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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깎기

최 영 childpsy@drchoi.pe.kr

[편지] 아빠가 아들에게 (3) 대통령 선거에 대하여


아들아.

학년말 시험 때문에 요즈음 무척 바쁘더구나.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주고, 열심히 하라는 압력(?)만 가하고 있는 아빠를 지금은 네가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공부와 시험에 대해서는 다음에 아빠의 생각을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 대하여

요즈음 대통령 선거 때문에 온 나라가 뜨겁다. 이래서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이래서 그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 는 식의 토론도 벌어진다. 물론 무관심한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선거에 대한 아빠의 생각을 네게 말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서, 다소 민감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몇 자 적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선거는 정치인들에게 하는 행동치료다.

행동치료란 단어가 중학생인 너에게는 낯선 것이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바람직한 행동을 키워주고, 바람직하지 못한 나쁜 행동을 고쳐주는 것을 말한다. 행동요법이니 행동수정이니 하는 용어로 불린단다.

예를 들어볼까?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정에서... 착하고 좋은 행동은 칭찬 받고 상을 받는다. 칭찬과 상을 받게 되면 앞으로도 그런 좋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상을 받은 것을 지켜본 다른 친구들도 좋은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게되면, 방과후에 남아서 청소를 시키거나 남들이 놀 때 놀지 못하게 하는 선생님도 계셨을 것이다. 그것도 넓은 의미에서 행동치료다.

아빠는 대통령 선거도 이런 행동치료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5년간의 임기동안 정치를 잘했으면(착하고 좋은 행동) 그 정당의 후보를 찍어주고, 그 정당이 정치를 못했으면(바람직하지 못한 행동) 그 정당의 후보를 찍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행동치료자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 아빠의 생각이다.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정책을 펴나가겠노라고 약속을 한다. 공약(公約)이라고 부른단다. 이 공약이 후보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아빠는 조금 다르다.

농담 한 마디 들려줄까?

"역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제시되었던 공약이 약속대로 전부 실천되었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 농담은 말 그대로 공약이란 대개 허튼 약속(空約)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당장의 표를 많이 얻기 위해서 어차피 지키지 못할 일종의 거짓말을 하는 후보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빠는 공약(公約)을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 과거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속한 정당이 어떤 정책을 펴왔는가? 를 기준으로 선택한다.

대중 선동에 조심해라.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는 당시 독일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서 권력을 잡았다. 투표에서 많은 표를 받았을 것이다. 일종의 대중 선동 작전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군중심리를 잘 파악하고 그 집단의 심리를 적절하게 자극하고 이용하는데 그 비결이 있었다. 하지만, 역사는 그 대중선동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를 잘 가르쳐 주고 있다.

아빠는 몇 년 전 중국의 근대사를 배경으로 담은 어떤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인민의 적이라는 중죄가 되는 소위 문화혁명 시기의 역사를 다룬 것이었다. 역시 대중선동을 통해 홍위병을 앞세운 문화와 예술의 파괴행위가 자행되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많은 대중들이 그런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지만, 역시 되돌릴 수 없는 상처남 남았을 뿐이다.

우리나라에도 선거철이 되면, 어떤 색 바람이니... 무슨 무슨 풍(風)이니... 하는 단어로 표현되는 대중선동과 여론조작이 있어왔다고 아빠는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다.

사회계층간의 분열과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대중선동"을 하는 정당과 후보에게는 표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빠의 생각이다. 자신의 권력획득을 위해 군중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죄악이다.

투표에 꼭 참여해라.

아들아. 지금까지 너는 몇 번이나 투표를 해보았니? 학교에서의 반장선거... 인터넷상의 온라인여론조사 등등... 또 있을까? 아빠는 어른이 된 이후 지금까지의 모든 선거에 100% 참여했단다.

아빠의 주변에는 정치인을 미워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란 단어만 나와도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직업의 호감도나 도덕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정치인은 거의 꼴지 수준이라더구나.

하지만, 아빠는 정치인을 미워하고 불신할 지라도 정치 자체를 미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단다. 정치를 미워하게 되면, 그래서 선거에 참여하지 않게 되면... 말 그대로 나쁜 정치인들이 득세를 할 것이고, 그것이 어쩌면 그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하는가 잘못하는가는 국가와 사회의 미래뿐 아니라 너 자신에게도 결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모든 선거에 소중한 너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기 바란다.

지지할 만한 후보가 없을 때 아빠는...

얼마 전 아빠와 통화한 아빠 친구 중 한 명은 자신은 선거에 참여하고 싶어도 지지할 만한 후보가 없다고 말하더구나. 기권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 이런 경우는 꽤 많을 것이다. 앞으로 너도 그럴 수 있지 않겠니?

이럴 때 아빠는 좋은 것,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잡기 어려우면... 나쁘다고 여겨지는 것부터 제외시켜나간다. 최선을 선택하기 어려우면, 최악을 빼내고 덜 나쁘다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래는 너의 몫

조금은 예민한 주제이지만, 나름대로 아빠가 투표하는 기준을 적어보았다.

네가 나중에 성인이 되어 투표에 참여할 때, 이 글을 꺼내서 읽어볼 수 있다면... 아빠가 이 글을 남기는 작은 보람이 될 것이다. 하지만, 최종 선택의 기준 자체도 어차피.... 너의 몫이다. 아빠라고 해서 아빠의 정치적인 생각과 행동을 너에게 강요할 자격은 없는 것이다.

학교 공부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놓는 아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둔 2002년 12월 어느날

아빠가

(200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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