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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편지] 아빠가 아들에게 (2) 신문과 방송 보는 법


아들아.

아빠가 너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구나. 바로 이어서 쓰려고 했던 글이 차일피일 늦춰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지난 번 사회주의에 대해 쓴 편지를 기억하니? 그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잠깐 말하고 오늘의 용건으로 넘어갈까 한다.

2002년 7월에 있었던 어떤 포럼에서는 사회주의로 판단되는(적어도 아빠의 눈에는) 내용이 발표되었단다. 발표된 원문을 읽어보니.... 의료자본은 개인적인 소유를 해서는 안 된다, 3차 병원을 국유화해야 한다(1차는 의원급, 2차는 병원급, 그리고 3차는 주로 대학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을 의미한단다. 의료전달체계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의사는 샤일록이요, 반동적이며, 타격의 대상이다.... 등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더구나. 프롤레타리아라는 단어도 들어있었다. 단어만 읽어봐도 대략 그 배경에 사회주의가 깔려있다고 짐작될 것이다.

이 포럼에 관련된 단체의 이름에는 인도주의, 건강사회, 참된 의료실천, 건강권실현 등의 멋진(!)단어가 포함되어 있지만, 포럼의 내용을 읽은 아빠의 눈에는 '사회주의'를 다른 이름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였단다. 이런 미사여구 뒤에는 다른 뭔가가 꼭 숨겨져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눈에 보이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 밑에 깔려있는 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신문과 방송 보는 법

인터넷과 같은 다른 정보매체의 발달로 신문이나 방송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사람도 있었지만, 실제로 매스컴의 영향력은 오히려 점차 커지고 있지 않나 싶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는 너를 지켜보면서, 아빠 나름대로 신문과 방송을 읽고 보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단다.

국어나 논술시간에 육하원칙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대략 아빠는 다음의 순서로 언론 보도를 살펴본다.

1. 어디서(Where) 보도되었는가?

아빠가 레지던트 시절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전부 자기 이야기다"

사람들은 세상과 사물에 대해 말할 때, 자신의 눈에 비친 세상과 사물을 말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세상과 사물은 그대로 있는데, 사람들에 의해 말해지는 것들은 모두 달라진다는 의미란다. 똑 같은 환자라도 어떤 의사가 보느냐에 따라 발표되는 내용이 달라진다.

같은 사건이나 현상을 놓고도 방송과 신문에서 다르게 보도하는 경우가 흔하다. 신문들 간에도 서로 다르게, 심지어 반대로 보도하기도 한다. 이런 것은 결국 사건이나 현상은 하나인데, 그것을 바라보는 언론사의 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다.

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서로 달라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아빠가 보기에는, 해당 언론사의 주인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소유자가 국가, 개인, 특정 가문, 재벌이라면 그 주인의 뜻을 따라 기사가 쓰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니? 주된 독자층이 누구냐, 구독률이나 시청률 경쟁에서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가, 그 언론의 과거 보도 행태는 어땠는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가 권력이나 광고주, 또는 특정 집단의 영향력에서 특별히 자유로운 언론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희귀종(?)이다.

그래서 아빠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되면 같은 주제에 대한 여러 언론의 보도를 같이 살펴보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그렇게 하는 것이 특정 언론의 논조에 속거나, 세뇌 당하지 않는 방법일 수 있단다.

2. 누가(Who) 정보 제공자인가?

대개의 뉴스는 기자들이 보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 보도자료의 형태로 개인, 단체, 기업 또는 기관에 의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아빠도 보도자료를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기자들이 더이상 문구를 다듬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만들어서 제공해야 매스컴에서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단다.

이런 보도자료를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서, 또는 특정한 주장을 뉴스라는 형식으로 포장해서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또는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특정한 대상을 흠집내기 위해서 보도자료를 내기도 한다.

이런 저런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의도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그 의도를 네 나름대로 판단해보기 위해서는 정보의 출처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3. 무엇을(What) 말하고 있는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사실(Fact)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빠의 경험으로는 가상의 허구(Fiction)도 "간혹" 있더구나. 아니, "자주"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이런 Fiction을 쓰는 방식은 몇 가지가 있다. 아직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기사로 쓰기(유비통신 또는 카더라 통신이라고 부른다), 본문의 내용과는 다른 제목 뽑기, 작은 사안을 큰 문제인 것처럼 침소봉대(針小棒大)하기,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동문서답 식의 기사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가끔 보도 내용 중에 언론의 설명(Comment)이 붙기도 하는데, 이 역시 해당 언론의 의견일 뿐이지만 사실(Fact)과 혼동하기 쉽다.

