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풀어본 정신 건강 (2) - 시작이 반이다.

전남의대 정신과 /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클리닉
최 영


내일 증후군 (The Tomorrow Syndrome)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 실제로 의학 교과서에 존재하는 병명은 아니다. 모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 그리고 오늘이 아닌 내일에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내일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여러분 자신에게도 해당되는지를 확인해보시라. 물론 일부 내용은 필자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임을 밝혀둔다.

- 마지막 무렵에 가서야 헐레벌떡 일을 한다. 시험 볼 때 소위 날새기 벼락치기를 하는 식이다.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중압감과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마지막까지 미루고 보는 것이다.

- 일을 미루고 있는 동안에는 여가 활동을 즐기지 못한다.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 때문에, 그리고 일을 미루고 있다는 죄악감 때문에 TV를 보면서도, 친구와 한잔하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 시간을 낭비하는 행동이 많다. 서너시간 안에 레포트를 써야되는 대학생이 필기도구 정리, 자료 모아 쌓기, 책상 정리하기, 용지 준비하기 등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실제 레포트를 쓰는데는 20-30분밖에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다.

- 책임감에 압도된 감정에 고통스럽다. 집안청소, 시댁에 문안전화, 자녀의 생일 선물, 아파트 관리비 납부 등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치어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혀서 마지막에야 한꺼번에 일을 몰아서 하게 된다.

- 삶의 중요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좋은 학점을 받고 싶은 학생, 승진을 목표로 하는 직장인, 미인을 애인으로 만들고 싶은 젊은이가 이러한 내일 증후군에 걸려있는 경우, 행동을 채 시작하지도 못하거나 너무 늦게 행동개시를 해서 한번뿐인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 행동하는 대신에 꿈과 소망에만 빠져있다. 물론 꿈과 희망은 행동을 위한 중요한 동기가 된다. 비현실적인 계획만 잔뜩하고 있다면 언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 행동하지 않고 말만 한다. 앞의 경우보다는 낫겠지만, 결국 행동이 동반되지 않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메아리만으로는 그 어떤 결과도 얻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마디로 연기하기, 지연하기, 꾸물거리기, 영어로는 procrastin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내일 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현실적인 목표의 성취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심리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원인이 있다고 한다.

첫째, 소위 청개구리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경우에 지나치게 수동적이면서도 공격적인 마음 상태가 되어, 늦장을 피우면서 간접적으로 화를 풀어왔던 것이 거의 몸에 배게 된 것이다. 나름 대로는 자기가 자기 인생을 컨트롤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매우 부정적이 된다. 대개 하기 싫은 일을 마지 못해 하는 경우에 이런 심리가 작용하게 된다. 필자는 이 글을 쓰는 것이 전혀 남의 권유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마지 못해 해야 하는 다른 바쁜 일들을 젖혀 놓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즐겁게 말이다.

둘째,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처리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일을 맞닥뜨린 경우에 그 일을 처리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이러한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일을 끝내는 것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예술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특히 이런 원인이 많다고 한다. 월간지에 연재 소설을 쓰는 작가가 한달 내 원고에 대한 압박을 느끼면서도 겨우 몇 줄 끄적이다가 결국은 마감일에야 헐레벌떡 원고를 마무리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셋째, 성공에 대한 무의식적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성공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경험해보지 못한 불확실성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은 두려운 것이니까.... 일종의 성공 공포증(success phobia)의 한 현상으로서 꾸물거리게 되는 것이다.

넷째, 지나치게 높은 성취 목표를 가진 경우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벌려만 놓고, 실행은 하지 못한다. 자신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를 하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 행동하는 것을 끊임없이 미루어야, 자신의 낮은 성취능력을 직시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작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고는 해는 없다고 자위하는 것과 비유할 수 있겠다.

다섯째는 실제로 피하고 싶은, 그리고 전혀 즐겁지 않은 일을 하는 경우다. 한두 번 정도야 너무나 인간적인 꾸물거림이지만, 이런 것이 매사에서 나타난다면, 그것은 당사자와 주위 사람에게는 전혀 인간적이 아닌 상황이 초래된다.

당신이 이러한 내일 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다음과 같이 해보기를 권유한다. 너무 생각하지 말고, 말하지 말고, 일단 행동에 옮기자. 괴롭고 어려운 일, 하기 싫은 일을 먼저 실천하자. 그리고 나서 즐겁고, 재미있고 쉬운 일을 해보자. 시간이나 기한을 위주로 생각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의 실행에 대해서만 먼저 생각해보자.

그리고 마지막 말, 이 글의 주제어인 "시작이 반이다"를 명심하라.

- 99년 4월 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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