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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최의 휴먼 탐구

최 영 childpsy@drchoi.pe.kr

대한민국은 입시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입시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시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시험으로부터 나온다.”

진료실에 만난 재수생 김 군이 건넨 쪽지에 쓰여 있던 내용입니다. 눈치 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헌법 제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우리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입시제도의 꼭두각시이며 노예일 뿐이다”라는 문구도 더해져 있었습니다.

김 군은 신체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두통, 어지러움과 복통 때문에 내과 의사에 의해 의뢰되었습니다. 시험 때만 되면 증세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신경성”, “노이로제”, “고3병”, “입시병”이라는 말을 들어왔고, “꾀병”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평소의 노력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낮았으며, 계속된 통증과 불면증 때문에 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 군을 괴롭힌 증세들은 시험불안 때문이었습니다. 시험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전혀 없다면 공부에 대한 동기가 생겨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높은 불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학습능력을 떨어뜨려서 학업성취를 방해합니다. 그러므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정도의 불안과 긴장이 필요합니다.

과도한 시험불안은 두통, 피로, 현기증, 시력장애, 식욕부진, 기억력 장애, 불면증, 우울, 불안 등 다양한 신체와 정신증상을 만들어냅니다. 결과적으로 학업포기, 등교거부, 가출, 비행, 약물남용, 심지어 자살로 이어지기까지 합니다.

시험에 대한 지나친 불안에서 비롯된 김 군이 가진 증상의 배후에는, “꼭두각시”와 “노예”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시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패배주의적 태도가 깔려있습니다. 김 군의 쪽지를 받고 나서 제가 세운 치료 전략은, 자신이 시험의 노예라는 잘못된 생각을 떨쳐버리고 자신이 시험의 주인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험은 수험생의 적이 아닙니다. 시험은 그 동안 자신이 땀 흘린 결과, 즉 학업성취의 정도를 재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잣대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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