그래서, 기사를 읽을 때 확인된 사실인지, 근거는 있는지, 여러 명의 전문가가 확인했는지 등을 생각해보고, 보도 내용 중에 Comment는 빼고 읽어보기를 바란다.

4. 어떻게(How) 보도되었는가?

신문은 1면 톱기사가, 뉴스에서는 맨 처음 보도되는 내용이 독자와 시청자의 눈에 띄기 쉽다. 자극적인 사진이나 화면이 덧붙여지는 경우 그 내용이 생생한 느낌으로 전달된다. 그래서 일반 독자는 그런 내용을 중요한 보도로 받아들이기 쉽다. 언론은 자신들이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톱 뉴스로 다루거나 오랜 시간 또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감추고 싶은 내용은 작게 또는 눈에 잘 뜨지 않도록 배치하기 마련이다. 20년 전에는 "땡전 뉴스"라는 우스개가 있었다. 아홉시 땡...하면 뉴스에 전씨 성을 가진 대통령이 반드시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

동일한 내용의 인터뷰라도.... 밝은 조명 하에 깔끔한 자막과 소리로 내보내는 것과, 흐리게 처리하고 목소리를 변조해서 방영하는 것이 보는 사람에게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니?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보도하면, 뭔가 그 대상에게 구린데가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전자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함께 실으면, 그 상대방이 수전노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실을 보도할 때, 한쪽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의견만을 싣고, 반대편의 의견은 생략하는 것도 의도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저런 점에서, 아빠는 네가 신문과 방송을 볼 때, 어떤 형식으로 보도되었는가도 꼭 살펴볼 것을 권한다.

5. 언제(When) 보도하는가?

아빠에게 처음 보는 환자 분들을 진료를 하면서 꼭 물어보는 것이 있다. "왜 이 시점에서 나에게 오게 되었는가?"하는 것이다. 병이 나면 바로 오기도 하고, 한참을 끌다가 병원에 오기도 한다. 그런 병원에 방문하는 시기의 선택에는 병이나 치료에 대한 태도나 생각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아빠가 그 환자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점"에 온 이유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보도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학교 선생님들의 촌지문제와 일부 비리가 언론보도를 장식한 적이 있다. 나중에 계획되었던 소위 "교육개혁"을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또 몇 년 전 의사들이 부당진료와 허위청구(아빠는 부당삭감이요, 부당한 치료방법 제한이라고 생각한다)를 한다고 대서특필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의료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의약분업이 강제로 시행되었다. 고등학생 무렵이 되면 나중에 자세히 말해주겠지만, 두가지 다 이미 실패가 예견되었고 결과적으로도 실패한 정책이다.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면 정정당당하게 주장해야지, 상대방을 흠집 내고 홍위병을 동원해서 여론을 호도 하는 방식의 개혁이 잘못된 결과를 낳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어쨌거나, 당시에 왜 이 시점에서 이런 보도가 매스컴을 온통 뒤덮었는지를, 많은 사람들이 눈치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왜 이 시점에서 이런 보도가 되고 있는지를 꼭 생각해보거라.

6. 왜(Why) 이런 보도가 나왔을까?

앞에서 아빠가 말한 어디서(Where), 누가(Who), 무엇을(What), 어떻게(How), 그리고 언제(When) 보도했는가를 이해해본다면, 왜 이런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줄이겠다.

과학은 왜? 라는 의문을 풀어나가는 과정이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 앞에서 말한 여러 원칙들이 너의 왜? 라는 의문을 풀어주는 열쇠들이 될 것이다.

7. 어느 것(Which)을 내 것으로 할 것인가?

이것은 육하원칙에 포함되는 내용은 아니다.

앞으로 네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 수많은 기사를 보고, 듣고, 실제로 경험하면서... 너만의 생각하는 틀과 방식을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다. 오늘 쓴 아빠의 생각이 반드시 진실이며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비록 아빠라 하더라도, 네게 그렇게 주장하거나 강요해서는 안될 것이다.

수많은 방송과 신문들이 쏟아내는 정보 중에서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버릴 것인가는 이제... 전적으로 너의 몫이다.

써놓고 보니 무척 딱딱하게 원론적인 내용만 쓰고 말았구나. 논술을 배우고 있는 네가 아빠의 글에 대한 의견을 주기 바란다. (아빠는 논술을 따로 배워본 적은 없단다) 세세한 것은 그때그때 말로 전해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빠의 바램이다.

다음에는 좀더 부드러운 내용의 편지를 쓰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만 줄이겠다.

그럼, 안녕!

2002년 9월 17일

아빠가

추신: Be Ambitious!를 항상 잊지 말거라. (200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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