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와 관련된 오해를 풀어보자 (5) - 마음의 병을 어떻게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가?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얼마전 약 반년 정도 필자에게 외래 진료를 받고 있는 고 3 청소년 환자의 아버지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상당히 좋아져서 감사하다는 말을 서두로 해서 학교도 잘 다니고 가정에서의 행동도 좋아졌다... 이제 수능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공부를 하도록 부모가 조금은 자극을 주어도 괜찮은가? 등 몇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결과적으로 전화를 한 용건은 현재 아들이 복용하고 있는 약물에 관한 질문이었다.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약물은 무엇인가, 그리고 언제 까지 복용해야 되는가, 수능 때까지는 약물을 유지하자고 했다던데 혹시 약물의 부작용은 없는가.... 그리고 마지막 말은 현재 상태가 좋은데 꼭 약을 먹여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었다. 나름대로 자세한 설명을 했지만, 역시 정신과 약에 대한 오해가 만만치 않음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해주었다.

진료과정에서 약물 처방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꼭 묻는다.

"마치 진통제나 해열제처럼 일시적인 효과만 있는 것 아닌가?", "약을 먹는다는 심리적인 위안만 해주는 것 아닌가?", "마음의 병을 어떻게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가?" 등등... 정신과 약이 과연 정말 효과가 있는가, 혹은 정신적인 문제가 정말 약으로 해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 때문일 것이다.

먼저 정신과 질환에서 왜 약물 치료를 하는가를 알 필요가 있다. 사실 우울, 불안, 강박, 정신분열증 등 상당수의 정신과적 질병은 "마음의 병"이라기 보다는 "뇌의 병"이다. 뇌에는 수많은 신경 세포가 있고 이 신경 세포가 인간의 생각, 감정, 행동 등을 통제하고 있다. 각 신경 세포 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데, 여기에 관여하는 물질이 신경전달 물질(neurotransmitter)이다. 많은 정신과 질환에서 이 신경전달 물질의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어 있다.

대부분의 정신과 약물은 이런 신경전달 물질의 신진대사에 관여한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는 뇌에 존재하는 신경전달 물질을 자연적인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켜준다. 이미 뇌안에 존재하는 신경전달 물질의 균형을 회복하게 해주는 것이지, 인공적으로 합성된 인위적인 물질을 뇌에 작용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표적인 항우울제들은 주로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급격하게 분해하지 못하게 해서 세로토닌을 자연수준으로 회복시켜준다. 정신분열증의 치료제로 쓰이는 항정신병 약물들은 주로 도파민(dopamine)이라는 전달물질의 과다한 활성을 정상화시켜준다.

뇌가 다시 균형있게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정신과 약물은 뇌를 치료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실제 의사들이 처방하는 정신과 약들은 다음과 같은 연구 과정을 거쳐서 그 효과가 입증된 것들이다.

일단은 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똑같은 모양의 약과 위약(실제 약물 성분은 없는 소위 가짜 약)을 투여한다. 위약도 치료를 받고 있으니 나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작용을 해서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실제 약물이 심리적인 효과이외의 "진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인지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환자나 증상의 개선을 평가하는 의사 둘 다 현재 이 환자가 복용하는 것이 위약인지, 진짜 약인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은 진행된다. 약물을 복용하면서 일정 기간 관찰하고 평가하면서 두 집단 사이에 증상이 좋아지는 정도의 차이가 확실하면 그 약물은 그 질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약의 부작용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짐은 물론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검증의 과정을 거쳐서 실제 병원에서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과 약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 효과를 가지며, 뇌의 병을 낫게 해주는 치료제 임이 분명하다.

글의 서두에서 필자에게 전화를 한 보호자의 직업은 의사였다. 의사 조차도 정신과 약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다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도 정신과 약에 대한 오해를 몇 번 정도 다룰 계획이다.

정신과 질병의 많은 수는 "마음의 병"이라기 보다는 "뇌의 병"이며, 정신과 약은 이런 "뇌의 병"을 치료해 준다.

- 99년 8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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