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풀어본 정신 건강 (10) - 우는 아이 젖 준다.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70년대와 80년대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의 하나로서 소위 "데모 문화"를 들 수 있다. 당시 외국인들에게 한국하면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TV에서 방영되는 시위 장면이었다고 한다. 마스크를 쓴 대학생들이 던지는 화염병과 돌.... 그리고 자욱한 최루탄 연기... 중무장한 전투경찰의 모습.... 당시의 시위는 언로가 막히는데서 그 원인을 찾는 학자들이 많았다.

이런 시위는 90년대에 들어서는 일반인들에게도 확산되었다. 소위 "님비 현상"의 하나로서 집 주위에 뭔가가 들어서게 되었을 때 결사 반대의 기치를 내걸기도 하고, 혹은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 달라며 점거를 하고 격렬한 시위를 한다. 노사 분쟁이 있을 때도 극단적인 시위나 파업을 일단 벌이고 보는 경우... 심지어는 사회적으로 소위 점잖다는 집단에서도 머리 띠를 두르고 삭발을 하는 장면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본다.

이 경우의 데모는 조금 달리 보이기도 한다. 조용히 합리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하면 상대방이 신경을 안 써주다가 데모하고 문제를 자꾸 제기해야 요구 조건을 들어주니까.... 일단 먼저 뗑깡을 놓고 본다... 라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더라는 것이다. 즉,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속담대로 울지 않으면 안 들어주니까 너도 나도 시위를 한다.

얼마 전 다른 병원의 정신과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간질로 쭉 치료받았던 대학생 환자가 경련을 주 문제로 해서 입원을 했는데, 자세히 관찰해보니 소위 "가성 경련" 같다는 것이다. 가성 경련이란 진짜 간질 발작은 아니고 어떤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서 간질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옮겨져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어느 정도 증세가 안정된 후 환자와 면담을 해보니... 과거 고등 학교를 다닐 때 경련을 하면 학교 선생님들이 신경을 써주고 시험도 면제 해주고... 점수도 잘 주고... 관심을 받고... 그리고 조금 거친 같은 학교 아이들이 자신은 건드리지 않았으므로, 가끔은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면 일부러 경련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그는 경련을 사유로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주위사람들이 경련에 무관심했더라면, 차라리 건강하게 공부하고 친구와 사이 좋게 지내는 행동에 대해 관심을 주었더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경련을 통해서 어떤 이익을 경험한다면, 앞으로 또 그런 상황에서 또 경련이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 중 학습 이론(learning theory)이 있다. Skinner라는 학자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작은 상자 안에 쥐를 집어 넣고 그 안에서 마음껏 돌아다니게 한다. 상자의 한 구석에 지렛대가 있고 이것을 누르면 자동적으로 먹이가 나온다. 우연히 지렛대를 눌러서 음식이라는 보상을 한번 받아본 쥐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렛대를 더 자주 누르게 된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떼를 쓰면서 울었을 때... 그때만 엄마가 젖을 물려주고 토닥거려 준다면.... 아이는 점차 울고 떼쓰는 행동이 늘어나게 된다. 즉, 어떤 형태의 보상을 통해서 그 행동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본다. 앞서 말한 대로 데모를 해야 자신의 요구가 성취된다면..... 앞으로 데모라는 행동은 점차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본 다른 사람들도 "아... 시끄럽게 해야 뭔가 되는구나"라고 배우게 되어, 다음에 자신의 요구사항이 생기면 일단 시위부터 하고 볼 것은 역시 자명하다.

아이가 떼쓰고 우는 행동을 하더라도 부모가 관심을 보여주지 않고, 그래 가지고는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러면서 동시에 긍정적인 행동을 해야 부모가 칭찬해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면 아이의 우는 행동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유치원에서 한 연구가 실시되었다. 교사들이 아동들이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사이 좋게 협동적으로 놀 때 칭찬하고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교실은 전보다 더 조용해졌다. 우리의 가정에서 학교에서는... 정 반대로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개도 무는 개를 돌아 본다건가.... 우리는 왜 우는 아이에게만 젖을 물려주는 것인가? 부정적인 행동은 무시하고,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관심과 칭찬, 격려를 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과격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주장하는 아이들, 그리고 어른 들을 무시할 것을 제안한다. 매스컴의 호들갑은 이제 그 대상이 바뀌어야 한다. 긍정적 행동, 바람직한 일을 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맡은 바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대서특필하자.

- 99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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