통한 소식통(?)으로 부터 들었답니다.

젓가락 2

둘째가 3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저녁식사를 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둘째가 무척 좋아하는 두부가 들어간 된장국이 식탁에 올라왔습니다. 제가 무심결에 두부를 젓가락으로 먹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둘째가 자신도 젓가락으로 두부를 낑낑거리며 들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실패가 반복되었기에.... "국물에 들어있는 두부는 숫가락으로 먹는 거란다"라는 아빠의 진심어린 충고(?)를 했었답니다. "아빠가 대신 젓가락으로 입에 넣어줄게"라는 제안도 했지요. 그런데도 여전히 충고와 제안을 거부하고 실패를 거듭하며 계속 낑낑대던 둘째는... 느닷없이 "아빠!"라며 큰소리를 냈습니다. 두부가 젓가락에 위태위태하게 끼워져 있었고... 결국 아이의 입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빠만 젓가락질하는 것 아니야! 나도 할 수 있잖아!"라는 의기 양양, 득의 만면의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습니다.

와리바시 (割箸 わりばし)

요즈음에는 일본어의 잔재가 많이 줄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분이라면 벤또(도시락), 와리바시(젓가락) 등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일본어를 잘 몰라서 명확치는 않습니다만... 대개 나무젓가락을 와리바시라고 불렀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둘째가 짜장면(자장면이 표준말이라고 합니다만.... 십중 팔구는 짜장면이라고 발음하실 것이므로 소리나는 대로 적습니다. 역시 짜장면이라고 발음해야 더 맛있게 들리지 않나요?)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중국집에서 배달을 시키면 대개 나무젓가락이 딸려옵니다. 한참 동안 둘째는 이 짜장면을 먹을 때면, 와리바시를 쓰기를 고집했었습니다. 어른들처럼 그대로 하겠다는 것이지요. 어린 아이의 손가락에 비해 지나치게 굵고 긴 나무젓가락은 실제로 사용이 매우 불편했던 모양이라... 최근에는 포크로 먹지 와리바시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음식문화는 한·중·일 세 나라가 공통된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숫가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아.... 한국 사람이 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민족에 비해 유난히 손재주가 좋고 머리가 좋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빼빼로와 젓가락

매년 11월 11일 전날 저녁이면 큰 아이는 친구들에게 나누어줄 빼빼로를 여러 개 사왔습니다. 물론 돈은 부모의 호주머니에서 나갔습니다만...  "빼빼로 데이"라고 다들 들어보셨겠지요? 이튿날 한무더기 받아온 빼빼로를 집안에 쌓아놓았기에, 엄마 아빠도 며칠간은 입에 물리게 빼빼로를 먹어야 했지요. 상업주의의 발로라고 생각되어 매년 조금씩은 씁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11월 11일을 "젓가락 데이"로 부릅니다. 저는 훨씬 듣기도 좋고.... 호주머니에서 돈 나갈 일 없으므로 "젓가락 데이"라고 부르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적어도 이날 하루는 숫가락이나 포크를 사용하지 않고 젓가락으로만 음식을 먹는 날... 로 정하는 것이 어떨까요?

대도시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80%정도가 점심시간에 젓가락 대신 포크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런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전남 화순의 어떤 초등학교 에서는 "젓가락 급수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1분 동안에 둥근 콩 몇 개를 옮기는가를 보고 학년에 따라 등급이 주어진다더군요.

횡설수설이 길어졌습니다.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어린 시절부터 젓가락을 사용하면 손가락의 섬세한 운동기능이 발달된다고 생각합니다. 만 5-6세 무렵까지는 포크 대신 젓가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젓가락을 쓰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200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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