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풀어본 정신 건강 (14) - 부엉이 소리도 제가 듣기에는 좋다.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K군은 학교를 다니기를 거부하는 문제로 부모와 함께 병원에 왔다. 오기 싫은데 억지로 끌려왔다며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도전적인 태도였다. 선생님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이뻐한단다. 담배를 피워서 담임선생님이 꾸중을 했는데, 다들 피우는데 왜 나만가지고 난리냐며 면전에서 가방을 내던지고 집으로 돌아와 버린 후, 등교를 한달째 하지 않고 있다. 학교는 하기싫은 공부만 강요하고 대학 입시만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더 이상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는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해대고 간섭을 해서 짜증이 난다고 했다. 공무원 아버지의 쥐꼬리만한 월급으로는 어차피 나를 밀어주지 못할 것인데 검정 고시 봐서 빨리 대학 가면 될 것 아니냐고 큰소리친다. 낮동안 잠을 자고 밤에는 깨어있는 올빼미 스타일의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어머니의 말이다. 하라는 공부는 않고 밤을 지새가면서 컴퓨터 게임만 한단다. 고등학생이 되었는데도 이불도 정리하지 않고 입었던 옷은 되는대로 던져놓는다. 방안이 쓰레기통이라고 했다. 용돈이 적다고 투덜대고, 무리한 요구를 한단다. 비싼 외국제 청바지를 사겠다고 고집을 부려 방문을 잠그고 단식투쟁을 한 적도 있다. 부모와 대화하는 도중에 주먹을 불끈 쥐고 눈을 부릅뜬다. 심한 경우에는 부모에게 욕설을 하고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런 태도에 대해 지적하면 엄마 아빠는 부부싸움 안하느냐, 아빠도 담배 피지 않느냐, 왜 나는 안되느냐며 오히려 큰소리라고 아빠는 탄식했다. 달래도 보고 때려도 봤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 없어서, 부모자식의 인연을 끊고 싶은 심정이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K군에게 필자가 물어보았다. "그럼... 너는 부모님을 위해, 선생님을 위해, 그리고 너 자신을 위해 어떤 무엇을 했니?"

K군의 부모, 학교, 사회 탓하기가 다시 메아리처럼 되돌아 왔을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필자가 세운 앞으로의 치료 전략은 이 "탓하기"를 고치는 것이었다.

인간의 가장 미숙하고 병적인 심리로 "투사 projection"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가진 바람직하지 못하고 용납될 수 없는 생각이나 충동을 모두 남 때문이라고 탓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 비판적이고, 빈정거리기 잘하며, 비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대부분 그렇다. 핑계거리가 생기므로 일시적으로 자신의 마음은 편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부엉이 소리도 제가 듣기에는 좋다"는 속담이 있다. 제가 하는 일은 다 옳다고 하는 생각을 비꼬는 뜻이 담겨있다.

이제 자신의 눈에 비친 남의 행동을 말하기 전에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지, 어떻게 들릴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몇 년 전 카톨릭 교회에서 내걸었던 "내 탓이요."라는 구호를 다시 한번 명심하자. (이 글은 광주광역시 서구 청소년정신건강센터 소식지에 실렸던 것입니다. 2000.12.15. www.DrChoi.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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