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와 관련된 오해를 풀어보자 (6) -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은 정신이 이상하다?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며칠 전 가족과의 즐거운 저녁식사 후에 느긋한 마음으로 TV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 분쟁과 연관된 뉴스가 나왔기에 평소보다는 집중해서 내용을 듣게 되었다. 사건의 개요는 모 과에서 수술을 시행했는데, 수술 부위가 감염되어서 4번 정도 재수술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환자의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 흥분한 보호자와의 인터뷰, 그리고 누군지는 알 수 없도록 앉아있는 하체 모습만 나온 병원 관계자의 모습이 방영되었는데, 시청자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자극적인 보도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병원에서 멀쩡한 사람을 정신질환자로 몰려고 한다는 내용이 덧붙여졌다.

아니? 무슨 일일까? 정신과 의사로서 "멀쩡한 사람을 정신질환자로 몰려고 한다"는 대목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궁금증을 가지고 병원에 출근해서 나름대로 상황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당사자의 치료 과정이라든가 현재 상태, 실제로 의료 과실이 있었는지는 필자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말할 수도 없고 말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의료가 가지는 앞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대략 몇 %는 어떻게 된다는 것은 알지만...) 고유한 속성을 차치하고라도 의사의 진료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면 책임을 져야한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의사의 잘못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말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 환자로 몰았다면? 이것은 중대한 문제일 것이다.

다음에 필자가 확인해보니, 해당과 의사의 의뢰로 정신과 의사가 병동을 방문하여 그 환자를 진료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수술 후에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에 진통제를 투여했는데, 그 마약으로 분류된 진통제 주사의 양이 최근에는 하루에 10개 가까이 되었다는 것이다(다른 진통제로 통증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 이런 종류의 강력한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은 보편적임). 일반적인 경우에는 수술 부위가 아물어 가면서 진통제의 사용량이 줄어드는데, 이 환자의 경우 상처는 객관적으로는 아물었는데도 불구하고 통증의 호소가 심해져서 점차 진통제의 사용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해당 과에서는 통증에 대한 처치에 대한 정신과의 의견을 묻고, 약물 중독 여부에 대한 평가, 그리고 환자의 행동이 다른 환자의 진료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난폭해져서 자체적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정신과에서 진료를 해주었으면... 하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정신과 의사가 진료를 했다는 정도가 "정신질환자로 몬" 사건의 개요였다. 정신과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고 해서 정신병 환자라는 말인가? 며칠 전, 필자의 홈페이지 공개 상담실에 어떤 분이 상담을 올렸다. 몇가지 사연을 써 놓고 말미에 자신은 "정상인"이라는 것을 덧붙였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정신적 문제나 병이 있다고 간주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었으리라....

우리는 또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부딪쳤다.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다.... 이런 오해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뉴스를 보도한 기자도 그런 말을 하게되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종합병원에서는 환자가 입원해있는 과(科)가 정해져 있다. 담당 과의 영역을 넘어서거나 단독으로 문제 해결이 힘든 경우, 또는 치료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다른 과 의사의 의견을 듣고 싶은 경우에 환자를 다른 과에 자문(consultation) 의뢰한다. IMF이후에 경제 뉴스에 간간이 나오는 "컨설팅 회사"에서의 컨설팅의 뜻과 같은 단어다.

