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와 관련된 오해를 풀어보자 (1) - 신경성이란?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필자가 80년대 후반 군의관 시절에 경험했던 일이다. 당시는 신경과가 독립된 과로 수련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인데, 같이 근무하던 모 과의 군의관이 다른 이야기 끝에 질문을 던졌다. "어이, 최 대위... 정신병은 정신과에서 치료하고 신경성은 신경과에서 치료하나?" 이 질문을 받고나서 나름 대로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 뒷맛이 씁쓸했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전문의가 구별을 못할 정도면 일반인은 어떨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그런 사람이 드물겠지만 필자 자신도 고교시절에는 사실 정형외과와 성형외과를 구분하지 못했다. 실제로는 뼈나 근육, 관절을 주로 다루는 정형외과에서 정형수술(? : 성형 수술이 옳은 말이며 쌍꺼풀 수술을 생각하고 말했었다)을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현재에도 성형외과에서 미용 성형수술 만을 하는 곳으로 아는 사람도 주위에 아직 있다. 의과대학 시절 필자도 성형외과에 대한 강의와 실습을 마치고 나서야 성형외과가 쌍꺼풀 수술만을 하는 곳이 아닌 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정신과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여기 저기 고통으로 병원을 돌아다닌 분들께 많은 질문을 받는다. "검사에는 이상이 없고 신경성이라고 하는데.... 신경성이 뭔가요? 신경을 많이 쓰지마라고 그러던데요"라는 식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신경성이란 무엇일까?

먼저 신경증(Neurosis)이란 용어와 관련된다. 최근에 정신과에서는 신경증적 장애 Neurotic disorder)이라고 부른다. 신경증이란 여기 저기 신체 증상이 있는데, 신체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으면서, 심리적인 혹은 정신적인 원인이 추정되는 경우, 혹은 가벼운 정도의 우울증, 불안증 등을 통틀어서 말한다. 대개 심리적인 갈등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repression)하는 정신적 mechanism을 사용하여 생긴다고 본다. 이 경우 본인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남을 괴롭히거나 심각한 성격의 변화를 보이지는 않는다. 대개는 최소한의 평소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그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경증 환자들이 신체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면 "나는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왜 이상이 없다고 할까? 의사가 내 병을 잘 모르는 것은 아닌가? 혹시 꾀병이라고 남들이 오해하면 어떻게 하나..."식의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자신의 증상의 원인을 찾기위해 병원을 전전하며 검사를 반복한다. 소위 병원을 쇼핑하는 행동(hospital shopping)이 뒤따르게 된다. 이 신경증을 [노이로제]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이 용어는 과거에 독일식의 용어로 공부한 의사들이 일반인에게 사용하면서 어느 정도는 대중적인 용어로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

또 다른 신경성이라는 말의 뜻에는 심인성(psychogenic)이라는 뜻이 함축되어있다고 생각된다. 증상이 신체적인 원인보다는 심리적인 혹은 정신적인 원인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다른과 의사들이 신경성이니 정신과에 가보라고 하면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불쾌해 한다고 이야기듣든다. 내가 미쳤다는 말이냐? 식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변화가 있으면 몸에도 변화가 생긴다. 화가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혈압이 오르고 몸이 굳는다. 불안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답답하고 땀이나며 손발이 떨린다. 우울하면 입맛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되며 체중도 줄어든다. 요즈음 필자는 동료의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신경성이라는 용어보다는 "정신적 원인, 혹은 심리적인 원인이 당신의 증상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라는 식으로 풀어서 말해 보라고.....

신경 과민(Nervousness)이란 말도 신경성이란 단어의 어원과 연관되어 있다. 신경질적이다.... 신경이 쓰인다... 신경이 예민하다... 신경을 건드렸다... 신경이 쇠약하다.... 이런 말들은 실제로 정신적 혹은 심리적인 불안, 긴장, 우울 등을 표현하는 것인데... 이런 의미의 신경이란 단어와 신경성이라는 용어는 일맥 상통한다.

신경성이란 말과 일반인들이 흔히 혼동되는 용어가 있다. 신경(Nerve)이다. 물론 이 신경(Nerve)과 앞에서 말한 신경성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우리 몸에는 많은 신경이 있다. 뇌에는 중추 신경이 있고 각각의 신체기관을 조절하기 위해 말초 신경이 있다. 이러한 신경 계통에 이상이 생기는 것 중 대표적인 예는 뇌졸중 (일반인들이 중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이다. 뇌 혈관이 막히거나 뇌에 출혈이 있어서 해당하는 뇌 신경 기능에 장해가 생기는 것으로 그 결과 언어 장해가 오거나 사지의 마비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신경(Nerve)의 이상에 의한 질환을 치료하는 곳이 신경과이다. 신경증을 주로 치료하는 곳은 아니다. 앞에서 말한 필자의 개인 경험에서처럼 심지어 의료인 조차 혼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신경성이라는 소리를 듣거나 스스로 그렇다고 생각하면 신경과나 신경외과를 찾아가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한가지 혼란이 또 여기에서 발생한다. 신경인성(neurogenic)이란 말이 있다. 예를 들어 방광(쉽게 [오줌보]나 [오줌 주머니]라고 표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에 문제가 있다고 하자. 방광을 조절하는 신경(Nerve)에 이상이 있어서 방광 기능의 장애가 생기면 의학적으로는 신경인성 혹은 신경성 방광(Neurogenic bladder)이라고 부른다.

신경이란 말 자체에 너무나 많은 의미가 있음을 우리는 이제 알게 되었다. 이 정도에서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글을 읽는 것을 중단할 독자도 있겠다. 하고 싶은데로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 필자는 신경성이란 말에 대단히 신경이 쓰인다.

(마지막으로 소위 서양 의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신경성의 어원 중 동양 의학에 관련된 부분을 설명하는 것은 적합치 않다고 생각하여 해당 부분은 생략하였음을 밝혀둔다)

- 99년 7월 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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