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 5. 피해자의 정신과적 후유증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5. 피해자의 정신의학적 후유증

1) 우울증

반복적인 구타로 인해 자존심의 손상이 심하다. 적개심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해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모멸과 자괴심에 의해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관련정보)

여성 정신질환 확률 남성의 1.5배 경향신문 96.10.12

여성이 남성보다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훨씬 크며 결혼이 남성에게는 정신건강상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여성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혔다.WHO는 11일 「여성과 정신건강」이라는 보고에서 여성은 일생중 특정 시기에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이 남성보다 50% 정도 높을 뿐 아니라 실제 만성우울증 발병도 남성보다 70%가량 많다며 이는 세계공통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또 여성은 빈곤·실업·이혼·전쟁·가정폭력 등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는 여러 요인들에 남성보다 훨씬 많이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혼인관계가 남성에게는 보호적인 효과가 있지만 여성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고 기혼여성 중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그 증거라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또 아이가 있는 여성은 같은 조건의 남성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연세대 의대 정신과 민성길교수는 『한국 성인 가운데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5.6% 정도며 여자가 남자보다 3배정도 많다』고 말하고 『그 이유는 시집살이·남편의 학대 등 사회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 자살

사경헤맨 아내에 “수면제 더 먹지…” 한겨레신문 98.7.9.

가정불화 끝에 수면제 64알을 삼켰다가 이틀 만에 깨어난 아내에게 “죽으려면 약을 더 먹고 확실히 죽지 왜 살아났냐”고 폭언을 한 남편에게 이혼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는 8일 부인 둁씨가 남편 ?씨의 잦은 가정폭력 등을 이유로 낸 이혼 및 위자료 등 청구소송에서 “?씨가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인 둁씨에게 폭언을 하는 등 결혼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만큼 둁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인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씨는 둁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과 함께 둁씨가 보험설계사와 가사노동으로 재산 축적에 기여한 만큼 2000만원의 재산분할금도 지급하라”고 밝혔다.

3) 불안

남편이 귀가할 시간이면 공포에 떨고 남편을 생각나게 하는 옷차림, 장소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쉽게 예민해지고 매사에 경계하고 조심스러워 진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며 식은땀이 난다.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다.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4) 신체화 / 홧병

마음의 병은 만병의 근원/가정폭력에 짓눌린 답답한 가슴 툭털어놓아야 경향신문 95.1.15.

진료실로 43세된 깔끔하게 생긴 여성이 찾아왔다.가슴이 답답하다는 것이 병원을 찾은 가장 큰 이유였다.소화도 잘 안되고 목도 불편하다고 했다.필자는 우선 여성의 표정부터 살폈다.그녀는 무슨 큰병이나 걸린 것처럼 긴장된 표정이었다.증상들을 하나하나 상세히 물어보았다. 우선 가슴이 답답하다고 할 때 의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심장에 관한 병이다.그러나 통증의 위치도 다르고 시도 때도 없이 증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폐와 관련된 증상도 없었다.다음은 소화기 계통의 증상들을 물었다. 증상들은 있었으나 목이 불편하다는 것을 보면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화장애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을 했다.그러나 스트레스증세라는 의심만으로 진단을 내리다가 실제 있는 질병을 놓치는 수가 있다.이 때문에 흉부 X선 촬영을 시작으로 내시경 검사와 간기능검사를 비롯한 혈액검사를 하기로 하였다. 이틀 후에 검사결과를 보니 예상대로 모두가 정상이었다.

필자는 조심스럽게 검사결과에 대한 해석을 해주고 그녀의 증상이 스트레스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혹시 무슨 어려운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있다고 힘들게 털어놓았다. 남편으로부터 받은 학대를 이야기할때 입술이 떨렸고 울음이 터질듯했다.남편은 학벌좋은 유명 대기업부장으로 좋은 아파트에다 자가용까지 갖춘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초부터 폭력과 폭언으로 일관, 그녀를 윽박지르고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 마시고 돌아와 집에서 화를 푼다는 것이다. 그녀의 의견을 이야기하면 말대답한다고 또 때리고 물건을 던져 이마가 찢어진 적도 있다고 했다. 이마의 흉터를 내보일때는 눈물을 글썽거렸다.그런 어려운 사정을 누구와 상의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시집가서 잘 사는 줄 알고 있는 친정 부모님께는 스스로도 창피하고 걱정만 끼쳐드릴 것 같아 말도 꺼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친구나 동네사람들도 그녀를 부러워하기 때문에 모든 일을 포기하고 답답하게 살아왔다고 했다.환자는 결혼 17년만에 그 숨은 사연들을 털어놓은 것만으로도 일단은 나아질 것으로 생각되었다. 필자는 모든 증상이 그런 인생의 답답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해주고 상담기관인 「여성의 전화」로 연락해볼 것을 권유했다.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가정내의 폭력으로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주위 사람들과 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가정폭력은 마음의 병이 되며 이는 만병의 근원이 된다.

