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와 관련된 오해를 풀어보자 (2) - 정신과, 신경과, 그리고 신경외과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얼마 전 금강산 관광길에 북한에 억류되었다 풀려난 모씨가 서울의 어떤 종합병원에서 퇴원하였는데 몇 주간 신경과 외래 진료를 받아야 된다는 뉴스를 들었다. 정신적 충격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도 있었고, 담당의사 이름은 분명 일면식이 있는 정신과 의사 이름인데 무슨 일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기자의 무식의 소치인가... 단순한 실수인가... 혹은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접한 일반인들이 오해를 미리 피하기 위한 섬세한 배려인가? 내가 뭔가를 잘 못 들었는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우리 나라가 그렇게 개인을 배려해주는 섬세한 나라는 결코 아닌데...

일전에 간 이식을 받은 환자의 정신적 문제에 대한 진료를 의뢰를 받았는데, 진료 끝에 간호사실 까지 따라온 보호자가 심각하게 말했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환자에게 정신적으로 충격이 생겨서 정신적인 문제가 더 심해지는 것 아닌가 신경쓰인다" 말이 어렵지만 다시 한번 읽어보시면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아... 또....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부딪쳤구나... 정신과 의사는 정신적인 질병이외에 이러한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는 것.... 후배 정신과 의사들에게 필자가 이런 말을 자주 하게끔 만들었던 바로 그 상황에 부딪쳤다는 것이다.

앞의 글에서 설명한 대로 많은 신경증 환자들이 용어상의 오해 때문에, 혹은 정신과에 대한 때문에 신경과나 신경외과를 찾는다. 신경과는 대개 중추 신경이나 말초 신경(앞의 글을 읽으신 분은 이즈음에는 여기에서 말하는 신경이 무엇인지를 알 것으로 믿는다)의 이상에 의한 신체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담당한다. 주로 내과적인 치료 방법 즉, 약물치료가 위주가 된다. 신경외과는 말 그대로 수술을 위주로한 외과 계열의 전문 분야이다. 수술을 필요로하는 뇌 종양, 뇌 혈관의 이상, 혹은 척추 관련 질환 등이 다루어진다. (대체로 이런 이야기는 의사들 끼리의 밥그릇 싸움이나 영역 분쟁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실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것은 항상 조심스럽다. 필자는 밥그릇 문제 보다는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속담에 충실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정신과에서는 그럼 무엇을 하는가? 정신과니까 정신병만 치료하는가? 정신병이란 용어도 오해의 소지가 많다. 정신의 병 즉, 정신 장애 혹은 질환 (mental disorder)을 일컷는데, 일반인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정신증(psychosis)를 정신병의 전부로 잘 못 아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이다.

정신증이란 망상(잘못된 믿음)이나 환각(실제 없는 것을 보고 듣는 현상)이 있으면서 일상 생활을 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현실 감각과 판단력을 잃어 버리는 것을 말한다. 병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도 없고 신경증에 비해 성격의 변화가 심하다. 정신분열증, 조울증, 의처증과 같은 망상성 장애,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자폐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사실 정신과에서 정신증만 치료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에서 말한 신경증과 정신증을 포함해서 우울증, 성격 장애, 정신 신체 장애(신체적인 검사상의 이상이 있지만 그 원인이 정신적이거나 정신적인 원인에 의해 신체질병의 치료가 방해받는 경우를 말함)와 같은 각종 스트레스성 질환, 신체질환으로 인해 기억력과 같은 뇌 기능의 변화로 행동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등(이외의 것은 지나친 나열을 피하기 위해 생략)을 치료하는 곳이 정신과다. 물론 암과 같은 심각하거나 신체 질병에 대한 불합리한 정신적인 반응이 있는 경우에도 정신과 치료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다시 이해해 보자. 뇌졸중의 경우 급성 상태에서 약물치료가 위주가 된다면 신경과에서, 수술적인 요법이 필요하다면 신경외과에서 치료가 시행된다. 일단 급성기를 넘기고 신체적인 마비와 같은 후유증이 문제가 되면 물리치료 등이 필요하므로 재활의학과에서 주로 담당하게 된다. 뇌졸중 때문에 나중에 감정, 기억력, 행동의 장해가 주로 문제가 된다면 정신과에서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모든 과들이 협동하여 진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그런가? 하는데는 많은 의문이 있지만....

정신과를 부르는 명칭도 가지가지다. 신경정신과, 정신신경과, 정신외과, 정신신경외과... 등.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는 많은 계몽과 홍보가 되어서 다소 엉뚱한 명칭은 줄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필자가 방문해 본 몇 군데 미국 의과대학의 정신과 공식 명칭은 Department of Psychiatry & Behavioral Science(정신과 그리고 행동과학과 라고 직역할 수 있다)인 경우가 많았다. 일부에서는 Behavioral Medicine(행동의학)이란 용어를 쓰기도 한단다. 우리나라도 용어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그리고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굳어진 편견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작명을 해야할 것인가?

- 99년 7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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