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풀어본 정신 건강 (11) - 구멍은 깍을수록 커진다.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아이들에 대한 상담을 하다보면 잠버릇에 대한 내용이 꽤 된다. 한 밤중이 되었는데도 잠을 잘 들지 않고 자꾸 놀려고 하거나... 잠자다가 깨어서 비디오를 틀어달라, 바깥으로 나가서 산책하자... 울고 떼를 쓰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난감하기도 하고 달래도 보고 화를 내도 보지만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특히 직장을 가지고 있는 엄마 입장에서는 잠을 설치게 되어서 낮 동안의 피곤을 해결할 길이 없으므로, "잠 좀 자자"며 매를 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거실에 쫓아내거나 방에 가두는 경우까지 있다.

나름대로 잠 투정을 고치려고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아이의 잠자는 버릇은 심해지고 부모는 녹초가 된다. 심지어 이 문제로 부부간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고치려고 노력하다가 지칠대로 지친 엄마들은 자신이 과연 엄마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지... 자신감조차 떨어진다.

입시를 앞둔 한 남자 고등학생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잠이 많아지는 문제로 상담을 하게 되었다. 물론 성적이 떨어지는 결과가 생겨서 어머니에게 이끌려 클리닉을 방문한 것이다. 이 어머니는 소위 "극성파"에 해당되는 분으로 아들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고 있었다. 때가 어느 때인데 헤드폰을 끼고 공부하느냐, 여자 친구에게 편지는 왜 쓰냐, 고3이 삐삐는 무슨 소용이냐... 하나 하나를 간섭했다고 한다. 그 결과는 이런 것이다. 아들의 말, "못하게 하니까 더하고 싶더라고요?"

물론 치료는 부모가 그런 부정적인 행동에 대해 무관심할 것.... 그리고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서만 관심과 배려를 더 해 줄 것. 그 자체만으로도 거의 문제의 절반은 해결되었다.

이와 연관된 한 연구가 있다. Williams란 학자는 아동의 잠투정을 치료할 때 부모는 매일 밤 조용히 잠자리에 들라고 말하고 특수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한 나중에 일어나는 잠투정을 무시하라고 부모에게 지시했다. 그랬더니 평균 하루 저녁에 45분 이상 잠투정을 하던 아이들이 일주일 만에 잠투정이 없어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부모 이외의 다른 사람이 아동의 잠투정에 대해 관심을 표시했을 때 그 투정부리는 행동은 원상태로 돌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항상 피부를 긁고 있는 신경성 피부염 여자 환자의 사례도 있다. 그 부인의 피부염은 오래된 것인데, 긁는 행동은 주위에서 받는 관심에 의해 더 조장(학문적 용어로는 강화)되고 있다고 본 치료자가 남편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 남편은 평소에 자주 부인의 가려운 부위에 연고를 발라주었는데 더 이상 피부염을 무시하고 일체 환자를 도와주지 말 것! 그랬더니 긁는 행동은 없어졌고 (학문적 용어로는 소거) 3개월 후에는 신경성 피부염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후 4년 동안 재발하지 않았다.

앞에서 말한 기법은 행동치료에 해당된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그 원인 자체 보다는 그 행동의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가에 따라 그 행동 자체가 더 늘어나고... 혹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 행동 치료의 핵심이다.

이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고치려고 할수록 더 그 문제가 심해지는 경우는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행동치료의 기법을 활용하자. 토라지기 잘하는 연인에게 토라질 때마다 설설 기는 것은 절대 피하고 무관심할 것. 일단 무책임하게 한 건 폭로해놓고 보는 정치가들에게도 관심을 주지 않을 것.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주는 것은 "계속 울어도 좋다"라는 암묵적인 메시지가 전달될 뿐이다. 울음을 그쳐야 떡을 줄 것.

다음의 속담은 매우 행동치료의 이론에 충실하다. "구멍은 깍을수록 커진다."

- 99년 11월 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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