외래 진료를 받거나 입원해 있는 환자가 정신과에 자문 의뢰되는 경우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자살의 위험성 : 심각한 질병을 통고받았거나, 치료에도 불구하고 경과가 좋지 않은 경우, 비관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때에 자살의 가능성에 대한 평가 혹은 자살 예방을 위해서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된다.
  • 우울증이 심한 경우 : 병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당사자에게 우울감을 불러온다. 하지만 이런 우울한 상태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식사를 하지 못하며, 자포자기하거나 비관하는 경우는 적극적인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
  • 불안, 초조 : 생명에 위협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처치나 통증,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런 것이 심하면 신체적 질병 자체의 회복에 지장이 초래된다. 정신과 의사의 상담 한번으로 불안이 가시는 경우도 경험한다.
  • 환각 : 정신병의 결과로서도 그럴 수 있지만 영양 상태불량, 신진대사의 급격한 변화, 뇌의 병이나 외부에서 투여된 약물 등에 의해서도 환청, 환시가 생긴다. 신체적 문제로 생겼다 하더라도 환각은 일반 다른 과 의사들은 치료하기 힘들다.
  • 수면 장해 : 여러 가지 이유로 질병의 치료 과정에 지장을 줄 정도로 잠을 못자는 환자도 많다. 잠들기 힘들어서, 깊은 잠을 자지 못해서... 혹은 너무 잠만 와서..... 등등. 이런 잠 문제의 병원 내 해결사는 정신과 의사이다. 결코 수면제가 아니다.
  • 검사상에 이상이 없는 경우 : 여러 가지 신체적인 정밀 검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혹시 신체적인 것 보다는 심리적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서 담당의사가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를 의뢰한다.
  • 지남력 장애 : 신체적 질병의 치료과정에서 사람을 못 알아보거나... 여기가 어딘지를 모르는 경우와 같이 의식이 흐려져서 문제가 생기면 정신과 의사가 등장하게 된다.
  • 치료나 처치를 거부하는 경우 :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그 필요한 처치를 환자가 받아들여야 한다. 꼭 필요한 처치를 거부하는 때에, 혹시 이런 행동이나 태도가 왜 생기는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그런 것에 대해 담당의사들이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바란다.
  • 통증 환자 : 일반적인 통증 치료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이 줄어들지 않으면 담당과에서 정신과나 통증 클리닉(동통 관리과라고도 불리운다)에 의뢰를 한다. 정신과에서는 진통을 위한 약물치료 및 기타 통증을 줄일 수 있는 심리 사회적인 처치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의 치료에 의해 효과를 보는 경우도 대단히 많다. 물론 그 통증이 심리적인 원인이 아니어도 그렇다.
  • 약물 중독이나 남용 : 약물 중에는 과량 사용하면 해롭거나 신체적, 심리적인 의존(쉽게 말해 습관성)이 생기는 것도 있다. 이런 약물을 써서 치료하는 과정에서 중독이나 습관성이 의심되면 정신과 의사의 진료를 받게 된다. (법률적으로도 법에서 정한 마약 성분의 약물에 중독 상태인 경우에 의사에게는 관계 기관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더 예를 들자면 한이 없겠다. 어쨌거나 환자를 생각해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정신과에 자문의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당사자나 보호자가 정신과 진료를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환자 측에서 싫어한다고 해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히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하는 의사가 "의료 과실"이 있다고 본다.

통증이 심하고 약물이 효과가 없고, 부작용이 염려될 정도로 용량이 과다하다면... 정신과에 진료의뢰하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우리는 건강 진단을 위해 혈액 검사도 하고, X-ray도 찍고 소변 검사도 한다. 간 기능 검사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간에 병이 있다는 것이 아니며, 가슴 엑스레이를 찍는 것 자체가 폐병이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의사가 심전도 검사를 하자고 하면 "아니 이런... 나를 심장병 환자로 모느냐?"라고 화를 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정신과 의사가 진료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정신질환자다, 정신이 이상하다... 혹은 미쳤다,,,라는 오해.... 이제는 풀어야 한다.

(이 글은 의료 분쟁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 의도로 작성된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예를 든 보도와 관련되어 정말 의료과실이 있었다면 당연하게 해당 의사와 병원측에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치료과정에서 의료진의 땀과 고통을 모두 무시하고 의사 탓, 병원 탓 만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정신과 의사가 진료했다고 해서 "환자를 정신병으로 몰고 간다"라는 오보가 다시는 전파나 신문지상을 타지 않기를 바랍니다.)

- 99년 9월 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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