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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최의 휴먼 탐구

최 영 childpsy@drchoi.pe.kr

아침형 인간 유감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로 널리 알려진 철학자 데카르트(1596-1650)는 오전 11시까지 늦잠을 자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러면서도 단연 뛰어난 학업성적을 나타냈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늦은 밤까지 책을 읽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군인으로 살았던 시절에도 11시까지 침대에 누워있었을 정도로, 데카르트의 늦게 일어나는 습관은 평생 계속되었습니다.

2003년 가을 이후, 바다 건너 일본에서 불어온 「아침형 인간」바람은 출판계를 강타했고 수십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습니다. 서점 진열대에 유사한 제목을 달고 있는 아류 도서들이 넘쳐나고, TV에서는 새벽 서너 시에 일어나 정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람직한 인간형인양 한껏 치켜세우는 것으로 보아 “아침형 인간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도 일찍 일어나야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이나 “아침형 인간이 인생을 두배로 산다”, “하루 두세 시간 투자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등 귀가 솔깃해지는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지금부터라도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해야 이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을 것만 같은 조바심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아기 때부터 나름대로 고유한 수면리듬을 가지고 태어나며 평생 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면의학에서는 「아침형 인간」을 종달새형으로, 「저녁형 인간」은 올빼미형으로 부릅니다. 수면전문가들은 세태를 쫓아 「아침형 인간」으로의 무작정 변신을 꾀하기보다, 자신의 고유한 수면리듬을 파악하고 그 리듬에 맞추어 공부하고 활동하라고 조언합니다. 올빼미가 종달새를 흉내 내어 아침에 활동한다면, 생명조차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는 스웨덴 여왕의 철학 과외교사로 초청되었는데, 「아침형 인간」이었던 여왕은 새벽 5시에 철학을 가르쳐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꼭두새벽 과외로 인한 수면리듬의 급격한 변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로 그 해에 데카르트는 폐렴으로 사망했습니다. (200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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