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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최의 휴먼 탐구

최 영 childpsy@drchoi.pe.kr

고르디우스의 매듭


정신과 진료실에서는 병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내용 외에, 세상사는 이야기가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 즐거운 것도 있지만, 병원이기 때문인지 갈등, 불안, 당황, 고뇌, 후회, 자책,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적인 사건들이 대부분입니다.

사람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형태의 어려움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매우 난처한 처지, 소위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적인 곤경에서 해결책을 찾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정신과 의사라고 해서 세상사를 풀어가는 뾰쪽한 비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환자를 에워싼 매듭을 푸는 묘수를 찾지 못해 안타까웠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왕인 고르디우스는 자신의 마차를 신에게 바치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매듭으로 신전에 묶어놓았습니다.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를 정복하는 왕이 될 거라는 신탁이 내려졌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듭을 푸는데 도전했으나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동쪽으로 원정하던 알렉산더 대왕이 이 매듭을 풀어보겠노라 나섰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풀리지 않자, 왕은 칼을 뽑아 매듭을 잘라 버렸습니다.

이 매듭을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이라고 부릅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랐다"는 표현은 복잡한 문제를 대담한 방법으로 풀었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신이 곤경에 빠졌다고 생각될 때,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 없어서 포기하는 마음이 생길 때, 그리고 어느 누구의 도움도 소용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는 알렉산더 대왕처럼 과감하고 담대하게 행동하기를 권합니다. 발상을 바꾸면 의외로 손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에 대응해서, 동양에는 쾌도난마(快刀亂麻)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어지럽게 헝클어진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내려 애쓰기보다, 날랜 칼로 베어내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복잡하게 뒤얽힌 일 일수록, 단순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해보십시오. (200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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