5) 복수심과 또 다른 폭력

18년동안 매맞던 아내 술취해 잠든 남편 살해/경찰 긴급체포 경향신문 97.5.22.

서울 관악경찰서는 21일 잠자는 남편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윤 모씨(37)를 살인혐의로 긴급체포했다.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이날 오전 1시쯤 서울 관악구 신림1동 자신의 집 안방에서 술에 취한 채 자고 있던 남편 최모씨(41·노동)의 목과 가슴 등을 부엌용 칼로 마구 찔러 숨지게 한 혐의다.윤씨는 경찰에서 『18년전 결혼한 지 한달되던 때부터 남편은 술만 먹고 들어오면 별다른 이유없이 목을 조르고 주먹을 휘둘렀다』면 서 『10여년전부터는 다른 여자와 외도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구타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윤씨는 또 『최근들어서는 「돈을 벌어오지 않는다」며 칼과 연탄집게, 깨진 유리병 등 닥치는대로 집어 때려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며 『이날도 술에 취해온 남편이 신을 신은 채 또다시 발로 차고 주먹을 휘둘러 지난 15일 가게에서 구입해 싱크대에 넣어둔 칼로 남편을 찔렀다』고 진술했다.윤씨는 범행 후 방안에 소금을 뿌리고는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남편이 자살했다고 신고했다.

6) 자녀에 대한 영향

(1) 부부가 폭력을 행사하면 자녀도 상처받아 자아존중감이 낮아지고 불행감, 무력감, 거부감, 죄의식, 분노를 느끼게 된다. 두통, 복통, 천식, 야뇨증, 불면증, 말더듬도 나타난다. 우울증, 학교공포증 혹은 거부증, 비행 행동, 학습장애를 보이거나 자살하기도 한다.

패륜’ 부른 가정폭력/아버지 흉기살해 10代 자신은 투신자살 경향신문 98.09.12.

11일 오후 7시20분쯤 부산 최모(50·무직) 집 단칸방에서 최씨의 막내아들 x 군(18·?공고 3년)이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집에서 200여m 떨어진 모아파트 25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경찰은 숨진 최씨가 10여년 전부터 술만 먹으면 x군 등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가족간에 극심한 불화를 겪어왔다는 형(25)의 말에 따라 이 날도 형이 집을 비운 사이 x군이 아버지와 심하게 다투다 부엌에 있는 흉기로 아버지를 살해한 뒤 죄책감을 느껴 투신 자살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중이다.

(2) 가정폭력은 대물림된다. 폭력 남편의 70% 이상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것을 보고자란 폭력가정 출신이라는 점에서 아이 세대에도 가정폭력이 이어질 수 있다.아들은 폭력 남편이 될 가능성이 높고 딸은 남성혐오증, 남성기피증을 보일 수 있다.

(3) 체벌문제

“체벌은 폭력성향 키운다” 문화일보 97.3.27.

배우자 폭행 가능성 높고 우울증 약물남용 위험

아이의 버릇을 가르치기 위해 ‘사랑의 매’로 체벌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하는 것은 오랜 논쟁거리다.그런데 최근 열린 ‘가정폭력과 아동복지’국제학술세미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체벌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다.체벌을 경험한 아이는 폭력성향을 갖게되며 어른으로 성장한 후에도 배우자 폭력을 일삼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된 것이다.미국의 머리 스트라우스(뉴햄프셔대 사회학과)교수는 6∼9세 아동에 관해 체벌당시, 또 그후 아동의 행동에 관한 자료를 추적한 연구논문을 최근 발표했다.이 연구를 통해 그는 부모들이 아이를 때렸을 때 매를 맞은 아이가 문제행동을 더 보임을 알게 되었다고 밝힌다.이 연구에 의하면 아동의 문제행동의 정도를 살펴본 후 어머니가 그것을 고치기 위해 아이를 때리면 때릴수록 2년 후 아동의 행동은 더 나빠진다. 체벌은 당장의 문제행동을 멈추게 하는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장기적인 면에서는 결코 도움이 안되는 것이다. 또 남성이든 여성이든 사춘기로 접어드는 나이에 체벌을 많이 경험할수록 성인이 되었을 때 더 많은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 체벌이 청소년기에도 계속될 경우 아동이 우울증에 걸리거나 약물남용자가 되거나 자신의 배우자에게 신체적으로 폭력을 휘두를 가능성은 2배에 이른다. 체벌의 또 다른 결과는 아동이 성인이 되었을 때 자해적인 성행위를 즐길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 또 아동기에 체벌을 많이 경험할수록 자신의 자녀를 신체적으로 학대할 가능성이 높으며 배우자를 폭행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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