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choi.pe.kr 배너

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누가 뭐래도 산타클로스는 있다


(PC 의 스피커가 켜 있으면 음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들리지 않으시면 곡명을 클릭하세요 루돌프 사슴코 )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길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 송과 상가의 울긋불긋한 크리스마스 장식은 연말연시가 다가왔음을 다시 한번 실감나게 해줍니다.

이 무렵이면 이 땅의 많은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대하며 갑자기(?)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들에게만 선물을 주신 대"라는 말을 하는.... 부모들도 늘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포함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오면... 아이들의 선물에 대한 기대와 부모의 선물에 대한 고민이라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은 더 커지게 됩니다.

에피소드 하나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얼마의 비용을 지불하면 산타 복장을 하고 집을 방문해서 아이에게 선물을 전달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전화로 신청을 했었답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

초저녁 무렵, 초인종 소리와 함께.... 현관문(아파트에는 굴뚝이 없기 때문에!)으로 빨간 옷에 빨간 모자, 그리고 하얀 수염을 얼굴에 붙인 산타가 저희 집을 방문했습니다. 초보 산타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어색하고 조잡한 복장(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신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에, 대학생 또래의 젊은 여자 산타(산타 할머니였나요?)였답니다. 물론 미리 부모가 사서 전달해준 선물꾸러미를 빨간 자루 속에 담아왔습니다.

어쨌거나 "착한 아이가 되거라"는 식의 조금은 뻔한 일장 훈시와 더불어 선물을 전달하고 사진 몇 장을 찰칵 찍고 돌아갔는데..... 제가 놀란 것은 아이의 심각한 반응이었습니다. 잔뜩 긴장한 표정에 진짜 산타할아버지를 대하는 듯한 공손함.... 아이는 진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만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에피소드 둘

얼마 전 다음과 같은 신문 기사를 읽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클로스는 꾸며낸 이야기의 주인공이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산타클로스의 선물도 사실은 다 부모들이 주는 것이라고 6세 어린이들에게 가르친 호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해직됐다고 호주의 선데이 헤럴드지가 2일 보도했다. (중략) 한 학부모는 어린이들이 교사로부터 산타클로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혼란스러워 했으며, 일부는 부모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드니=DPA연합

저는 이 기사를 읽고 그 초등학교 교사는 살인자(?)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그는 아이들 마음속의 산타할아버지를 살해한 것입니다.

에피소드 셋

산타 할아버지가 저희 집을 직접 방문했던 그날 밤.... 온 가족(당시에는 온 가족이라고 해봐야 단 세 명)이 차를 타고 시내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수도 없는 여러 명의 산타할아버지가 빨간 옷을 입고 길을 돌아다니는 광경이 목격되었습니다. 오토바이를 직접 모는 할아버지,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 할아버지, 심지어 자전거 뒷자리에 탄 할아버지까지..... 저도 그렇게 많은 산타를 본 것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이 엄마는 아이가 수많은 산타 할아버지를 보지 못하도록.... 식은 땀을 흘리며 아이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주어야만 했습니다. 아이의 마음 속에 산타할아버지를 살려주기 위해서였답니다.

에피소드 넷

크리스마스가 지난 며칠 후, 산타 할아버지와 같이 찍은 사진이 인화되어 나왔습니다. 그 사진을 본 큰 아이가 엄마에게 한 당시의 한마디.....

"엄마, 산타클로스는 여자야?"

에피소드 다섯

큰애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너는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언제 알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초등학교 3학년 때 쪼금(?)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큰 아이의 마음속에 그때까지는 산타 할아버지가 살아있었다는 것이겠지요.

초등학교 입학 무렵, Piaget가 말한 인지발달 과정에서 "구체적 조작기"가 시작됩니다. 이 시기가 되면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자기만을 중심으로 생각하던 경향이 줄어들게 됩니다. 논리적인 추론이 가능해져서, 이전에 비해서 현실과 환상도 잘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부터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아직도 저희 네 식구 중 한 명, 이제 51개월을 넘긴 둘째의 마음 속에 산타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 명은 산타가 있는 척(?)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크리스마스 이브가 지나,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면 아이의 머리 맡에.... 진짜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이 놓여져 있을 것입니다.

산타클로스는 있습니다. (2001/12/21)

이전 - 다음
HOME - 제머리깍기 목록 - 방명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