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풀어본 정신 건강 (13) -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친다 (2)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 이 글을 읽기 전에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친다 (1)을 먼저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

많은 사람들이 거미를 싫어한다. 모양도 볼품 없고 웬지 징그럽고 불결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거미가 줄을 치는 모습을 자세히 보노라면 가히 하나의 예술행위를 보는 것 같다. 스스로 뽑아내는 그 가느다란 실을 가지고 창조하는 세련된 디자인, 완벽한 구조, 자신의 몸에는 달라붙지 않고 먹이를 생포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효용성, 그리고  먹이가 잡혔음을 알려주는 통신체계... 실로 찬탄을 금할 수 없다. 적어도 그 세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자신의 외모나 크기에만 집착해서 자신이 줄 잘 치는 거미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사람들... 자신감이 없고 부끄럼이 많은 거미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지침이 도움이 될 것이다.

  • 뿌리를 찾아보자. 대개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자신감 없음의 근원이 될 수 있다. 부모나 친구와의 상호관계라는 축적된 경험을 통해서 오늘날의 자신에 대한 태도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일기장을 다시 뒤적여 보거나... 혹시 기록이 없다면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 실수했던 일, 그 실수로 인해 꾸중 듣거나 혼나고, 자존심이 상했던 경험들... 뿌리를 알면 줄기가 보인다.
  • 자신의 열등감을 꼼꼼히 다시 살펴보자. 우리는 보통 컴플렉스(complex)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특정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생각의 덩어리가 컴플렉스다. 그 생각의 덩어리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자신이 스스로 쓴 소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소설을 고쳐 쓸 수 있다면 열등감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 자신을 인정하자. 스스로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지나친 요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인관계에서 자신 없는 것..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무대의 조명 한가운데 서는 것만이 행복한 인생은 아니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고 흉내내지말고, 자신이 잘하는 한가지를 집중적으로 추구하자. 그것이 작은 것, 쓸모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 자신의 습관을 되돌아보자. 부끄럼 타는 것, 남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것도 하나의 습관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습관은 학습된 것이다. 학습된 것은 다시 새롭게 학습하면 고칠 수 있다. 먼저 말을 거는 습관, 먼저 미소 띄기와 같은 새로운 습관을 만들자. 불안을 피하기 위해 남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것.. 길들여진 습관이다. 습관은 고칠 수 있다.
  • 스스로에게 자꾸 암시를 해보자. "나는 꽤 매력있어", "머리가 좋아", "난 잘할 수 있어"... 처음에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반복되면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 이런 암시가 몸에 길들여 지면 암시가 없어도 저절로 좋은 결과가 나온다. 자신에 대한 이런 종류의 암시를 메모해보는 것도 좋다. 코팅해서 호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녀보자. 그리고 가끔 꺼내서 읽어보자. 당신은 모두 공주이고 왕자일 수 있다.
  • 말을 잘 하려고 노력하지 말아라. 유머가 있고 청중을 좌지우지하는 화술을 가진 사람이 인기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재치와 매력이 넘치는 감각적인 말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진실이야 말로 인간관계를 결정하는 필요충분 조건이다. 그냥 솔직하고 진지하게만 말해보자. 멋지게 잘 해보려는 노력은 이제 던져 버려라.
  • 하지만 자기를 표현하고 주장하는 효과적인 대화방법은 익힐 필요가 있다. "당신은...." 보다는 "나는...."으로 시작하는 어법이 좋다. 자세한 것은 이 글을 참조하기를 바란다.
  • 자신의 일부를 철저하게 감추어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약점이나 문제가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남 앞에서 부끄럼을 타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하지만, 영화 주인공의 대사나 행동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철저하게 감춘 것일 뿐이다. 자신의 일부는 남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감출 수 있다. 당신도 영화배우가 되라. 그래서 남에게 드러내고 싶은 것만 보여주자.
  • 자기 자신과 자주 대화하자. 혼잣말 보다는 글로 써볼 것을 권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에 대해... 스스로와 대화하고 충고해보라.

물론 이 모든 과정에 썩 매끄러울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없고... 부끄럼 많고... 위축된 삶이 지속된다면 또 하나의 속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를 명심하라. 이런 문제에 대한 전문가는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우리 모두 작아도 줄만 잘 치는 거미가 될 수 있다.

- 99년 12월 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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