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어야 수능 점수 높다? - 첫 번째 레슨

최 영 childpsy@drchoi.pe.kr


Lesson 1. 정보의 출처 바로 보기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학습과 성적에 관심이 많습니다. 공부하는 당사자들도 대부분 그럴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기사는 학생, 부모 그리고 교사들에게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매력적인 정보임에 틀림없습니다. 소아청소년을 진료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부모로서 저 역시 마찬가지였답니다.

"아침 먹어야 수능 점수 높다", "아침 먹어야 수능 고득점", 그리고 "아침 먹으면 성적 좋아진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이 연구의 결과만을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부터 "공부 잘 하려면 아침을 꼭 먹어라", "신문 방송에 났더라", "연구 결과가 그렇다잖니..." 식의 말을 자녀에게 한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봅니다.

저는 조금 달랐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들으면서... 제가 제일 먼저 살펴본 것은 "누가 이 연구를 했는가?"였습니다. "누가" 연구를 했는가는 "왜" 또는 "어떤 목적"으로 이 연구를 했는가를 살펴보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보도된 것처럼 연구를 시행한 당사자는 농촌진흥청입니다. 보도의 출처 역시 "2002년 상반기 농촌진흥청 업무평가"라는 제목의 언론홍보자료입니다. 조금 더 언론홍보자료를 읽어보면 "농촌진흥청장이 농림부장관에게 2002년 상반기 업무평가 결과를 보고하면서 대입수험생들의 아침식사가 수능성적과 내신성적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농촌진흥청 홈페이지(http://www.rda.go.kr/)에서 밝힌 농촌진흥청의 임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 농업과학기술에 관한 연구개발
    - 연구개발된 농업과학기술의 보급.지도
    - 비료.농약 및 농기계의 품질관리
    - 지역농업 발전과 생활개선에 관한 지도.교육 및 전문농업인 육성

굳이 이 임무를 읽어보지 않더라도, 농촌진흥청이 왜 이 연구를 시행했는가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의 시행자들은 "성적" 보다는 "아침식사"에 무게중심을 둔 국가기관의 종사자라는 것입니다.

짐작이 안되신다고요? 그럼, 위에 인용된 기사의 한 부분을 다시 읽어보십시오. 농진청 농촌생활연구소 가정경영과장의 말입니다.

"건전하고 규칙적인 아침식사는 수험생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적... 특히 우리 주식인 쌀의 전분은 뇌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으므로 쌀을 주축으로 한 아침 식단은 수험생에게 큰 도움을 줄 것..."

그렇습니다. 이 연구의 배경에는 "쌀을 소비하자"가 있습니다.

최근 쌀의 소비가 줄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심심치 않게 언론을 통해 "쌀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에너지원... 식이(食餌)섬유는 물론 단백질·지방·비타민이 풍부해 건강을 지켜주는 생명원... 나아가 성인병을 억제하는 성분들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도되곤 합니다. 이런 일련의 연구와 보도를 "쌀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인다면, 지나친 것일까요?

필자는 이런 쌀 소비를 장려하는 연구와 기사를 접하면서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 시절의 도시락 검사를 떠올리곤 합니다. 1960년대에는 보리와 밀이 얼마나 몸에 좋은가를 홍보하면서, 보리를 일정량 섞어 먹도록 권장했던 적이 있습니다. 쌀밥만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협박(?)도 기억합니다. 선생님에게 혼이 나지 않기 위해서, 보리쌀을 도시락 위쪽으로 모으던 또래들의 모습도 생생합니다.

특정한 자대에 따라서 쌀이 건강에 나쁘다고 말해놓고는, 나중에는 좋아진다고 주장하고....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신뢰성과 영향력 때문에 언론을 제4, 제5의 권력기관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예에서 생각해본 것처럼... 언론의 보도 내용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보도에는 제보자나 정보의 출처가 있게 마련이므로, 꼭 출처를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왜 이런 정보가 나오게 되었을까도 생각해보시기를 권합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아침을 꼭 먹자는 것에 필자도 동의합니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 가급적 쌀 소비를 늘리는 것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아침 먹으면 성적 좋아진다"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루어보겠습니다. => Lesson 2

[강의 보조자료]

본문에 쌀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기에, 쌀 정책에 대해 다룬 그 무렵의 사설을 아래에 옮겨왔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설] 쌀정책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출처 동아일보 2002/07/24 18:05)

농민들이 땀 흘려 거둔 귀한 쌀을 가축에게 먹여야 한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정부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무엇을 했는가. 정부가 농민들에게 쌀 감산을 적극 설득하지도, 다른 작물을 재배토록 유도하지도 않은 결과가 그렇게 나타난 것이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가 쌀 재고를 줄이기 위해 묵은쌀 약 400만섬을 가축사료로 쓰기로 한 것은 낙후된 쌀 정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미 수년째 정부의 쌀 재고가 적정수준인 550만섬을 크게 초과해 보관할 창고가 모자랄 정도라면 진작에 감산정책을 시행했어야 옳다. 장기 보관되어 품질이 떨어진 1998∼99년산 쌀을 사료로 쓴다지만 추곡수매에 들어간 국고 낭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쌀이 지나치게 남아돌게 된 데는 정치권과 농정당국에 책임이 있다. 농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무리하게 쌀 증산정책을 강요했고 농정책임자들은 소신있게 감산정책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년 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이후 농민들에게 감산을 설득해야 할 정치인들은 거꾸로 추곡수매가를 올리라고 주장하고 농정책임자들도 사실상 방관하지 않았는가.

문제는 남아도는 쌀 문제가 이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평년작 수준인 3600만섬이 생산된다면 올 가을 추수 때 쌀 재고는 1318만섬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심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늘리는 방안에 기대를 하고 있을지 모르나 이는 국민감정 등을 고려해 별도로 결정할 문제다.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지원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농민들에게 쌀 감산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았다면 이는 낭비적이고 한심한 정책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쌀 산업의 실상을 솔직히 공개해야 한다. 비록 농민들에게 쓴소리가 될지라도 국가경제를 위해 그들이 해야 할 일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지원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표를 의식한 사탕발림식 정책보다는 장기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 처음 쓴 날 2002/07/09, 고쳐 쓴 날 2003/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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